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수양**/바우

찔레 꽃 향기

빈손 허명 2023. 5. 8. 18:48

내가 살아온 세월은 79년이다
매년 맞아하는 어버이날 부모님 산소에 찾아가 소주 한잔 올리고 잠시 앉아 하늘 한번 올려다 보고는 내려 옴이 일과 처럼 되어있었다
비가 3일 계속 내리더니 오늘 5월 8일 어버이 날은 햇살이 눈부시게 빛나는 날이다
아내에게 "어머니 산소에 성묘 하고 올께.." 라고 말하고 아침을 먹었다
아내가 포 소주 등등을 준비하여 종이 가방을 건네주었다
가는 길에 큰 마트 에 가서  과일 몇 개 사서 담고 갔다.
사실 돌아가신 부모님이 드실 과일은 아니다. 아무리 좋은 음식을 차려 놓은들 부모님이 그것을 드실 일도 없기에 고향을 지키고 늙어가는 형수에게 전해줄 것들이다
차를 세우고 부모님 산소에 오르는 길 몫에 풀들이 무성했다
찔레 새 순이 포동 하게 솟구처 있는 게 보였다. 어릴때 찔레 순은 간식거리 였기에 그것을 잘라 잎을 따버리고 입안에 넣고 씹어보았다
알싸하고 달콤한 찔레 순 의 맛이 입안에 퍼져 그리운 옛날 어린 시절로 나를 되돌려 놓는 듯했다
하얀 찔레 꽃이 향기를 내뿜고 햇살 아래 미소를 보내는 것이 내가 부모님을 그리워 하는 것을 환영하는 듯하여 마음이 흐믓했다. 어느 노 가수의 찔레 꽃  노래가 들이는 듯했다. 찔레 꽃  이라 하면 그리운 지나온 날로 돌아가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찔레 꽃 붉게 피는 남쪽 나라 내 고향......" 아주 오래된 유행 가 의 가사다.  누나는 이 노래를 잘도 불렀다. 하얀 무명 저고리를 입었어도 박꽃 처럼 하얀 달덩 이 같은 누나가 시집을 가기 전 봄이 되면 잘도 불렀던 노래를 나는 기억한다. 누나와 12살 차이로 누나가 바쁜 엄마 대신 하여  나를 감싸 안아 주었던 누나다
단독에 살 때 누나가 사다 준 붉은 찔레 꽃 이 봄이면 붉게 꽃을 피워 하얀 찔레 꽃 만보던 나를 감동 시켰다. 그 꽃의 새순 을 잘라 꺽꼿 이 를 하여 이웃집에 나누어 주기도 했지만 아파트로 이사온 후 그 찔레 꽃 피는 나무는 베어지고 헐어지고 하여 흔적조차 남아있지 않다. 치매로 살다 낙상 을 해 큰 수술 을한 누나가 요양병원 에 적응하지 못한다고 소식 이와 가슴이 아프다 
 
계속되는 비로 인해 부모님 봉분 이 조금은 느슨해져서 그 부분을 발로 밟아 다짐을 하다가 부모님 산소를 내 살아생전 에 정리 해야 한다는 생각을 멈추었다. 사실은 올해 윤달에 하려다 미루었다. 내가 하는 일들이 원만하지 않아 비용이 투자 할만 하지 않았기에 다음으로 미루었다
"어머니 아버지..다음에 화장으로 모셔 드릴께요.." 약속을 지키지 못함이 마음에 무거운 짐을 지워진듯 해 절 을할때 눈물이 가득 고여 한참을 그대로 있었다.
저 앞에 오갑산 이 늠늠 하게 서있고 청미천 이 유유히 흐르는 명당을 아버지는 미리 잡아 놓으시고 당신이 돌아가시면 잠드실  곳으로 점지 해 두셨던 양지 바른 산 언덕에는 오늘도 햇살은 뜨겁게 비춰주고 있었지만  작년에 베어내었던 아카시야 가 키를 키우고 칡덩굴이 작은 형이 심어 놓은 은행나무를 칭칭 감아 올라 낫으로 잘라버렸지만 봄이 깊어지면 다시 또 감고 올라가 군림 하려 할 것이다 
 
부모님 께 하직 인사를 드리고 내려와 고향을 지키는 작은 형수를 찾아갔다. 아무 소리도 없이 고요한 집안에 문을 열고 사 가지고 간 바나나, 참외, 오랜지, 를 마루에 내려 놓고 문을 닫고 나오려는 데 늙은 형수가 방문을 열고 나왔다. 
먼저 형을 하늘나라로 보내고 혼자 텅빈 집을 지키는 형수는 외로움에 지친 낡은 모습으로 나를 반겼다. "뭔 것을 이렇게 많이.." 나는 "경로 당 에라 도 가시지" 라고 말했다
시골은 경로 당에도 농번기 에는 텅텅 비어 가도 외롭기는 같다고 말했다.
앞집 내외도 요양 병원에 갔다며 서울 누나의 소식을 들었다며 눈물을 찔끔 흘렸다
"어제 소식 듣고 한참을 울었다" 는 형수의 마음을  이해했다. 혼자 남고 외로움이 가득한 현실은 살아있어도 즐거움은 그리 많이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조카들도 모두다 제 집에서 제 자식들을 위해 살아감이 버거운 세월이다.
돌아오며 뒤를 돌아보니 허리 굽은 형수가 가라고 손짓 을 했다. 내가 군에 가려고 어머니를 찾아 고향 집에 갔을 때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며 내가 돌아가는 길을 오래 따라와 나는 들어가라며 어머니가 더 이상 따라오지 않게 했었다. 언덕 위 에서 돌아 가지 않고 나를 향해 손짓 을 하던 어머니 모습이 아른 거렸다 
 
찔레 꽃 향기는 아련하다. 근처에 가면  벌들이 유독 많이 꽃 주변에 날아들어 코끝을 대기는 어려워도 향기 만큼은 많이 퍼져 근처에 만 가도 향기가 흘러 들어왔다. 찔레 꽃 순을 씹으며 나는 하염없이 나를 막내로 낳으시고 애처롭게 바라보시던 부모님의 모습을 생각했다. "네 형은 모래밭 에두어도 살아갈 것이지만 너는 어찌 살고.."어머니의 나를 향한 사랑은 끝없이 넓고 큰 바다였고 드넓은 하늘 이였다. 
 
나도 아들 딸  하나 씩 자식으로 두고 그 아래 손주를 각각 두 명 이나 두었다. 내리 사랑이라고 손주가 귀여워도 다 큰 자식들에 보낸 사랑은  이미 뒤로 밀려있다.
안타까이 바라보는 사랑 가득한 눈길들이 아직도 나의 주변에 맴도는 것도 나는 알고있다. 사랑은 찔레꽃 향기 같은 것이라 생각한다. 보일 듯 보이지 않고 가슴으로 파고드는 진하지 않은 잊혀지지 않는 향기 같은 찔레꽃 이 부모님 영댁 주변에 피어올라 새 순 으로 내 입안에 쌉사름 한 눈물 나는 추억을 꺼내주고  부모님 사랑을  다시한번 깊게 그리워 하게 하는  고마운 그리움의 꽃이다  
 
오늘 어버이날 카카오 톡 으로 문자를 보낸 많은 사람들 중에 아련히 가슴을 적시는 이름을 기억한다. 그 이름에게 나는 다짐한다. 영원히 내 가슴에 안고 갈 것이라는 약속이다.나도 아버지가 되어 아침 아들의 안부 전화가 기분이 좋듯 오늘은 아버지 어머니가 무척 그리운 날이다. 아버지 어머니  이 세상에 태어나 이렇게 살게 해 주심 에 감사드립니다.

 

'**심신수양** > 바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토요일은...  (2) 2023.05.26
오월의 오후  (0) 2023.05.08
가정의 달에...  (2) 2023.05.07
그냥  (0) 2023.05.06
생일날  (0) 2023.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