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수양**/바우

죽음이후..

빈손 허명 2022. 3. 20. 20:43

어젯밤 꿈자리가 조금은 번거로웠다.

돌아가신 형이 보이고 이것저것 마음에 걸리는 게 있어 아침 고향에 홀로 남은 형수를 보러 갔다

딸기 귤 바나나 사과그리고 작은 화분에 담긴 히야신스 하나를 사서 가지고 갔다

늙은 형수는 등이 더 궆었다

나이를 물었더니 81세가 되었다 해서 "앞으로 100년을 살려면 한참 더 살아야 하니 건강하셔요..."라고 농담을 건넸더니

"아이고.. 그럼 욕 이여요.. 그럼 말씀 마세요.."

 

그 형수는 우리 형제 중에 넷째 형수이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큰 형님이 농가의 신작물 재배를 실천하는 모범 농가로 뽕나무를 심었고 누에를 많이 치고 하여 뽕나무 박사라는 별칭도 얻은 큰집의 일로 넷째 형은 큰형을 도와 농사로 직업을 바꾸고 고향을 떠난 적이 없었다

그 형수는 이웃 면단위의 유지의 딸로 큰형이 전문적인 누에 기술을 갖은 처녀를 넷째형과 만나게 해 결혼까지 한 순수 농촌 출신이라 순박하고 인정이 넘치는 소박한 형수이다

 

넷째 형이 떠나고 형수 혼자 살게 되면서 가끔씩 전화를 걸어와 "말할 사람이 없어 걸었다며 아버지 제사나 어머니 제사 날을 알려주기도 했는 데 어젯밤 꿈 소에서 넷째 형이 보여 고향을 지키는 형수를 보러 갔다

조카는 형이 남긴 농토를 지키며 농사를 짓고 있어 가끔씩 보았지만 건강이 좋지 않아 많이 몸이 쇠 해 보여 마음이 아팠다

돌아오려 하다 며칠 전 부모님 산소 입구에 아카시야 숲을 정리한 이야기 끝에 조카가 한 말이 마음을 무겁게 했다

"할아버지 산소는 언제 정리할 것인가..?'

나믐 말문이 막혀 한참을 그대로 서 있었다.

사실 나의 고민도 그게 제일 큰 고민이다. 내가 막내로 남아 위로 형 이 두 분 더 살아있지만 모두 다 고향의 읍내에 사는 나에게 미루는 습성으로 아예 관여를 하지 않거나 나에게 모든 관리를 미루기 때문에 나 역시 큰 고민이다.

 

매년 벌초할 때면 조카애들 이 내려오지도 않는 데 형들은 부모님 산소를 보존하기를 원한다.

벌초를 누가 할 것인가? 내 살아생전엔 어찌하겠지만 내사 후엔 우리 부모님의 산소를 돌볼 사람이 없다.

모두 다 제 살기가 바쁘고 고향을 등지고 떠난 자랑할 것 없는 삶 속에서 그 역시 늙어간다는 것을 생각하니 막막하기도 했다

 

시골의 조카의 질문에 대답을 할 수 없었다.

넷째 형은 납골당에 모셔두어 제자신은 마음이 편하다며 저도 환갑의 나이가 되었고 몸도 성치 않아 많이 신경을 쓰기도 어렵다고 한탄을 해서 나의 마음이 무거웠다

부모님 산소를 파묘해 화장으로 모시고 가족 납골당으로 모시는 것도 효 일까 불효일까 망설여지는 시간이다

시대가 너무 빨리 바뀌고 효의 무게 역시 국한 이 되어 제 부모 하나도 봉양을 하기 버거운 시절이다 보니 나 역시 내 살아생전에 부모님 산소를 정리하고 떠나는 게 홀가분할 것이지만 윗 형님들의 마음이 문제이다

모두 다 자기 자신만의 좋은 생각만으로 늙어가는 생각을 바꾸는 것 역시 더 어려운 일이고 장손이 있으나 그 역시 여의치 않은 삶이라 누군가 나서지 않으면 부모님 산소는 잊힌 불횾자들의 이름 없는 산소가 될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형들을 소집해 진지하게 말을 나누고 생각을 모아야 할 것이지만 그 역시 만만치 않은 일이다

모두 다 막내가 알아서 하라는 말도 듣기 싫고 그대로 두면 누군가가 한다는 또 하나의 형도 이해가 문제다

나 역시 현실을 고려하면 부모님 산소 역시 깨끗이 화장을 해 조용히 조상님 계신 납골당에 모셔 외롭지 않게 해 드리는 게 법도 일듯도 하건만 지금 나의 결정권이 없는 것이 막막하기만 하다

살다 보니 인생 참 허무한 구름 같은 것이다.

어떤 이는 그림 같다고 했고 어떤 이는 구름 같다고도 했다

나의 생각도 그렇다 숨이 멈춰지면 모든 것은 끝난다

부귀도 영화도 구름 같다는 연속극 주제가처럼 아무것도 아닌 것에 매달리는 늙은 형들을 이해하기 어렵다

 

바람에 날리는 한낮 먼지 같은 것 그 썩을 육신을 미련을 가지고 지키려는 미련한 미련...

늙음 은 모든 것을 서서히 잃어간다.

살아있음으로 소유한 것들도 숨이 멈춰지는 순간 바람 속에 떠나버린 것이 인생이다

역사에 기록이 된다 한들 그게 뭐 큰 의미를 소유할까?

잊히고 지워지는 삶의 흔적이 모두 다 허허로운 것인데 왜 그리 집착을 하고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죽음 은 끝이다. 살아있을 때 많이 즐겁게 행복하게 살아가자. 살아있음은 행복... 그 행복이 서서히 늙음으로 인해 노을빛이 되고 스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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