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수양**/퍼온 글 234

그냥 내가 싫다

그냥 내가 싫다/윤 광 식 알 수 없다 어디를 가고 있는지 무심하게 길을 가고 있는데 이유 없는 외로움 뜻도 없이 하염없이 눈물이 난다 터벅터벅 부질없이 내가 가는 곳은 어디인가 잎새가 파릇파릇 노란 산수유 꽃 개나리 희고 붉은 홍매화 꽃바람 불어도 매양 그렇게 부질없는 삶의 발걸음 외로운 넋두리의 그림자 그냥 싫다 너와 나 그리고 모두 흔적마저 까맣게 지우고 싶다 무심코 걸어온 그 길 언덕 백이 불 꺼진 문 앞에 서 있는 내가 싫다

마음의 꽃

마음에 꽃/ 윤 광 식 당신은 나를 아시나요 내 가슴에 핀 사랑 마음의 꽃 사랑이란 몸으로 하는 게 아닌 마음으로 하는 거랍니다 마음은 콩밭에서 몸으로 부딪치면 상처뿐 하얀 피만 흐르는 아쉬움 하염없는 그리움만 남는답니다 가슴에 피는 꽃 볼 수 있다면 끈 풀어지는 발자국 살풋 한 꽃 냄새를 맡아갈 때 마음에 고동소리 들을 수 있지요 사랑한다고 보여질 때 살포시 다가와 도닥도닥 보듬어 가슴에 꽂는 진실한 사랑 세상 끝 날까지 영원한 마음에 꽃 당신에게 내 사랑 드립니다

그냥들어주자

그냥 들어주자 나이를 먹으면서 바뀌는 것이 어디 한둘이랴 마는, 해가 갈수록 주변에서 듣게 되는 고민의 내용이 심각해진다는 점을 유독 실감하게 된다. 천성인지 학습된 성향인지 모르겠지만 어찌 됐든, 나는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 누가 하소연하면 대책은 시원스레 마련해 주지는 못할지언정 성심껏 들어는 준다. - 김훈종의《논어로 여는 아침》중에서 - * 귀가 둘이고 입이 하나인 이유가 있습니다. 말하기보다 듣기를 배로 하라는 뜻입니다. 누군가에 하소연하는 것은 해결책을 원해서라기 보다 그저 답답함을 호소하고 싶기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스스로가 답을 찾게 됩니다. 원형극장 계단 아래 사는 꼬마 현자 모모처럼. 그러니 그냥 들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보성스님 법문 ─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기도할 것인가

이제 기도성취의 또 다른 예를 들어 기도하는 우리의 마음가짐을 가다듬어 보고자 합니다. 지리산은 문수보살의 상주도량(常住道場)이요, 그 중심은 칠불사(七佛寺)라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김해 김씨의 시조인 김수로왕의 일곱 왕자가 출가하여 모두 도를 깨쳤다고 하여 절 이름을 '칠불사' 라 하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칠불사는 6.25 사변 전후로 모두 소실되어 겨우 명맥만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곳에 통광(通光)이라는 스님이 찾아왔습니다. 스님은 칠불사 밑의 범왕리 출신으로 칠불사의 중창을 다짐하며 천일기도를 시작했습니다. 동시에 스님은 '지리산 칠불 복구위원회'를 만들어 여러 곳을 다니며 권선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뜻과 같이 복구에 필요한 돈은 모이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쌍계사 주지인 고산(豈山) 큰..

박목월 이별시

이별의 노래/박목월 시 기러기 울어예는 하늘 구만리 바람은 싸늘 불어 가을은 깊었네 아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한낮이 끝나면 밤이 오듯이 우리의 사랑도 저물었네 아~아~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산촌에 눈이 쌓인 어느 날 밤에 촛불을 밝혀두고 홀로 울리라 아~아~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1952년 6.25 전쟁이 끝나갈 무렵 박목월 시인이 중년이 되었을 때 그는 제자인 여대생과 사랑에 빠져 모든 것을 버리고 종적을 감추었다. 가정과 명예. 그리고 서울대 국문학과 교수 라는 자리도 버리고 빈손으로 홀연히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 자취를 감추었다. 그는 '북한에 '김소월' '남한에 '박목월' 견주는 시인이 있을 정도로 한국의 정서를 대표하는 서정 시인이다. 오랫동안 잊히지 않는 것이 박목월 시인의 사랑 이야기다. ..

내가 살아보니까

[내가 살아보니까] 내가 살아보니까 사람들은 남의 삶에 그다지 관심이 많지 않다. 그래서 남을 쳐다볼 때는 부러워서든, 불쌍해서든 그저 호기심이나 구경 차원을 넘지 않더라 내가 살아보니까 정말이지 명품 핸드백을 들고 다니든, 비닐봉지를 들고 다니든 중요한 것은 그 내용물이더라 내가 살아보니까 남들의 가치 기준에 따라 내 목표를 세우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고, 나를 남과 비교하는 것이 얼마나 시간 낭비고, 그렇게 함으로써 내 가치를 깍아 내리는 바보 같은 짓인 줄 알겠더라 내가 살아보니까 결국 중요한 것은 껍데기가 아니고 알맹이더라. 겉모습이 아니라 마음이더라 예쁘고 잘 생긴 사람은 T.V에서 보거나 거리에서 구경하면 되고 내 실속 차리는 것이 더 중요하더라 재미있게 공부해서 실력쌓고, 진지하게 놀아서 경험..

있을때 잘해

있을 때 잘해 / 윤 광 식 엊그제 느닷없이 팔다리 맥이 쭉 빠지고 늘어지며 속이 니글니글 어지럽고 배는 고픈데 먹을 것은 만만찮고 집안에 있다는 게 싫고 울화가 치밀어 견딜 수가 없다 그래 종로 3가 약 반계탕을 먹자 지팡이에 의지하며 찾아가 먼저 나온 인삼주 한잔 허겁지겁 그릇을 비우고 약방으로 달려가 강력 피로회복제 복합해서 먹고 나니 살살 기력을 찾으며 25년 전 개고기 몇 근 사달라는 아버지 생각 내가 출근하고 나면 장 뚝배기에 끓여 놓고 간간이 드시는 모습 나도 아버지의 그때 그 나이가 되어 한 걸음씩 아버지의 전철을 밟고 있다 홀로 늙어간다는 것 먹을 것을 마음대로 챙겨 먹는다는 게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가 만사가 귀찮고 맛도 없고 혼자 먹으려고 고기를 뜯는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기에......

인터넷에 떠도는 글

이태원 사망자 유가족 협의회에게 ... 나라를 지키다가 돌아가신분의 명예를 지키고, 소방관의 명예를 지키고... 타인의 목숨을 구하다가 돌아가신분의 명예를 지키고... 어디에 해당 하나요? 당신들의 자식은? 그 시간에도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고 아르바이트하는 수많은 젊은이들이 그 서양귀신 놀이는 쳐다 보지도 않았다는 것을 아시나요? 부끄러운줄 아십시요. 부모가 책임못진 자식을 국가가 어찌 책임질 수 있나? 정부가 이태원에 모이라고 했나? 국가를 구하다가 전사를 했나? 할로윈이라는 어린이들 사탕나누기를 핑계로 이태원에서 놀려고 모여든 당신들의 아이에게 책임이 있다. 등산가다 죽은 것, 물 놀이 하다 죽은 것, 모든 죽음이 다 국가 책임인가? 국가에 책임을 묻는다면 일년 사망자 50만명, 1일 1500-200..

그대는 어느 때 글을 쓰는가?

그대는 어느 때 글을 쓰는가?/신정일 사람은 어느 때 우는가? 그 물음을 자연스럽게 표현한 사람이 조선 후기의 문장가인 초정 박제가였다. “슬픔이 지극하면 우는 것이지 어찌 미리 울려고 마음먹어서랴” 그의 말처럼 슬픔이 지극해지면 흐르는 것이 눈물인 것이다. 그렇다면 좋은 글은 어느 때 쓰는가? 그 물음에 답한 사람이 명나라 말의 걸출한 사상가인 이탁오였다. “세상에서 진정 좋은 문장을 쓴 사람들이, 처음부터 모두 글을 쓴다는 생각은 아닐 것이다. 그 가슴 속에 무어라 할 수 없는 이상한 것이 있고, 그 목에 토하고 싶지만 토해낼 수 없는 그 어떤 것이 있고, 또 그 입에 말하고 싶지만 말 할 수 없는 것이 있어, 그것이 아주 오래 쌓이게 되면 도저히 막을 수 없는 지경이 된다. 그러다가 어느 날 문득 ..

아버지의  눈물/이채

아버지의 눈물/이채 남자로 태어나 한평생 멋지게 살고 싶었다.옳은 것은 옳다고 말하고 그른 것은 그르다고말하며 떳떳하게 정의롭게 사나이답게 보란 듯이 살고 싶었다. 남자보다 강한 것이 아버지라 했던가.나 하나만을 의지하며 살아온 아내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을 위해나쁜 것을 나쁘다고 말하지 못하고아닌 것을 아니라고 말하지 못하는 것이 세상살이더라. 오늘이 어제와 같을지라도내일은 오늘보다 나으리란 희망으로 하루를 걸어온 길 끝에서 피곤한 밤손님을 비추는 달빛 아래 쓴 소주잔을 기울이면 소주보다 더 쓴 것이 인생살이더라. 변변한 옷 한 벌 없어도, 번듯한 집 한 채 없어도내 몸 같은 아내와 금쪽같은 자식을 위해이 한 몸 던질 각오로 살아온 세월애당초 사치스런 자존심은 버린 지 오래구나. 하늘을 보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