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 탓인가 나이 탓 인가는 모르지만 잠이 잘 오지 않는다 문단속을 철저히 하고도 한번더 둘러보고는 늦게 불을 껏다 창넘어 풀벌레 소리가 요란하다 풀을 베어내지 못해 무성한 풀잎사이로 그들만의 만찬이 시작되는 듯하다 방학이 끝날 무렵이면 어머니는 노심초사 나를 위해 무얼 더 해 먹일까 를 고민하시는 듯 했다 유일하게 서울로 공부를 하러간 막내 아들이 사는 것을 훤하게 아는 처지라 아마도 가슴이 메어지는 것을 참는 게 분명했다 전농동 철도 관사의 헛간의 쪽방을 빌려 자취를 하는 게 오죽 하겠나마는 나무 판자를 비슷하게 덧댄 벽을 넘어오는 열기는 대단했다 계단아래 철길을 가로 지르는 굴다리 근처에 노천시장에서 콩나물을 지겹게 사다 끓였다 그래도 이리 건강하게 몸을 유지하는 것을 보면 어머니가 늦둥이를 나으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