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3/26 6

친구 아들 결혼에..

1991년 9월 어느 날 동네 친구가 췌장암과 힘든 싸움을 하다... 퇴원하여 집으로 온다는 소식에 몇몇 친구들이 모여들었다 잎이 다 떨어진 앙상한 나뭇가지 모양으로 힘없는 미소를 지으며 우리 곁으로 왔다 "수박이 먹고 싶다. 수박을 먹으면 살것같다"라는 친구의 힘없는 말을 뒤로하고 손박사 친구와 무작정 들로 나갔다 (지금이야 년중 수박을 먹을 수 있지만 당시만 해도 제철과일이란 말처럼 제철이 아니면 먹을 수 없는 것이 과일이다) 신이 있다면 친구의 마지막 부탁을 이루게해 달라는 간절한 기도를 하며... 날이 어둑어둑할 때쯤 노지수박 밭이 보인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를 몇 번이나 되뇌며 밭으로 들어갔다 "농사를 다 짓고 상품 안될 때 밭을 놓는다"라고 한다 다행히 철 지난 수박 밭을 놓은 곳을 발견한..

생명은 기계에 있지 않다

생명은 기계에 있지 않다 의학은 따뜻하지 않다. 온도계는 체온이 없다. 항생제에도, 산소포화도의 모니터에도 체온은 없다. 생명은 거기에, 생명을 다루는 그 기계들에 있지 않다. 부작용을 호소하는 환자 앞에서 약전만을 쳐다보며 갸우뚱하는 나와 숨을 헐떡이는 환자를 옆에 두고 모니터만 쳐다보던 전공의는 본질적으로 동일한 의사다. - 양창모의《아픔이 마중하는 세계에서》중에서 - * 의사는 수많은 기계에 의존합니다. 청진기도 쓰고, 온도계도 사용하고, 혈압기도 이용합니다. 하지만 기계는 늘 한계가 있습니다. 꺼져가는 생명을 되살리지 못합니다. 의사의 시선이 모니터나 기계에만 머물면 그것은 이미 의술이 아닙니다. 온도계는 체온이 없어도 의사는 체온이 있어야 합니다. 따뜻한 손길로, 따뜻한 시선으로, 기계를 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