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꽃 필 때면/윤 광 식 밤꽃 필 때면 온 동내 인간의 꽃 냄새 벌들의 잔치 토실토실한 알을 낳고 날카로운 까시는 장미의 발톱 못 잊어 부르는 꾀꼬리 노랫소리 논둑 풀숲 뜸북뜸북 처연하게 울어댄다 뒤뜰 벌통 앞은 왕벌들의 침공에 진땀을 흘려가며 망을 쓰고 파리채로 때려잡는 긴긴 태양 볕 하지를 지나 시원하게 올라오는 장마를 은근히 기다리며 뒷동산 밤나무 그늘 바람 더위를 쫓고 앞 뒷문 열어놓고 오이냉국에 앞 수박 참외 밭 통통 두드려 벌겋게 쪼개 놓고 고고 팔이 아프도록 장작 패듯 담요를 두들겨 시퍼런 세종대왕 왔다 갔다 하던 그날 읍내 다방 영순네 고리 싹 커피 밤꽃 냄새 발원지에 얼굴 빨개진 그 사람들 다 어디에 살아 있는지 길게 댓 자로 누워 천장에 하나하나 그리움에 얼굴 그려보지만 단 한 사람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