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수양**/바우

빈손 허명 2021. 6. 6. 06:27

      
                           구흥서


어느곳 인가 작은 샘 하나 있었지

아직 세상은 그 샘물을 기억하지 못했을뿐

물론 어느대장부가 청춘의 목마름으로 지나는 길몫에서

맑고 맑은 샘물을 발견하곤 

튼튼한 표주박 하나 들고와 타는 목마름을 달랬지

흘러내린 샘물은 흐르다 한번 휘돌고

또한 번 휘돌며 산새소리도 채우고

바람소리도 뜨거운 태양빛도 채우고

폭풍한설 냉냉한 겨울바람도 채웠지

봄엔산새가 지저귀며 와 물을 마셨고

여름엔 산토끼 노루 사슴이 지나다가 와서 물을 마셨고

가을에는 더 우렁찬 소리로 쩌렁쩌렁 울리는 호랑이가 지나가다

물을 마셨지

백마가 눈부신 흰 빛을 뽐내다가 마시고 돌아갔지만

대장부는 조금더 큰 샘물을 만들어놓곤

매일매일 그 샘물을 마시며 우뚝 솟구치는 청춘을 달래며 살았지

세상은 푸르르고 아름답다 가도

문득문득 심술을 부렸지

대장부도 눈가에 주름이 가득하고 머리가 백발이되어

점점 그곳의 샘물을 마실일이 없어졌지

그렇게 세월은 흐르고 대장부도 늙어가며

마시고 싶어도 마실수 조차없는 샘물가 표주박을 그대로 둔채로

매일 매일 안타까워하며 바라보기만 했지

어떤 사람은 매일매일 샘물을 퍼마시고 

표주박하나 아직도 튼실하게 그곳에 간직하곤

아무도 모르게 샘가로 다가가서 물을 마시다가

가끔은 다른 샘물에 맛이 들어 잠시 잊기도 했다 했었기에

오랬만에 대장부도 힘들게 그 샘가를 올라가서

지난 세월을 추억하며 언젠가 퍼 마셨던 샘물을 추억하다

낡고 삭아버린 표주박 하나를 발견했지

샘물조차 떠 마실수 없는 표주박

꿰매고 수리해서 마시려 하다가

그냥 샘가를 다듬어 놓고 조금씩 흐르는 샘물로 만족하며

한참을 망서리며 지난 추억조차  차거운 현실에  멈춘

세월을  한탄했지

그래도 아직은 푸르른 대지엔 녹음도 가득하고

꽃도 피고 산새도 같이 노래해주는 계절이기에

그냥 누워 하늘에 떠가는 흰 뭉게구름 을 바라보다가

혼자 웃었지

마음대로 않되는 게 세월이구나

문득 바람이 일며 파도소리를 들었지

그 파도소리 에 맞추어 조금씩 의욕을 되살리고

그래 삶은 이렇듯 하나를 잃으면

또 다른 하나가 생겨날수 있다는 큰 으미를 알게되었지

그리곤 스스로 위안을 찾아 

무한의 세상의 문을 열었지

대장부가 가는 길위엔 아직은 꿀이 흐르는 땅이 있었고

낡고 버려진 표주박 대신

포말을 일으키는 파도소리 같은

심장의 고동이 멈추지 않고 있었지

마지막 한방울의 샘물이 솟구친다면 기꺼히

다듬고 다듬어 오래기억되는 한모금의 행복의 샘물이

작은 갈증을 풀며 안온의 세월과 동화될수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지 파도소리 가득한 밤이 되어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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