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수양**/나의 일기

친구 아들 결혼에..

빈손 허명 2022. 3. 26. 19:57

1991년 9월 어느 날 동네 친구가 췌장암과 힘든 싸움을 하다... 퇴원하여 집으로 온다는 소식에 몇몇 친구들이 모여들었다
잎이 다 떨어진 앙상한 나뭇가지 모양으로 힘없는 미소를 지으며 우리 곁으로 왔다
"수박이 먹고 싶다. 수박을 먹으면 살것같다"라는 친구의 힘없는 말을 뒤로하고 손박사 친구와 무작정 들로 나갔다

(지금이야 년중 수박을 먹을 수 있지만 당시만 해도 제철과일이란 말처럼 제철이 아니면 먹을 수 없는 것이 과일이다)
신이 있다면 친구의 마지막 부탁을 이루게해 달라는 간절한 기도를 하며...
날이 어둑어둑할 때쯤 노지수박 밭이 보인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를 몇 번이나 되뇌며 밭으로 들어갔다
"농사를 다 짓고 상품 안될 때 밭을 놓는다"라고 한다 다행히 철 지난 수박 밭을 놓은 곳을 발견한 것이다
차량 불빛을 비추고 먹을만한 수박을 가지고 친구에게 전해주었다
그 수박을 먹으며 빙그레 웃던 모습 아직 아련하다.
그리고 두 달여 후 다시 오지 못할 곳으로 떠났다.
지금 어느 하늘의 별이 되어 반짝이고 있을 테지...

아침 특별한 친구 아들 결혼하는 날이다.

내 아들 결혼식 때 보다 더 내 마음이 둥실둥실 구름에 탄 듯 기쁘다
오늘 결혼식은 야외결혼이다
입구에 엄마와 나란히 늠름하게 서있는 모습을 보니 내 눈이 젖어든다.

얼른 눈물을 훔쳐도 계속 눈가가 촉촉하다
친지 등 많은 하객들의 축하를 받으며 웃음 가득한 신랑 신부를 보니
하늘나라에서 흐뭇하게 바라볼 친구가 생각이나 맘 한구석 짠하다.

나는 오늘 출발하는 청춘을 응원한다. 어느 누구보다 행복하기를...
그리고 곧고 바르게 커준 아들이 대견하다



미국 유학을 다녀오고 경산의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여 다니고 있는 청춘이 있고

그 여자 친구는 대구시의 공무원이었다
둘은 공무원 동기였는데 국내 공무원의 울타리가 많이 좁다
주위의 강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3년의 공무원 생활을 청산하고
더 큰 세계를 만나러... 출발을 한다.(어떻게 해야 되느냐고 내게 의논할 때 "나는 둘이 하고 싶은대로 놔 줘라 둘이 원하는 대로 기분 좋게 떠나게 해라 둘의 무대는 더 큰 세상에 있다"라며 그 어머니를 위로한 적이 있다 )

1년 계획을 하고 첫 번째 여행지 호주로 들어가 한 달여 여행을 하던 중 코로나가 발목을 잡는다
호주의 어느 도시에서 유배 아닌 유배를 하다 결국은 한국으로 돌아온다.

그 청춘들이 3개월 전 비건 식당을 차려 멋지게 운영하고 있다.
워낙 개성이 강하고 부지런하고 올바른 청춘이니 잘할 것이다.
아마 둘은 비건 식당으로 양이 차지 않을 것이다
둘의 능력에 맞는.. 큰 그림을 그리고 이룰 수 있도록 간절히 기도 한다.

오늘 결혼하는 신랑이 어렸을 때 동네 친구들 부부모임 때 내가 우리 애들이랑 같이 데리고 다니며

산으로 강으로 계곡으로 식당으로 항상 같이 다녔다
저녁에 들어올 땐 애들이 피곤한지 차에서 자고 있는 아이를 내가 안고 애들 방까지 들여주곤 하였다
내 가족과 두 가족을 태워 다녔지만 아버지 없는 아이 신랑 없는 여자를 보살핀다는 소문이 돌기도 하였다
그런 아들의 결혼이라 더욱 흐뭇하다
결혼식 내내 웃음꽃이 만발하다
이제 막 터뜨려질 몽실몽실 벚꽃 망울처럼 싱싱한 청춘을 응원한다.
어제는 아버지 영댁에도 다녀왔단다.
잘 살아라 알콩 달콩!
잘 살아야만 한다
홀로 평생을 너희를 키우며 살아온 너의 엄마에게도 지금까지 한 그대로만 하면 될 것이다
친구 아들은 결혼식을 계기로 신혼 일기를 써 내려갈 청춘일기를 기대하며

언제나 오늘같이 환한 미소가 이어지길 바라며
아들의 행복을 다시금 빈다

 

 

 

 

 

 

 

 

 

 

 

 

 

 

순백의 흰 고귀한 사랑을 하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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