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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에게 배우는것/구흥서

빈손 허명 2022. 2. 16. 20:33

손주에게 배우는 것


방학이라고 몇일 쉬지도 못한다 해 보고 싶다고 애걸하듯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유치원도 학부모가 방학을 줄이라 해서 일주일 정도만 방학이라 이름을 지었다고 아이들부터 경쟁의식을 키우는 듯해 마음이 좀 그랬다
그래도 너른 집안을 채우는 아이의 웃음소리가 있어 사는 맛이 난다
맨날 늙어가는 아내와 큰 집을 지키는 게 미안했었다
밖에 나가면 할 일이 너무 많이 있지만 8월의 무더위는 금세 그늘 아래 쉬고 싶게 만들어 마당에 풀을 뽑는 것도 미루고 붉게 익는 고추만 아침 일찍 선별하여 따다 채반에 널어 말린다
농삿일도 만만치 않은 경륜이 필요하다
상추는 꽃대가 오르고 노란 꽃을 무더기로 피워 일부러 야생화를 심지 않아도 될듯하다
자라는 동안 잎을 따서 먹게 하다 저리 실하게 많은 꽃대를 세우고 꽃을 피워주니 여름 야생화가 따로 없다
장마가 끝났으니 가을배추를 심어야 하고 새로 새 씨앗을 뿌려 야 한다
나이듬이 이렇게 무력해지는 것인 줄 진작에 알았다 해도 어쩔 수는 없다고 생각했지만 건강만은 매일매일 밥을 먹듯 진행하고 반복하여 운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숲 속에 집을 지어 산 모기가 많이 있다
한번 물리면 가차 없이 불룩불룩 튀어나온 피부에 진물이 난다
모기약을 뿌르고 모기향을 늘 상 피워 놓지는 못해도 방충망으로 무장을 했다
손주를 기다리는 마음이 바쁘다
손주가 다녀가면 팔과 다리에 모기의 흔적을 남겨 손주가 차에서 내리면 아예 손주를 안고 뛰다시피 긴 입구를 건너 집안에만 있게 한다
"할아버지 ...사랑해요..쪽``!!"
제 에미가 시켰겠지만 퇴근하는 나에게 달려들어 나를 안고 내 볼에 쪽 소리 나도록 뽀뽀를 해주면 어느 행복보다 큰 행복이 밀려온다
못 본 사이에 많이 컸다
손주가 일본에서 몸에 밴 습관 하나를 잊지 않고 있어 현관에 신발을 정리하는 일을 꼼꼼히 살핀다
신발을 벗어 놓고 신발 끝을 안쪽으로 하는 게 우리들 습관이었는 데 손주는 신발의 끝을 밖으로 돌려 정리가 끝나야 집안으로 들어온다
언젠가 일본 학생들이 우리나라에 수학여행을 와 신발을 정리하는 게 뉴스에 나온 걸 본 적이 있었다
일본에 아들이 살대는 집이 너무 좁아 신발을 벗어놓고 정리할 공간도 없었는 데 아들이 귀국하였어도 손주는 유치원에서 배운 그 습관 하나를 잊지 않고 있다
가지런히 놓여진 현관의 신발을 보곤 정리 정돈을 잘하게 손주를 키워준 며늘 아이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아주 작은 습관 하나도 손주에게 배울 수 있음은 늙어가는 우리들의 삶 속에 새로움이다
책을 읽고는 제자리에 두기
떼쓰지 않기, 한 줄로 서서 기다리기, 큰소리로 말하지 않기, 음식점에서 뛰거나 소리 지르지 않기,..등등 아이 같지 않은 손주가 너무 어른스러운 게 아닌가? 하난 염려도 가끔은 되지만 일본에 사는 4년 동안의 습관 중 잊지 않고 기억하며 조신하게 크는 걸 보며 자못 대견함을 마음에 채웠다
사는 문화가 우리와는 다른 사회에서 의 생활은 지나친 개인 위주의 우리의 삶과는 좀 달랐기에 손주의 솔선하는 모습에 자못 흐트러졌던 내 삶의 시간을 되돌려 보며 나 역시 신발을 벗고 신을 때 손주가 한 무언의 행동을 생각하며 그걸 따라 하고 있다
손주를 바라본다
맑고 고운 저 눈동자에 좋은 것만 보여주며 살게 해 주고 싶다
앞으로 살아갈 우리나라의 입시 경쟁 속에서 뒤처지지 않고 진학을 하고 취직을 하고 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세상이 보이는 듯해 마음이 좀 답
"내가 아프지만 않았어도..." 그렇게 한탄을 해보기도 했었다
그래도 아주 곱고 맑은 눈으로 제게 다가오는 시간들을 영리하게 잘 소화를 해준다 하니 대견스럽다
"건강이 제일이다.."
손주를 사랑하는 마음을 어디다 비교할 수 있을까?
"음악학원도 보내야 하구 미술학원도 보내야 하구..."
며늘 아이는 벌써 손주의 공부할 준비를 끝낸듯하다
내가 하루를 사는 시간은 이미 모두 다 경험한 시간이고 손주가 앞으로 살 시간은 미지의 시간이다
내가 지나온 전쟁과 격동의 세월이었지만 손주에게 만은 그런 험한 세월이 없기를 늘 기원한다
푸른 초원에 여유롭게 자유로운 천리마처럼 만끽하는 세상을 갖게 되길 바랬다
늘 그리운게 있다면 이쁘고 귀여운 손주를 바라보는 것이지만 시골에서 의 삶은 세월의 흐름에 뒤쳐진다며 도시로 나간 아들에 의견에 나의 고집을 꺽는다
그래 젊을 때는 도전하고 경쟁하는게 제 몫을 하는 거야
그 시간이 지나면 또 모든 세월의 흐름 속에 스쳐간 우리의 선조들처럼 그 길을 받아들이며 걸어올 것 이기에 지나친 간섭을 하지 않는다
하루의 일상은 거의 같다
내일까지는 손주로 인해 더 들뜨고 행복할 것이지만 손주가 가면 다시 같은 일상 속에 아내의 숨소리와 느린 몸으로 음식을 만드는 소리에 흐뭇한 느린 시간을 보낼 것이다
그래서 사람은 늙어가도 그것을 서럽다 말하지 않는 것인지 모른다
자연의 이치는 몸에 배여 진 듯 노력하지 않아도 다 알게 되며 자연에 동화되어 스러져 가는 것 같다
그 뒤를 저리 이쁜 손주가 대신 커가며 이어 올 것 이기에 손주에게 배운 것을 좀 잊는 다 해도 그리 미안하지는 않을듯하다
손주야!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할아버지 할머니가 살아온 것처럼 그 보다는 더 많이 넓고 큰길을 갈 수 있게 되길 바란다
지금처럼 난 행복했으면 좋겠다
너로 인한 우리의 행복이 오래 유지되었으면 좋겠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더 많이 사랑한다
늘 사랑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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