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수양**/나의 일기

고령 5일장

빈손 허명 2021. 12. 19. 19:43

"여보 시골 5일장 갈까"

"그럽시다 가까이 어디 장 서는지 찾아봐요" 그렇게 예정에 없는 시골 5일장으로.....

 

사람 냄새가 폴폴 나는 농촌 5일장을 찾아 4,9일장인 고령으로 친구 부부와 함께 사람들을 만나러 간다

평상시 고령을 지나감에 고령장이 많이 크다는 생각만 하였지 실제 시장안으로 들어가는 건 오늘이 처음이다

시골장... 예전의 장들과는 사뭇 다르지만 여기는 옛 어릴적 향수를 만날 그런 기대를 하고 설레움 가득안고

고령 대가야 시장으로 들어선다

코로나 재 확산으로 그리고 올해 제일 추운 날씨 이런 조건들로 시장은 한산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많다... 역시 시골 5일장이다

입구부터 많은 인파에 나는 흥이 난다

여기저기 음악소리에 저절로 흥얼거리며 사람사는곳...  사람 냄새 맡으며 많은 사람들 속에 파묻혀 이곳 저곳

밀려 다닌다

시장 하면 단연 먹거리...  겨울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어묵 그리고 갖 튀겨져 나오는각종 튀김들...

고령장 최고의 먹거리는 석쇠구이와 소구레 볶음 그리고 생선백반 이라한다

나는 어릴적 엄마 시장 가실때 따라가면 그냥 엄마 손만 잡고 말 한마디 않고 따라 다녔다고 한다

엄마가 무엇인가 사주면 말없이 그것만 먹고...

먹고 싶은거 사달라고 조르는 것도 없고 떼 쓰는것도 없이 그냥 엄마 손잡고 다녔다고 한다

어느 시절이든 시장에는 애들이 원하는것들을 사주지 않으면 바닥에 앉아 울며 불며 떼쓰는 애들을 볼때

그럴때 마다 내가 어렸을때 엄마께 저렇게 하였으면 더 많은 먹거리를 얻어 먹었을까??

나의 엄마는 어떻게 처신했을까... 생각하며 쓰잘데 없는 상상을 하며 남 몰래 웃어본다

여기 시장은 생동감 있는 우리 삶의 가운데 서 있는것 같은 생각이 든다

친구와 대장장도 구경하며 오랜만에 시장의 참맛을 느끼며 구석구석 돌아본다

주름가득 할머니 온갖 채소를 쌓아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세월의 흔적 그대로 묻어나는 모습에 내 엄마가 보이고.. 

펄펄끓는 가마솥 안의 국이 코로나와 추위에 움추린 할배 할매의 마음과 몸을 녹여준다

양지바른 곳의 옹기종기 모여 세상 이야기에 정신없는 노인들 모습에 내 아버지를 떠 올린다

시장은 삶이 있고 애환이 있고 정이 있고 사랑이 있다

 

시장 통로 한모퉁이에 우리도 연탄 석쇠구이집의 한 자리를 잡아 뒷고기와 불고기를 시키고

소주 한병과 사이다도 한병 시켰다

고기는 뒷고기 덜미살과 꼬들살...  술이 부른다

"암 수술하고 술 그렇게 마셔도 되나??"하는 소리가 들려 멈칫한다

그사이 친구 아내가 소주를 제법 마신다

오늘 좀 서운한게 있나보다

아들이 대전 아파트 조금 큰평수로 이사도 하였고 생일도 있고 겸사 겸사 가고 싶어서.. 

오늘이 아들 생일인데.. 어제 통화때 "아들 생일 미역국이라도 끓여 먹나"라 묻는 말에 "대충 먹어면 되" 하고 엄마 올라 올래? 라고 묻지도 않더란다 

혹 오라하면 좋아하는 반찬 만들고 며느리 좋아하는 것도 만들고 해서 대전으로 갈 참인데....

많이 서운함을 그래도 만만한 허물없는 친구라 한잔하며 넋두리를 한다

"에이 그런일이 있었네... 송여사 한잔더 해!! 자식들은 키워놔 봤자 지들이 스스로 다 큰 줄알아 송여사 아들만 그런게 아냐 모든 아들이 다그래... 자자 한잔 더하고 풀어..." 하며 연거푸 몇잔을 권했다

그렇게 몇잔을 하고 "송여사 세상은 이제 품에서 떠난...  훨훨 날아 자기들만 살도록 관심을 버려라

자식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이젠 영감에게 베풀어라 이젠 둘밖에 없지 않느냐 애들에게 미련을 둘수록 상처가.. 섭섭함이 배가 될것이다"라고.........  "우리 친구들 서로 보듬고 잘 살아보자"라고 맘 풀어 또 한잔을 권한다

그렇게 시장통이 좋은가 보다

세상사는 이야기가 옆자리에도 뒷자리에서도 왁자지껄.....

이것이 사람냄새 나는... 사람 사는 정이 물씬 풍기는 삶의 애환이리라

시골 5일장에 몸과 마음이 녹아 내려 고향 엄마 품에서 잠시 행복을 느껴 또 다음을 기약한다

5일장은 언제나 포근히 감사주는 꼭 내 아부지의 깊은 사랑과 닮았다

앞으로 기회 있을때 마다 아부지의 깊은 사랑 만나러 5일장을 찾아야 겠다고 생각한다

사는것이 별거냐... 이것이 사람 사는것이지...

그렇게 재래 시장의 먹거리에 배 부르고 서민들의 애환을 녹이고 어릴적 향수를 소환한 하루를 뒤로하고

고령 민속마을을 돌아보고 집으로 돌아온다

집에가서 저녁 차려먹기 귀찮으니 저녁까지 챙겨 먹자고한 친구의 의견에 아내들이 제일 신났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특히 요즘은 마누라 말 잘들어야 해...

유명한 국수집에 들려 소고기 쌀국수를 시원하게 한사발 들이키고 경산으로 향한다

함께한 친구가 고마운 하루 즐거운 하루였다

오늘은 꿈길도 행복할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과의 부대낌이 내가 살아 있다는걸.....

행복하다는 걸 알았으니까...

 

소구레 볶음.... 말간 물이 생각나는 모습이다

소구레 양 겁데기....  소는 버릴게 없어...

무쇠 솥.....요즘은 아궁이까지 세트로 팔고 있어 필요한 사람들 참 편리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메두되박이... 각종 곡물 되박이..... 오랜만에 정겨운 모습이다

석쇠구이 맛집이라고...  줄섰다

우리는 뒤 시장 톨로에서 자리를 잡는다

돼지 꼬들살

 

추억의 연탄구이... 연기가 나도 좋다

소구레 볶음은 포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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