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수양**/바우

형님과 아우님

빈손 허명 2022. 2. 27. 22:23

"아우님..."
처음으로 아우님이라 불러본다
거의 나에게 형이라고 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름을 부르거나 아이 이름에 아빠 라는 말을 덧부쳐 불렀기 때문에 아우님 이라는 호칭을 불러보진 못했다

삶에 일부가 된 인터넷 때문에 만나 서로의 호칭을 불러주는 사람이 생겼다
어느 사람은 조은형이라 부르기도 하고 어느 사람은 형님 이라며 나이많은 나를 불러주어 나도 그들을 아우님이라 불러주었다
우리 사는 세상에 호칭은 정겨운게 많다
그중에 아우님이란 말은 손아래 사람을 반갑게 맞이하는 호칭으로 쓰여져 격을 높여주고 정을 돈독하게 해주는 말이 되어 버렸다
세상이 아무리 삭막하다해도 어디서나 착한 사람..사람 냄새를 풍기는 사람은 많이 있어 그들의 삶을 들여다 볼 기회는 없지만 그들의 글을 읽고 삶은 반추해 보면서 서로의 공통점을 찿아내고 그것에 대한 공감대를 유지하며 발전해 나가다 보면 호형 호제 를 하게 된다
난 아우님 이란 말을 아주 정겨운 말이라 생각하며 동생 이라는 정확한 발음의 표현보다는 고향 사투리 인 동상 이란 말로 즐겨 부른다
동생이라 불러달라는 사람 에게도 그 이름이 불려지기가 좀 쑥스러우면 아우님 이라 불러주면 그 역할이 충분한 효과를 본다

나이든 큰형을 어머니는 자네 라 불렀었다
큰애야 하며 살았는 데 어느날 큰애라는 말이 사라지고 자네 란 높임호칭을 부르는 어머니에게 궁금증을 물어 보려다가 물어보지 못한일이 있었는 데 지금와 생각하니 아들도 나이가 들어 같이 늙어가면 큰애가 아닌 자네 라는 공대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손윗 형에게도 어릴적에는 이름을 불렀었다
어느날 아버지에게 큰 꾸중을 듣고는 형이란 이름으로불렀는 데 지금은 그 형이라는 단어의 힘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알게 되었다
형이 없는 사람이 형이라 부르기를 소원한다면 기꺼히 들어주기로 마음을 먹었다
내가 나이들어 형 소리를 듣기 보다는 주로 할아버지 소리를 듣는 것을 좋아했지만 모처럼 듣는 형이란 말은 절절히 정이 넘치는 듯 가슴으로 금방 밀려드는 밀물과도 같았다

아우님.....
말을 놓기가 좀 어색할때는 존칭을 쓰면서 서로의 대화를 이어 갈수 있는 것인듯 남남으로 만난 세상의 뜰에서 나이가 좀 많다며 형 대접을 받는 것은 여간 무거운 게 아니다
살아온 삶이 그들보다 우월한 것도 아니고 학식이나 교양이 높은 것도 아닌데 나이가 많다는 것 하나로 형이란 말을 듣는 것에 대한 작은 부담도 있다
그러나 마음을 나눔이 그리 어려울게 없다면 아우님 이나 형님 이라는 말의 존재 가치는 사람냄새를 풍겨주는 유일한 수단이 되어 사람과 사람의 사이를 정겹게 사람냄새로 채워 줄수 있다고 생각한다
고향에서 같이 지내는 아우가 맨처음 나를 부를 때 "성 " 이라는 고향 사투리였다
형이 아닌 "성" 이라는 그 정든 소리를 듣고는 그를 친동생 처럼 가까이 했다
그의 순수함이 좋았고 그가 나를 부름에 형이란 말보다 오래도록 살아온 우리 고장의 사투리 인 "성 " 이라는 말에 더욱더 친근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를 만나면 나는 그의 이름을 부르지만 그는 "성 " 이라는 말로 나를 부른다

작은 것 작은 이름 하나에도 사람의 느낌을 좌우하는 게 말인 듯하다
아우님.... 전화를 들고 난 서슴없이 아주 큰 소리로 이름을 대신해 그들에게 내 의사를 분명히 하는 말을 들려준다
작게 말하기 보다는 큰소리로 말함으로 그에대한 신뢰를 줄수 있어 좋다 생각한다
"아우님....잘있었지요..."
"네...형님....건강하시지요..?"
자주는 아니래도 가끔식은 그렇게 마음을 열고 서로를 바라보는 시간이 있어 즐겁다
집요한 부름이나 집착에 얼룩진 이름이 아닌 가슴으로 그리운 듣고싶은 말 을 들려주는 것이 행복이고 듣고 싶은말을 듣게 해주는 게 고맙기 때문이다
세월이 가면 갈수록 점점 줄어드는 게 만나는 사람의 수 이다
어느날이 가면 내 아내랑 내 아들 며느리 손주만 보고 살수 도 있겠지만 아마도 지금 "성 "..아니면 "형..."이라 불러주는 사람들은 늦게까지라도 오래오래 나를 즐겁게 해줄 "형님 " 이란 말로 나를 불러 줄것이다

설 선물을 보냈더니 손윗 형이 전화를 걸어왔다
'형이다...네가 보낸 선물이 왔다...**엄마는 괜찮으냐..? 네가 잘 해라..."
아내의 안부를 물어주는 형이 좋다
나도
"형 아픈것은 어때요...형두 몸조심 하구...잘 지내세요..."
라며 전화를 끊었지만 형이 된다는 것과 아우 가 된다는 것은 큰 축복이며 큰 의무감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형이라는 이름과 아우라는 이름이 주는 책임과 의무 는 우리가 말로는 표현하지 못하는 끈끈한 정이라는 게 석여 있어야 제 역할을 할거라 생각한다

나는 그 책임과 의무를 다 하리라 생각한다
내게 형이라 불러주는 사람에게 아우님 이라 불러주며 돈독한 우정을 오래오래 나눌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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