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수양**/퍼온 글 234

사람에게는 얼마나 큰집이 필요한가

사람에게는 얼마나 큰집이 필요한가? 유즘 세태를 들여다보면 욕심껏 사놓은 땅이나 집이 말썽이다. 조금만 그래, 조금만 욕심을 부리지 않았으면 별 탈이 없었을 것인데, 자기 분수를 모르거나 아니면 세상만사가 내 뜻대로 될 것이라 여겨서 마음껏 했던 일이, 큰 짐이 되고, 남의 입에 오르내리고, 그래서 어떤 사람은 목숨을 끊기도 하고, 패가망신을 하기도 하는데, 중요한 것은 입으로 떠드는 자들, 모두가 도토리 키재기라서 누구를 탓할 수도 없고, 누구를 욕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옛사람들의 집에 대한 생각은 어떠했을까? ”방의 넓이는 10홀, 남으로 외짝문 두 개 열렸다. 한낮의 해 쬐어. 밝고도 따사로워라. 집은 겨우 벽만 세웠지만, 온갖 책 갖추었다. 쇠코잠방이로 넉넉하니, 탁문군卓文君의 짝일세. 차 반 ..

지나고 나면 세상사 아무것도 아니다.

지나고 나면 세상사 아무것도 아니다. 중동 지방의 한 나라에 왕이 살고 있었다. 그는 모든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신분인데도 항상 행복과 불행 사이에서 고통을 받고 있었다. 사소한 일에도 과민반응을 일으켜서 마음이 편안한 날이 없었고, 그 결과로 그의 행복은 금세 실망과 절망으로 바꾸었다. 자기 자신의 고민을 해결하지 못한 가운데 몹시 지친 왕이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 나라 안에서 가장 높은 깨달음을 얻었다는 현자賢者를 초청했다. 그가 도착하자 왕은 그에게 말했다. “나는 당신처럼 되고 싶소, 내 삶에 마음의 평정과 조화와 지혜를 가져다줄 무엇인가를 준다면 내가 당신에게 큰 상을 내리겠소.” “알겠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폐하를 도울 수 있을지는 모루겠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매우 값이 비싸기 때문에 폐하의..

이런 대통령을 기다립니다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 한복판에서 화물차 한대를 정지시킨 경찰은 교통단속에 걸린 기사에게 예를 갖추어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신은 지금 교통규칙을 위반했습니다." 경찰관의 지시에 따라 길 한쪽에 정차하고 기사는 공손히 대답했습니다.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만 운전면허증을 보여 주십시오." "아차! 옷을 갈아입느라 깜빡 잊고 면허증을 안가지고 나왔습니다. 미안합니다 !" "차를 운전하시는 분은 항상 면허증을 가지고 다녀야 한다는 것은 상식입니다." "네! 앞으로는 조심하겠습니다." 경찰은 수첩과 펜을 꺼내면서 다시 기사에게 말했습니다. "그럼, 당신의 이름과 직업을 말씀해 주십시오." "이름은 라몬 막사이사이, 직업은 대통령입니다." 이 말을 들은 교통 경찰관은 깜짝 놀라, 부동자세로, "각하 ! 제가 ..

내 웃음 속에 그늘이 숨어 있다니..

내 웃음 속에 그늘이 숨어 있다니? "인간은 걸을 수 있을 때 까지만 존재한다." 나는 사르트르의 이 말을 좋아하고 이 말이 지당하다고 여기기 때문에 걷고 또 걷는다. 걷다가 지치면 그것이 내 삶의 마지막 이려니 생각하고 걷는 길. 그 길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 모든 사물 앞에서 나는 가장 순수해질 수 있고 순간순간 가장 경건할 수가 있다. 그래서 나는 길 위에서 많이 웃는다. "선생님의 머리가 그렇게 검은 비밀을 알았어요. 그렇게 파안대소하면서 웃기를 잘하기 때문이에요." 얼마 전 답사 길에서 새로 나온 도반에게 들은 말이다. 그럴지도 모른다. 그래서 가끔씩 듣는 말이 있다. "선생님은 날 때부터의 순수함을 그대로 지니고 있는 사람" 중 한 사람이라고, 그 말이 칭찬인지 비아냥인지는 모른다. 그것이 내..

쫀득한 친구

쫀득한 친구 윤 광 식 어젯밤 눈발이 날리다 지질지 질 한 겨울비 오늘은 가랑비가 내린다 지난주 친구가 사다 준 大 족발 하나 일주일을 맛나게 먹고 난 뼈와 발 부분을 햇 김치 넣고 아침에 찌개 끓여 뼈다귀 빨다 옛 시골집 강아지가 생각난다 들마루에 둘러앉아 먹던 장국에 뼈 하나 마당에 던져 놓으면 멀거니 쳐다보던 강아지 얼씨구나 꼬리를 흔들며 좋아라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빨고 좋단다 우리 사이 그런 사인가 혼자 밤새 탈이나 없나 8시 출근길 하루도 거르지 않고 확인하며 논다고 정신 줄 놓지 말라고 아침밥 먹고 운동하라 당부하는 친구 그런 그가 오늘은 전화가 없다 덜컥 걱정에 전화를 하니 나이 칠순에 늙나 봐 해해 웃으며 이제 막 출근 중이라 전화를 끊고 다 먹은 뼈를 보다 울컥 솟는 그리움 족발 같은 ..

하얀 눈이 온다

하얀 눈이 온다 윤 광 식 눈이 펑펑 하얗게 쏟아진다 성탄을 앞두고 주님은 아시고 응어리 응어리 저린 뭇 백성 아픔을 돌보아 주신다 코비 속에도 정신을 가다듬지 못한 불쌍한 민족... 멀쩡한 길 바닥에 페인트 칠 하지를 않나 나라를 다스리겠다는 사람들은 제 구린 줄 모르는 주둥이질만 해대고 늙으나 젊으나 거간 이간질 역겹고 속없는 방송 매체 덮으소서 ... 호박같이 둥글게 둥글게 살고 싶어 동짓날 호박 팥죽 이웃과 나누려 미리 팥 불려 놓고 새알 만들고 호박도 썰어 두었답니다 못되고 더러운 것들 물렀거라 코로나 핑계 가진 수탈 수모 거짓 동과 서가 먼 것 같이 쫓아 주시고 기쁨의 성탄 그리스도 예수 오셔서 하얀 눈으로 이 땅을 축복으로 덮으사 만 백성 메리 크리스마스 복되소서

하얀 백설의 그림자

하얀 백설의 그림자 윤 광 식 하얀 백설 소복소복 꽃을 피워 온 산을 덮습니다 생일날이면 백설기 조그마한 시루에 모락모락 어머니 젓 냄새 솔솔 실루엣 처럼 피여 납니다 이영을 엮어 지붕을 덮고 동짓날 붉은 팥죽 장독대 위 외양간에 올려 집안 무탈을 기원하던 어머니 눈이 펑펑 쏟아지는 어느 날 삽 작문을 바라보며 눈물을 주르륵 흘리던 어머니 이젠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그리움이란 이런 건가요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 눈 나리는 산을 멀거니 보면 환영 속에 절로 눈물이 납니다

어떻게 살다가 어떻게 떠날 것인가?

어떻게 살다가 어떻게 떠날 것인가? 그 누구도 자신의 마지막에 대해 확실한 답을 가지고 있지 않다. 어디에서, 어떤 형태로, 어떻게 임종의 시간을 맞을 지, 심히 궁금하면서도 사실 부질없는 생각이다. 왜냐, 아직 죽음은 우리에게 오지 않았고, 그 때는 그 문제로 고민하지 않아도 될 테니까? 그래도 불안한 것, 내가 내 몸을 마음대로 하지 못할 경우, 그것이 문제다. 그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현대인들만이 아니고 오래 전 이 땅을 살다가 간 철학자들도 그, 문제에 대해 수많은 고뇌의 시간을 가졌다. “매우 긴 노년을 얻는다 해도 죽음에 이를 때까지 무사히 보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네. 대부분의 사람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스스로를 돕지도 못한 채 쓰러져 자리에 누워 있다네. 그렇게 인생의 일부를 잃는 ..

옳은 것은 옳고 그른 것은 그른 것인데?

옳은 것은 옳고 그른 것은 그른 것인데? 세상이 요지경 속이라서 그런지 뒤죽박죽이라서 그런지, 내가 알고 있던 ’옳고 그름‘이 맞는 것인지, 틀린 것인지를 가늠할 수가 없습니다. 오늘의 시대만 그런 것은 아닌 모양입니다. “옳은 것 옳다하고 그른 것 그르다함, 이것이 옳음 아니고 그른 것 옳다 하고 옳은 것 그르다 함, 옳지 않음 아닐세, 그른 것 옳다 하고 옳은 것 그르다 함, 이 그름이 아닐진대 옳은 것 옳다 하고 그른 것 그르다 함, 이것이 시비是非로구나.” 방랑시인 김삿갓의 시인데, 매월당 김시습의 글에도 비슷한 글이 실려 있습니다. “다른 것 같다 하고 같은 것 다르다 하니 같고 다름이 다르고 같은 것 다르다 하고 다를 것 같다 하니 다르고 같음이 같구나.” 세상을 달관한 듯 살았던 두 사람만이..

우리들의 그 놀라운 인연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가

우리들의 그 놀라운 인연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가. "그 어떤 머나먼 시대에서 이 시간이 왔느냐!" 다눈치오의 글이다. 광대무변한 우주의 작은 일부분인 태양계, 그 중에서도 지구는 얼마나 작은가. 지구라는 둥근 물체의 수많은 크고 작은 나라에서도 조그마한 나라에 속하고, 두 동강이로 나뉘었으면서도 그 안에서도 진보(?)와 보수(?)라는 이름으로 나뉜 대한민국의 11월 27일 이 아침에 나를 생각하고 그대를 생각한다. 우리는 어떤 억겁의 인연으로 이 세상에서 만났는가? 더구나 동시대에 태어난 모래알 같이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어떤 놀라운 인연으로 만나 같이 걷고 생각하고 기뻐하고 슬퍼하며 살아가는가? 그 근원을 알 수 없는 인연이라는 것이 시절 인연이기도 하고 평생을 함께 하는 인연이기도 하지만 긴 시간이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