2022/03 59

나이를 먹으며/구흥서

봄이라는 계절을 좋아하는 것은 아마도 긴 겨울의 음습하고 거칠게 불어오는 바람과 추위를 견뎌야 하는 지친 생활 때문일 것 이다. 무턱대고 봄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은 그 계절이 오면 해야할 것 들과 마무리 해야할 일들에 대한 기대감으로 조금은 설레게 된다 눈부신 햇살을 보기 드믈어 봄의 예찬이 별로 마음에 들진 않지만 부쩍 늘어난 미세먼지 탓에 숨쉬기도 어렵다. 봄이면 다가오는 먼지가 만성질환을 만들어 병원 엘 다닌다. "만성 폐쇠성 폐질환" 이름도 거창한 것을 달고 살다보니 매사 조심스럽다. 코로나 19로 인해 마스크를 상시 착용하여 전번 때 보다는 좋아졌다 하여 마스크를 씀으로 인해 좋아진 것도 생겼으니 그 또한 기뻐 할 일이다. 운동을한다. 교통사고로 어깨를 다치고 차를 폐차 시켰을때 큰 ..

봄 꽃..(영남대 꽃잔치)

봄... 온천지 꽃 잔치이다. 내 정원이라는 경산의 정원은 봄비 내리려는 듯 온통 뿌옇지만 그리움 가득 품은 노랑 하양 분홍 살포시 내려앉자 1년 내내 꽃 잔치를 벌인다 노랗게 피어난 개나리 수줍은 듯 고개 숙여 길손들에 인사를 하고 흐트러진 연분홍 벚 분홍 진달래 만개하여 병풍을 치고 외로움 품은 너의 발길 붙들며 하얀 목련 힘 없이 콘크리트 바닥 여기저기 뒹군다 이 봄 지나면 그래그래 이 봄 지나가면 또 다른 색깔들의 꽃 잔치가 벌어지겠지 이 세월 어이하리 봄 꽃같이 너를 생각하며 살다 보니 3월의 끝자락에 너와 벗하고 있네

황혼 빛 그립다

황혼 빛 그립다/윤 광 식 죽기 살기 일편단심 부딪치고 깨지고 거품 하얗게 토하며 갈 때까지 가보자 풍랑의 세월 가다 지치면 쉬어도 보고 한 대잠 냉탕 온탕 가릴 틈 있었는지 사명 쫓아 살다 보니 온갖 고난 씻어 가며 삼켜도 보고 내뱉는 바람 따라 죽기 살기 살아온 길 그리움의 추억 길 오늘은 어머니의 품속 너울 바다 출렁이며 춤을 춘다 어이 세상 고닯다 했나 코비가 춤을 추어도 처마에 매달린 고드름 녹아 바다를 이루듯 내 머물 곳 황혼 빛 그립다

친구 아들 결혼에..

1991년 9월 어느 날 동네 친구가 췌장암과 힘든 싸움을 하다... 퇴원하여 집으로 온다는 소식에 몇몇 친구들이 모여들었다 잎이 다 떨어진 앙상한 나뭇가지 모양으로 힘없는 미소를 지으며 우리 곁으로 왔다 "수박이 먹고 싶다. 수박을 먹으면 살것같다"라는 친구의 힘없는 말을 뒤로하고 손박사 친구와 무작정 들로 나갔다 (지금이야 년중 수박을 먹을 수 있지만 당시만 해도 제철과일이란 말처럼 제철이 아니면 먹을 수 없는 것이 과일이다) 신이 있다면 친구의 마지막 부탁을 이루게해 달라는 간절한 기도를 하며... 날이 어둑어둑할 때쯤 노지수박 밭이 보인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를 몇 번이나 되뇌며 밭으로 들어갔다 "농사를 다 짓고 상품 안될 때 밭을 놓는다"라고 한다 다행히 철 지난 수박 밭을 놓은 곳을 발견한..

생명은 기계에 있지 않다

생명은 기계에 있지 않다 의학은 따뜻하지 않다. 온도계는 체온이 없다. 항생제에도, 산소포화도의 모니터에도 체온은 없다. 생명은 거기에, 생명을 다루는 그 기계들에 있지 않다. 부작용을 호소하는 환자 앞에서 약전만을 쳐다보며 갸우뚱하는 나와 숨을 헐떡이는 환자를 옆에 두고 모니터만 쳐다보던 전공의는 본질적으로 동일한 의사다. - 양창모의《아픔이 마중하는 세계에서》중에서 - * 의사는 수많은 기계에 의존합니다. 청진기도 쓰고, 온도계도 사용하고, 혈압기도 이용합니다. 하지만 기계는 늘 한계가 있습니다. 꺼져가는 생명을 되살리지 못합니다. 의사의 시선이 모니터나 기계에만 머물면 그것은 이미 의술이 아닙니다. 온도계는 체온이 없어도 의사는 체온이 있어야 합니다. 따뜻한 손길로, 따뜻한 시선으로, 기계를 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