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쫀득한 친구

쫀득한 친구 윤 광 식 어젯밤 눈발이 날리다 지질지 질 한 겨울비 오늘은 가랑비가 내린다 지난주 친구가 사다 준 大 족발 하나 일주일을 맛나게 먹고 난 뼈와 발 부분을 햇 김치 넣고 아침에 찌개 끓여 뼈다귀 빨다 옛 시골집 강아지가 생각난다 들마루에 둘러앉아 먹던 장국에 뼈 하나 마당에 던져 놓으면 멀거니 쳐다보던 강아지 얼씨구나 꼬리를 흔들며 좋아라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빨고 좋단다 우리 사이 그런 사인가 혼자 밤새 탈이나 없나 8시 출근길 하루도 거르지 않고 확인하며 논다고 정신 줄 놓지 말라고 아침밥 먹고 운동하라 당부하는 친구 그런 그가 오늘은 전화가 없다 덜컥 걱정에 전화를 하니 나이 칠순에 늙나 봐 해해 웃으며 이제 막 출근 중이라 전화를 끊고 다 먹은 뼈를 보다 울컥 솟는 그리움 족발 같은 ..

하얀 눈이 온다

하얀 눈이 온다 윤 광 식 눈이 펑펑 하얗게 쏟아진다 성탄을 앞두고 주님은 아시고 응어리 응어리 저린 뭇 백성 아픔을 돌보아 주신다 코비 속에도 정신을 가다듬지 못한 불쌍한 민족... 멀쩡한 길 바닥에 페인트 칠 하지를 않나 나라를 다스리겠다는 사람들은 제 구린 줄 모르는 주둥이질만 해대고 늙으나 젊으나 거간 이간질 역겹고 속없는 방송 매체 덮으소서 ... 호박같이 둥글게 둥글게 살고 싶어 동짓날 호박 팥죽 이웃과 나누려 미리 팥 불려 놓고 새알 만들고 호박도 썰어 두었답니다 못되고 더러운 것들 물렀거라 코로나 핑계 가진 수탈 수모 거짓 동과 서가 먼 것 같이 쫓아 주시고 기쁨의 성탄 그리스도 예수 오셔서 하얀 눈으로 이 땅을 축복으로 덮으사 만 백성 메리 크리스마스 복되소서

하얀 백설의 그림자

하얀 백설의 그림자 윤 광 식 하얀 백설 소복소복 꽃을 피워 온 산을 덮습니다 생일날이면 백설기 조그마한 시루에 모락모락 어머니 젓 냄새 솔솔 실루엣 처럼 피여 납니다 이영을 엮어 지붕을 덮고 동짓날 붉은 팥죽 장독대 위 외양간에 올려 집안 무탈을 기원하던 어머니 눈이 펑펑 쏟아지는 어느 날 삽 작문을 바라보며 눈물을 주르륵 흘리던 어머니 이젠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그리움이란 이런 건가요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 눈 나리는 산을 멀거니 보면 환영 속에 절로 눈물이 납니다

어떻게 살다가 어떻게 떠날 것인가?

어떻게 살다가 어떻게 떠날 것인가? 그 누구도 자신의 마지막에 대해 확실한 답을 가지고 있지 않다. 어디에서, 어떤 형태로, 어떻게 임종의 시간을 맞을 지, 심히 궁금하면서도 사실 부질없는 생각이다. 왜냐, 아직 죽음은 우리에게 오지 않았고, 그 때는 그 문제로 고민하지 않아도 될 테니까? 그래도 불안한 것, 내가 내 몸을 마음대로 하지 못할 경우, 그것이 문제다. 그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현대인들만이 아니고 오래 전 이 땅을 살다가 간 철학자들도 그, 문제에 대해 수많은 고뇌의 시간을 가졌다. “매우 긴 노년을 얻는다 해도 죽음에 이를 때까지 무사히 보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네. 대부분의 사람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스스로를 돕지도 못한 채 쓰러져 자리에 누워 있다네. 그렇게 인생의 일부를 잃는 ..

생각의 전환

생각의 전환(轉換) 바보들은 세상을 바꾸려고 하지만, 훌륭한 현자(賢者)는 자신을 바꾼다. 오랜 옛날...자기의 위엄을 나타내기 좋아하는 왕은 외출할 때마다 돌멩이들 때문에 발이 아프고 상한다고 신하들에게 "내가 다니는 모든 길에 쇠가죽을 깔아라!" 하고 명령을 내렸다. 이 소문은 삽시간에 전국으로 퍼졌고 사람들은 배꼽을 잡고 웃었다. 나라 안의 소를 다 잡은들 모든 길에 쇠가죽을 깔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한 지혜자가 왕 앞에 가더니 왕이시여 온 땅을 쇠가죽으로 덮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폐하의 발을 쇠가죽으로 잘 싸고 다니면 먼지도 묻지 않을 것이고 상처도 나지 않을 것이 아닙니까? 이 말을 들은 왕은 무릎을 쳤다. "그것 참 좋은 생각이다" 이렇게 해서 구두가 생기게 되었다고 한다. 저 사람..

두고 온 세월

머물지 않고 떠나는 것은 인생이다 두고온 세월을 들여다 본다 가슴은 한 걸음에 달려가 그 세월을 안는다 아직도 그 세월이 남아 있을리 없지만 기억속에는 언제나 생생히 살아 숨쉬는 그 세월 그 나무는 베어지지 않았을까? 떠나오면서 간절히 기도했던 수많은 인연들은 아마도 아마도 먹먹해 지는 가슴 한켠에 서만 살아있을 것이다 두고온 세월 그 모두를 품고 살다가 나 또한 떠나리라 흐르는 세월의 물결 위에 몸을 얹고서

지나온 세월은 허허롭고..

살다보면 어느날 부터인가 지나온 세월을 돌아보게 되고 남겨진 시간을 가늠한다 얼마를 더 살아갈 것인 가 ..아니면 어찌 살아야 하는 가? 하는 고민? 이 생기게 된다 아이들이 자라고 나 스스로는 늙어 가면서 남겨진 시간 동안 무엇을 남길 것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사실 살던 집을 처분하고 아파트로 올때도 별 일은 아닌듯 생각하고 아주 편한 마음으로 이사를 왔다 마당에 큰 단풍나무가 붉게 물들이는 가을이 지날때도 잊고 살다가 아예 기억속에서 지워버리려 했었다 그러나 그것은 지워지지 않는 추억이 되어 있었다 아들놈이 무겁게 내 삶을 누르고 있지만 이미 그러한 생각을 지우고 살아왔다 그깟 빌딩은 아들 놈에게 넘겨주고 딸아이 에게는 이포보 가 내려다 보이는 땅을 주기로 약속을 했다 일단 그렇게 공개로 선언을 하고서..

생명의 노래

생명의 노래는 혼자서 부르지 못한다 이세상에 혼자 부르는 노래는 없다 작은 꽃도 작은 곤충도 그 무엇 이건 혼자서 생명을 이어가지 못한다 생명의 노래 는 인간 의 누구에게서 들린다 그 노랫말이 조금은 기쁘거나 조금은 슬프거나 행복 하거나 불행 하거나 조금 다를뿐 나의 생명의 노래는 즐겁다 이유를 말하자면 기쁨 제조기가 내 곁에 있기 때문이다 바라만 보면 더 오래 바라보고 싶은 생각하면 더 생각하고 싶은 무한의 바램을 펼쳐놓고 다독이는 사랑이 있어서다 내 생명의 노래는 오래오래 들릴 것이다 그와 같이 있는 한....

옳은 것은 옳고 그른 것은 그른 것인데?

옳은 것은 옳고 그른 것은 그른 것인데? 세상이 요지경 속이라서 그런지 뒤죽박죽이라서 그런지, 내가 알고 있던 ’옳고 그름‘이 맞는 것인지, 틀린 것인지를 가늠할 수가 없습니다. 오늘의 시대만 그런 것은 아닌 모양입니다. “옳은 것 옳다하고 그른 것 그르다함, 이것이 옳음 아니고 그른 것 옳다 하고 옳은 것 그르다 함, 옳지 않음 아닐세, 그른 것 옳다 하고 옳은 것 그르다 함, 이 그름이 아닐진대 옳은 것 옳다 하고 그른 것 그르다 함, 이것이 시비是非로구나.” 방랑시인 김삿갓의 시인데, 매월당 김시습의 글에도 비슷한 글이 실려 있습니다. “다른 것 같다 하고 같은 것 다르다 하니 같고 다름이 다르고 같은 것 다르다 하고 다를 것 같다 하니 다르고 같음이 같구나.” 세상을 달관한 듯 살았던 두 사람만이..

모정규 할아버지

모정규 할아버지 80세가 다 된 할아버지가 시골. 안산에서 삶의 의욕을 잃고 홀로 외롭게 지내고 있었습니다. 12월ㆍ어느 날 밤, 서울에서 아들녀석이 단 하나밖에 없는 손자를 데리고 내려왔습니다. 방안에 들어서지도 않고, “아버지 손자 며칠만 데리고 계세요”라는 말만 남기고 울면서 훌쩍 떠나갔습니다. 그날부터 혼자 편안히. 살았건만 ㆍㆍ 할아버지는 손자를 위해~ 하루 세끼 밥을 짓고, 반찬을 하고 땔감을 모아 불을 지피고, 씨를 뿌리고, 채소를 가꾸고, 장도 담그고, 집수리까지 했습니다. 어디서 그런 힘이 났는지 할아버지도 모릅니다. 이젠 손자를 위해 돈도 필요 했습니다. 열심히 농장물을 가꾸어 시장에 내다 팔기도 했습니다. 그래야 손자의 용돈과 학비를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갑자기 할아버지에서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