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고향
아버지의 고향 빗새 아버지가 고향을 떠난다. 떠나기 전 부모님 산소에 들러 절 올리고, 또 올리고 걷지도 못하는 몸으로 한 시간째 절을 올리는데 아버지는 아마도 오늘이 부모님을 찾는 마지막 날이라 생각하시는 게다. 70년 가까운 세월 부부로 살아온 아내는 이제는 아들이 신랑인 줄 알고 싱글벙글한다. 멀리 여행을 간다고 아침부터 고운 옷을 입고 연신 즐거운 표정이다. 아내만 온전했으면 다친 내 몸이야 어떻든 고향 땅에서 이생을 마칠 수 있었을 텐데 모질도록 질긴 인생 아흔 나이에 고향을 떠날 줄이야. 이제 아버지는 고향을 지우려 한다 90 평생 살아온 뼈마디를 묻으리라 생각했던 부모님 산소 옆에 한 편의 영화 같은 삶을 체념하듯 내려놓고 거죽만 걸어서 고향을 떠나려 한다. 서랍 장에서 꺼내온 사진 한 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