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수양**/나의 일기

오늘의 일기(23.5.14)

빈손 허명 2023. 5. 14. 17:33

오늘은 느지막이 일어나 약초 순을 뜯으러 가기로 한 날이다

10시 30분에 집을 나서 어디서든 점심을 먹어야 하는 어중간한 시간이 되어 버렸다

"우리 점심 뭐먹을까?"

"아무거나 먹어요"

"아니 아무거나가 어디 있나 당신 좋아하는 메기 매운탕이나 먹고 갑시다"라며 청도 동곡에 메운탕 잘하는 집에 찾아 갔는데 일요일이라 쉬는 날이다.

나는 주차를 하고 오니 아내는 옆집 중국집에서 간단히 먹자고 들어 가서 따라 들어가 뭘 먹을까 고르는 폼이 영 못마땅한 표정이다

사랑꾼으로 소문난 내가 일어서며 "당신 좋아하는 메운탕 먹으러 갑시다"하며 나오니 따라 나온다 

조금 떨어진 매운탕집으로 들어가 메기 매운탕을 주문하고 자리에 앉아 주위를 보니 자리가 거의 만석이다

불경기니.. 어렵니.. 하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지금 우리나라는 가는 곳마다 만원이고 인산인해를 이룬다

지역경제가 돌고 내수 경제가 활성화되는 것으로 좋은 일이라 생각이 든다 

잠시 후 탕과 점심상이 차려지고 나는 국자를 들고 메기탕을 한가득 퍼주며 "내 애기가 좋아하는 것인데 많이 먹어"라고 했더니 해맑게 좋다고 웃는다 서로 바라보며 웃는 모습도 어느 정도 지금의 나이가 들어 더 행복한 시간인 듯하다

언제나 수동적으로 남편만 따라오는 아내

아직 한 번도 나를 리드한 적이 없는 순종적인 아내

운동을 가도 꼭 내 뒤에서 졸졸 따라만 오는 아내다

언젠가 내가 먼저 떠나면 혼자 어찌 살려는지 참으로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그렇게 점심을 먹고 숲 속으로 온갖 약초 새순을 찾아왔다

지난주 쑥떡처럼 견과류를 넣고 떡을 만들었는데 맛을 본 사위와 제수씨 사무실 상근이사가 이구동성으로 너무 맛있다고 해서 좀 더 만들려고 산속의 깨끗한 새순을 잡으러 온 것이다

재피순, 사이질방, 칡순, 익모초, 망개, 산초잎, 우슬, 달맞이 등등 보이는 데로 잡고 내려와 떡에 넣을 견과류를 사러 이마트에 들렸다

쇼핑을 하며 우리 몸에 좋다는 파인애플을 한통 집으니 뭐 하려 사느냐고 하는 과일은 수박만 좋아하는 아내의 핀잔에 "우리 과일도 먹는 문화인이 좀 됩시다 "라며 파인애플 한 통 방울토마토 한 통 샀다.

그리고 떡에 넣을 견과류와 내 팬티 2장 또 약초가 맺어준 인연이 보내준 "천연 비아그라 가지더부살이" 술 담글 담금주를 카트에 담고 계산대로 왔다

무인계산대에 들어가려니 옆에 줄도 많이 안 섰는데 아내는 유인계산대로 가자고 한다.

요즘은 어디를 가나 무인창구가 많다 고속도로 휴게소에도 무인으로 음식을 주문하고 식당에는 로봇 서빙까지 하고 있다. 이런 시대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자꾸만 mz세대가 하는 데로 따라 하고 흉내를 내 보아야 하는데 아내는 새로운 것이 두려운가 아니면 그냥 하던 대로 무의식적으로 하는 걸까?

아무튼 아날로그 아내의 고집대로 유인계산대에서 계산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며 "울 애기가 좋아하는 수박이라 하나 사지"라고 하였더니 아직은 철이 아니고 가격도 만칠천 원이나 해서 사지 않았단다

그럴 줄 알았으면 내가 한통 가지고 올걸... 생각하며 그게 아까워 먹고 싶은 것도 참고 돌아 나온 알뜰한 아내다

이번 여름 수박 실컷 먹도록 사주리라 생각하며

저녁은 어버이날 못 온 아들 내외와 오리고기 먹기로 하여 그 시간까지 쉬면서 오늘의 일기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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