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수양**/바우

생일날

빈손 허명 2023. 5. 1. 15:58

** 생일날  ** 
 
인생 길 79 키로 를 걸어왔다
어렸을 때는 엄마 등에 업혀 걸었고
혼자서 걷기 시작 할 때부터 지금껏
많고 많은 길을 걷고 강과 바다를 넘으며 
인생이라는 멀고 먼 길을 건너 걸었다
때론 아품 의 길도 있었고 기쁨과 슬픔의 길도 있었다
가끔 하늘을 날을듯 한 환희도 
땅이 꺼질 듯 한 좌절도 모두다
진한 추억의 한 페이지가 되었다
아들이 제 식구 를 데리고 다녀가고
딸도 제 식구 를 데리고 다녀갔다
삶은 무한한 기대를 하나하나 지워가며 
여기까지 나를 데려다 놓고 지나간다
바람이 부는 봄 내 생일날
내 어머니의 그리운 얼굴이 보고 싶었다
46세 늦둥이를 품고 사셨던 진한 농부의 아내
무명 옷 자락은 흙 먼지에 젖고
혼자서 무던한 삶의 길 위에서 얼마나 진한 고통이 였을까
우리 형제 칠남매 그 작은 몸에서 태어나
모두다 잘 키워주셨던 아버지 어머니
어느덧 이렇게 많은 세월은 흘러갔다
아버지 어머니 계실 저 그리운 오리온 별 빛을 바라보며
언젠가는 달려가 그 어린시절
엄마품 에서 어릿광 부리듯 안기고 싶음에
문득 잊고 있던 그리움 하나 가슴에 별이 되어 안겨왔다
돌아보면 아득히 먼 아득한 길
바라보면 끝이 보일 것 같은 아지랭이 가득한 세월
나와 마주앉은 아내의 얼굴을 바라본다
곱디고왔던 얼굴에 잔주름이 하나둘 늘어나고
내 한쪽이 되어 같이 걸어온 그 길의 노을 빛 사랑도
한줄 한줄 이어가며 살다가
이젠 아무런 미련조차 없이 가벼운 한줌 바람 되리라
생일날  다른날과 같은 시간의 길위에서
오늘도 아내랑 한시간 반을 걸으면서 길가에 풀꽃을 꺾었다
꽃병에 꼿고 바라본 오늘 내 생일은  4월의 마지막 날
내 숨이 멈추는 그날까지는
열심히 사랑하고 열심히 바라보며 살리라
사는 거 뭐 별것 아니다
모두다 그렇게 살다
소리없이 사라지는 바람속에 한줌먼지 같은 것
해방되던 해 그 봄 열 하루가  내 생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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