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겨울이 모질게도 집착을 하며 다가가지 못할 정도로 차갑게 굴었습니다
아예 이른 겨울엔 민들레가 양지쪽에 필 정도로 따스한듯 속살을 감추었더니 늦게 그 표독한 속내를 보이며 하얀 있발을 내 보였습니다
아침마다 걷는 게 좋다고 해 무작정 걷기를 반년이 넘게 했습니다
사람몸에 저항체를 만들려면 건강이 최고라는 말에 운동도 할겸 아침 저녘 오천보를 걸으면서 지금껏 살아가며 세상을 보게 해준 것에 고마움도 늘상 가슴에 채우며 살고 있습니다
건강이란 게 타고나는 것이라 지만 운동 덕분에 몸무게는 좀 줄었습니다
얼굴에 살이 빠져나가 주름이 생기어 늘어진 모습을 거울로 봅니다
손으로 얼굴 피부를 뒤로 쓸어 올려 옛 모습을 그려 보지만 살이 많으면 건강에 해롭다는 말에 혼자서 씁쓸히 웃기도 했습니다
"당신을 내가 좋아하면 그만인데 뭘 그리 신경을 쓰느냐..?" 라며 아내가 위로를 합니다
지나간 삶속에 나의 모습은 거칠것없는 순탄함만 있던 게 아니지만 그럴때 마다 아내는 내 곁에서 묵묵히 나를 위로하고 벼텨 주였습니다
"난 겨울이 싫어..."
늘상 겨울엔 추위가 밀려와 싫었습니다
어릴때야 철이 없었고 사는 게 다 그렇구나 하면서 부모님 슬하에서 많은 형제가 같이 뒹굴며 살아 겨울이나 여름이나 사는 것에 대한 좋고 싫음 마저 분간키 어려웠지만 나이드니 겨울이 싫어 늘상 겨울이 오기전에 겨울 채비를 단단히 하며 살았습니다
기후가 변하고 온난화가 지속되고 여름에도 진종일 비오는날이 많아 올겨울은 좀 따스하게 지나나 보다 생각하며 좀 느슨하게 살았습니다
저녘에 퇴근을 하면 또 오천보를 걸으면서 몸이 땀이 솟는 게 기분 좋았었는 데 늦추위는 그 몸속에 나는 땀마져 멈추게 하였습니다
마스크를 쓰고 두팔을 높이 올리고 힘차게 걷다보면 살아야 하는 명제를 가슴에 단단히 걸고 선 사람이 되어 사랑하는 사람을 아직도 지킬수 있슴에 작은 환희가 배어 왔습니다
저녘을 먹고 뜸을 뜰대도 환기를 시키기 위해 문을 열면 찬바람이 집안가득 몰려와 어깨를 감싸는 숄을 꺼내 둘렀습니다
하루의 일과중 건강을 챙기기 위한 순서를 잊지 않는 아내가 지독하다고 농담을 한적도 있습니다
"그시간엔 우리가 하는것이 일정해..늘 그시간엔..."
아내는 그 일정을 무시하면 싸울듯 달려들지만 그게 모두 자신보다는 나를 위함을 압니다
평생을 같이 살아온 사람의 빈자리가 얼마나 가슴아프게 하는 지를 잘 알기에 나는 말잘듣는 남편이 되어 갑니다
아마도 젊은날 부터 아내 말을 잘 들었다면 지금보다는 더 풍요로움을 채우며 살고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내삶이 나의 인연에 따라 이어지는 것이라 생각하기에 그리 불만은 없습니다
절망속에서도 늘 말없이 곁을 지키며 웃어준 아내가 있어 늦겨울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 급해도 작은 식탁에 마주 않아 조금씩 먹자는 아내의 말에 동조를 합니다
봄이 오려는 지 바람이 좀 거칠게 불어옵니다
낙옆이 쌓여진 뒷숲이 바시락 거리는 소리로 땅에 쌓인 낙옆을 날립니다
그 틈에 작년겨울 이 오기전 숨겼던 녹색의 풀잎들이 얼굴을 보입니다
영하 10도도 넘는 강추위를 낙옆 한장을 덮고서 모질게 지켜온 모습이 감탄 스럽습니다
군 생활 말년에 서울 근교 청계산 망경대 정상에 통신대 건축 현장을 지키는 일을 맞은 적이 있었습니다
선배와 둘이 배치를 받았지만 선배는 후임인 나만 남겨 놓고 집에 가서 쉬는 것을 더 좋아 했습니다
혼자 남겨진 모진 겨울 산의 정상엔 매서운 바람만 막사를 뱅뱅 돌면서 추위로 인한 짇은 공포만 주고있었을때도 봄은 아주 천천히 다가왔습니다
건물 지붕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 보면 저 아래쪽에서 나물을 띁으며 두런 거리는 아낙들의 소리가 그랬고 양지쪽 겨울을이긴 풀들이 새순을 틔우는 것을 보며 봄이 오믄 것을 알았습니다
망경대 정상에 나뭇가지는 안개를 얼려 나무가지마다 얼음 대롱을 만들어 놓아 아침 해가 뜰대면 대롱에 눈부신 햇살이 반사되어 그 아름다움이 감동을 주기도 햇었습니다
연분홍 진달래가 온산을 물들이는 것도 순식간 처럼 봄은 여지없이 추위를 밀고 올라왔습니다
그때 그 겨울을 이긴 풀잎을 따다 난로불에 삶아 맨 고추장 에 찍어 먹으면서도 슬프다던가 서럽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은 것은 아마도 나의 삶이 시작인 청춘을 담고 있었기 때문일것입니다
쓰디쓴 독초가 지독한 겨울을 이기며 살아 있듯 집뒷숲도 그 풀들이 낙엽이불속에 바람불면 얼굴을 내 밀고 있습니다
"봄은 오는 가봐...낙엽아래 풀들이 아직도 얼지않고 있네..그려.."
햇살 좋은날 아내를 불러 일부러 보여주려 했습니다
진달래 꽃 몽오리는 조금 크기를 더했고 작은 새들은 나뭇가지를 같이 날며 봄을 불렀습니다
그렇게 보니 목련 꽃 봉오리도 뽀얗게 색을 변하고 마로니에 끝 순에 끈적한 샘물이 흘렀습니다
겨울이 좋다던 아내도 나이를 먹는 지 목도리를 하면서 예전 같지 않다고 웃었습니다
"세월앞에 장사 있어..? 그렇게 동화되는 것 을 배워야 돌아갈때 편한거야"
둘이 바라보는 곳이 같게 되면서 넓은 세상보다는 아내의 눈길 속에 나를 멈추며 살고 있습니다
"마누라 말 잘 듣는 사람 치고 노후가 편치 않은 사람 없다"는 것이 아내의 지론입니다
말잘듣는 남편이 되어 아내 곁에 멈추어 섯습니다
아내가 손내밀기전에 내가 내미는 것을 배우고 아내가 하는 일도 내가 할수 있도록 배워두는 것도 말잘듣는 남편의 요령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봄볕 따스한 거실앞에 작은 화분에 새순이 돋습니다
작은 꽃 몽우리도 보이고 눈부신 햇살속에 바람이 불면 나뭇가지가 봄을 맞듯 손을 흔듭니다
나이들면서 터득한 것중 그려려니 하는 마음을 앞에 둡니다
그려려니 하면서 나를 줄이고 앞에 서 웃어주는 사람에게 배려하는 마음을 키웁니다
이미 봄이 저만치 오고있는 데 망설이 필요가 없습니다
그래서 아내를 태우고 양지바른 충주 호수가 에 자리한 절을 다녀 왔습니다
부처님 앞에 삼배를 올리며 말잘듣는 남편이 될것을 맹세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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