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을 때 잘해 / 윤 광 식
엊그제 느닷없이
팔다리 맥이 쭉 빠지고 늘어지며
속이 니글니글 어지럽고
배는 고픈데 먹을 것은 만만찮고
집안에 있다는 게 싫고
울화가 치밀어 견딜 수가 없다
그래 종로 3가 약 반계탕을 먹자
지팡이에 의지하며
찾아가 먼저 나온 인삼주 한잔
허겁지겁 그릇을 비우고
약방으로 달려가 강력 피로회복제
복합해서 먹고 나니
살살 기력을 찾으며 25년 전
개고기 몇 근 사달라는 아버지 생각
내가 출근하고 나면 장 뚝배기에
끓여 놓고 간간이 드시는 모습
나도 아버지의 그때 그 나이가 되어
한 걸음씩 아버지의 전철을 밟고 있다
홀로 늙어간다는 것
먹을 것을 마음대로 챙겨 먹는다는 게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가
만사가 귀찮고 맛도 없고
혼자 먹으려고 고기를 뜯는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기에....
그대여 같이 동행하는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 가를 혼자서 겪어봐야
그리움을 알아갈 때 이미 때늦은 후회
있을 때 잘해라는 노래가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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