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수양**/퍼온 글 234

당신의 몸짓/윤광식

당신의 몸짓 오늘도 틈새 없이 살포시 열어 주신 당신의 입술 나를 깨웁니다 오늘은 비가 오시려나 따사로운 당신의 입김으로 녹여 주시려나 하루하루 당신의 주술에 걸려 피에로 같은 광대의 삶 오늘도 그리움으로 설레게 하신다 울고 웃다 바람에 날려 파도를 타고 쪽배에 실려온 인생 당신 마술에 걸려 살았습니다 종착역도 모르는 어딘가 당신 품에 안겨 춤도 추고 노래도 하면서 힘들고 고달파도 원망할 수 없는 그리움만 안고 당신의 몸짓 따라갑니다 숱한 마술로 흔들어 채워 주신 끝없는 은혜와 사랑 바람의 세월 감사드리며 사랑합니다

단단하고 고귀한 나무는 나이테가 빽빽하다는 사실을 아는가?

단단하고 고귀한 나무는 나이테가 빽빽하다는 사실을 아는가? 겨울의 끝자락, 찬바람을 맞으며 상광 편백숲을 걸었다. 우뚝 우뚝 서 있는 편백나무 숲 사이에 쌓아놓은 돌탑과 길가에 서 있는 아름드리 오동나무들, 그 나무들을 바라보며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나무들을 생각했다. 마을마다 동구에 큰 나무가 서 있다. 대부분 느티나무들이 많고 더러는 팽나무, 소나무, 어쩌다 서어나무나 홰나무가 마을의 수호신처럼 서 있다. 봄이면 연두 빛 잎들로 치장하고 여름에는 무성한 그늘을 드리워 사람들의 쉼터를 제공하고 가을이면 온통 빛나는 낙엽으로 성장하고 있다가, 한 잎 두 잎 낙엽으로 떨어져 내리고 헐벗고 서 있는 나무, 그 나무들이 하나둘씩 단풍으로 물드는 계절, 가을은 단풍의 계절이고, 쇠락의 계절이며 봄은 새로운 ..

우리 엄마는 캄캄해도 잘 보여요'

우리 엄마는 캄캄해도 잘 보여요' 내 눈은 빛도 감별 못 한다. 일상생활 속에 별다른 조명 기구가 필요 없다. 자칫하면 몇 날 며칠 불을 켜 둔 채 지낼 위험이 크다. 자취하던 대학 시절부터 수시로 전기 전원을 확인했다. 동탄 신도시로 이사한 혜은 집에 놀러 갔다.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있는데, 문밖에서 웅성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화장실에 누구 있어? 불이 꺼져 있는데?" 막내 제부 목소리였다. 유주가 말했다. "이모부, 우리 엄마는 캄캄해도 잘 보여요." 또랑또랑한 유주 목소리에 아픈 웃음을 깨물었다. - 김성은의 《점자로 쓴 다이어리》 중에서 - * 빛 없이 사는 사람이 있습니다. 아니, 빛을 못 보고 사는 사람이 있습니다. 전등이 켜져 있든 꺼져 있든 아무 차이가 없습니다. 그 불편함을 제대로 이..

불전에 전하는 부처님 32상

불전에서 말하는 '32상 80종호'는 실제 사람의 모습이 아니라, 일종의 상형문자와 같은 것으로, 상호 하나하나가 상징적 의미를 갖습니다. 참고로 에서 열거하는 32상을 소개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1. 평평하고 안정된 발바닥 (足下平安立相) 2. 두 개의 바퀴 모양이 있는 발바닥 (足下二輪相) 3. 부드럽고 긴 손가락 (長指相) 4. 넓고 평평한 발바닥 (足廣平相) 5. 물갈퀴가 있는 손, 발가락 (手足指網相) 6. 유연한 손과 발 (手足柔軟相) 7. 두툼한 발등 (足跌高滿) 8. 사슴과 같은 어깨 (伊泥膊相) 9. 무릎까지 내려가는 양팔 (正立手摩膝相) 10. 말처럼 몸 속에 감춰진 성기 (陰藏相) 11. 넓이와 길이가 같은 몸 (身廣長等相) 12. 위로 향한 체모 (毛生上向) 13. 구멍마다 하나의 ..

상처가 많은 나무를 보면..

상처가 많은 나무를 보면 겨울 숲에서 상처가 많은 나무를 보면 마음이 짠하다. 어쩌다 저리 됐을까? 어떻게 견뎌냈을까? 비바람, 눈보라, 모진 세월을 어떻게 살아왔을까? 겨울 숲에서 상처가 많은나무를 한참 바라다 보면 울꺽 눈물이 난다. 모든 것을 받아 들이고 이제는 다 내려놓아서 더는 내려놓을 것 없는 성자가 지긋이 나를 바라보며 무언의 말을 건네고 있기 때문이다. 고독하면서도 외로운 그 오랜 세월을 견디어낸 성자! 상처받은 나무 앞에서 길위의 인문학....우리땅 걷기

지나간 다음에야 알게 된다.

지나간 다음에야 알게 된다. 흔히 말하고, 흔하게 듣는 말이 있다. “지나간 다음에야 알지, 우리가 무엇을 알겠는가.“ 나는 그렇지 않았는데, 그대가 나를 이렇게 만들었고, 그래서 ‘내 탓’이 아니고 ‘네 탓’이라고 상대방을 윽박지른다. 자신을 돌아볼 틈이 없기 때문이다. “고요히 앉아본 뒤에야 보통 때의 기운이 경박했음을 알았다. 침묵을 지킨 뒤에야 지난날의 언어가 조급했음을 알았다. 일을 뒤돌아본 뒤에야 전날에 시간을 허비했음을 알았다. 문을 닫아건 뒤에야 앞서의 사귐이 지나쳤음을 알았다. 욕심을 줄인 뒤에야 예전의 잘못이 많았음을 알았다. 정을 쏟은 뒤에야 평일에 마음 씀이 각박했음을 알았다.“ 명나라 말 진계유가 지은 에 나오는 글이다. 지나고 난 뒤에야 내가 너무 말이 많았음을 알았고, 내 마음..

술과 무상 어느 것에 취할 것인가?

술과 무상 어느 것에 취할 것인가? “부처님이 사위국 기원정사에 계실 때의 일이다. 어느 날 십대 제자 중의 하나인 사리불이 아침 일찍 일어나 마을에 나가 걸식을 하고 있었다. 그때 술에 잔뜩 취한 어떤 사람이 비틀거리며 나타나 사리불의 초라한 행색을 보고서 다음과 같은 시를 지으며 비웃었다. ‘술이 거나하게 취하여 술병을 들고 세상사를 바라보노라면 모두가 금빛으로 찬란하다네.‘ 이 시를 들은 사리불은 다음과 같은 노래를 불렀다. ‘무상의 멋에 취하여 공삼매空三昧의 병을 들고 모든 세상을 바라보노라면 여기저기가 모두 똥 천지라네.‘ 에 실린 글이다. 모두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세상을 바라보며 이말 저말을 한다. 그 말에 상처도 받고 받은 상처로 더 강하게 다져진 사람들은 더 큰 상처를 준비하여 퍼붓는..

내가 나를 안다는 것

내가 나를 안다는 것, “옷차림이 단정한 것을 ‘겉’을 다듬는다 하고, 품행이 바르고 순결한 것을 ‘속을 다듬는다. ’한다. 겉과 속을 모두 다듬었는데 어느 누가 찾지 않으리오. 옷차림이 단정하지 않은 것을 ‘겉이 게으르다’하고 품행이 깨끗하지 못한 것을 ‘속이 게으르다’한다. 겉과 속이 모두 게으른데, 어느 누가 침 뱉지 않으리오.“ 전경창全慶昌이라는 사람이 지은 ‘스스로를 경계하는 글’이다. 살아갈수록 삶이 더 어렵다. 이 나이 먹었으면 다 헤쳐 나갈 수 있어야 하고 다 통달했어야 하고 그리고 대낮처럼 환하게 세상의 이치를 깨달았을 법도 한데, 짙은 어둠이 아닌데도 길을 잃고 평탄한 길인데도 가다가 주저앉아 더듬거리며 갈 길을 찾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만큼 내가 나를 아는 것이 어렵다는 이야기이다..

내 마음의 자유는 무엇인가

내 마음의 자유는 무엇인가 늘 상 자유를 꿈꾸면서도 자유스럽지 않다고 여기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이 느끼는 공통된 생각이리라. 자유를 주어도 그 자유를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가 않고 오히려 적당히 구속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내 마음 속의 자유, 내가 꿈꾸는 자유는 과연 무엇일까? “사람들이 현자賢者에게 묻기를, 지고至高한 신이 드높고 울창하게 창조한 온갖 이름난 나무들 가운데, 열매도 맺지 않는 삼나무를 빼 놓고는 그 어느 나무도 ‘자유의 나무’라고 부르지 않으니 그게 어찌된 영문입니까? 현자가 대답했다. ‘ 나무란 저 나름대로의 과일과 저마다의 철을 가지고 있어 제철에는 싱싱하고 꽃을 피지만 철이 지나면 마르고 시드느니라. 삼나무는 어느 상태에서도 속하지 않고 항상 싱싱하느니라..

나이 들어가며 깨닫는 것,

나이 들어가며 깨닫는 것, 선생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옛것을 익히고 새것을 알면 능히 남의 스승이 될 수 있다.“ (子曰 溫故而知新 可以爲師矣) 제 2편 ‘위정爲政’에 실린 글이다. 음악도 문학도 철학도, 아니 모든 학문이 그렇다. 고전 속에 길이 있다. 선생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유由야! 너에게 안다는 것이 무엇인지 가르쳐주마.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 이것이 곧 아는 것이니라.“ (子曰 誨女知之乎 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 역시 제 2편 ‘위정’에 실린 글이다. 이것이 어렵다. 빙산의 일각을 알면서도 세상의 모든 것을 아는체 하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 나도 역시 그랬는지도 모른다. 소크라테스가 살았던 시대에도 그와 같은 사람이 많았기에 “너 자신을 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