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5/17 3

꽃피는 시절에 꽃을 꺾으며,

꽃피는 시절에 꽃을 꺾으며.. 길 가다 꽃을 보면 꺾고 싶고, 길 가다 과일나무를 보면 또 따먹고 싶습니다. 그래서 꺾거나 따 먹으면 같이 가던 사람들이 질겁을 하며 놀래기도 하는데, 예쁜 꽃들이 피어 있는데 “아무도 꺾어주지 않으면 얼마나 서운해 하겠는가“ “맛있는 과일이 농익었는데 아무도 따 먹지 않으면 얼마나 서운해 하겠는가” 하고 나는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으며, 옆에 있는 사람들의 곱지 않은 눈살에 이것이 아닌가 생각도 해봅니다. 이 세상에 태어나 살아가는 동안 어쩌면 그리 지켜야할 금기禁忌들이 많은지, 하지만 나만 그런 게 아닙니다. 옛 시인도 나처럼 꽃 한 가지 꺾고서 시 한편을 남겼습니다. “꽃가지 꺾어 술잔을 헤었더니 꽃가지는 남았는데 사람은 이미 취했네. 그대여 꽃송이 많은 가지 그냥 남..

녹음

푸르름이 가득하다 해서 다 푸르름이 아니다 나무도 살아가려는 몸부림이다 나뭇가지에 잎을 틔워 그늘을 만들고 새는 다정히 몸을 비빈다 인생도 한때 푸르르다가 노을빛 이 물들더라 저 새는 또 한 번 사랑을 이야기하다가 긴 겨울을 지나고 다시 꽃이 피는 나무도 바람에 흔들리며 우뚝 키를 키우더라 사람도 사람답게 살다가 남겨놓을 게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지나온 세월이 무상하다 느낄 때는 이미 어둠은 밀려오고 작은 불빛 같은 사랑도 그리워지더라 푸르름만을 기억한다면 어찌 인생이라 말하랴 그냥 웃으며 빈 하늘을 바라보라 그 하늘 끝 그 사라진 지난날이 보이더냐 녹음 가득한 세월은 다가오고 지나간 날은 더 그리워진다 오늘 노을빛 가득한 날 강가를 거닐다가 하나 집어 들었다 "아하 너였구나 내게 행복을 준 사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