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수양**/바우

여행단상 1

빈손 허명 2021. 6. 3. 09:51

          여행단상 1

                                      은빛바우

 

 

드디어 차에 올라 앉았다.시동을 건 차의 내부는 깨끗했다. "렌트카를 발려야 한다" 했을때 오래전 의 기억속에 렌트카를 생각 했었다. 정비되지 않고 지저분한 렌트카의 잔영이 아직 남아 있어서다.

 

사위녀석이 약속을 지켰다. 오랬만에 여행이라 조금 흥분이 되었다. 외손주 두명 과 딸과 사위 그리고 우리 내외..여섯명이다.

차창 밖으로 무성한 여름의 위용이 펼쳐젔다. 휑성 휴게소에 소고기 국밥도 일품이였다. 아침을 먹지 않고 출발을 해 아침을 그곳에서 먹었다. 외손녀 는 아기 였을때 내가 키웠다. 하도 울어 내품에안고 한시간 은 짧게 다독여 주고 보듬어 잠을 재우곤 했었다. 딸애가 뭔일로 외손녀를 우리에게 잠시 맏겼는 지조차도 기억이 없지만 내가 안고 달랜기억은 아직도 남아있다.

 

그 외손녀가 열한살 이 되어 제법 할아버지를 보필한다. 그아래 외손주 녀석은 그리 내 품에 안기지 않아서 인지 사내녀석 이라 그런지 좀 머슥해 한다. 삼척 솔비치 로비는 만원이였다. 건축을 전공한 나의 눈으로도 규모가 크고 배치와 설계가 잘된 건물이 위용을 들어낸듯 했다. 바다를 끼고 경사면을 이용하여 배치한 예가 그렇다. 바로 해변으로 내려갈수 있고 창문을 열면 파도가 밀려오는 듯한 파도소리 가 일품이다. 사위가 사전에 스케쥴을 정리해 둔듯 일정을 미리 이야기해 주어 궁금하진 않았다.

 

바다를 좋아한 나의 바램은 파도소리 만으로도 만족했다. 나이 라는 것은 모든걸 빼앗아 간다 고 생각했다. 아무리 빨리걸어도 저만치 뒤쳐지는 발걸음 이다. 내가 좋아하는 횟집 차림이 거창했다. 아무리 먹어도 줄지 않는 것은 내가 쇠퇴한 것이라 생각했다. 쇠를 녹일듯한 젊음의 시절 하루세끼 를 모두 회로 배를 채워도 마다 않던 나 였지만 그 기대가 스스로 무너짐을 느꼈다. 오랫만에 회로 배를 채웠다. 맥주와 사이다를 칵테일 해 "맥사 " 라는 이름을 붙인 사위의 윗트에 나도 아주 오랫만에 맥사를 한잔 들이켰다. 가슴이 시원해지며 옛시간 속에 소맥 을즐겨 먹었던 그시간으로 돌아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한잔 더 드릴까요..?" 사위가 병을 들자 아내의 눈짖이 과감히 막았다. 좀 섭섭했지만 참았다. "아버지 몸은 상처투성이다 수술자국을 못보았니..?' 이 말보다 더 무서운말 이 어디 또 있으랴..나도 한자 더 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참는자 에게 복이 온 하지 않았던가..

 

해변을 걸어 콘도로 들어가는 계단앞 에서 잠시 올라가는 계단의 수를 어림잡고 있을때 외손녀가 나를 부축했다."그래 이렇게 인생의 길은 돌아가는 것이다.." 파도가 밀려오고 밀려갔다 다시 밀려오고..." "바닷가 에 있으면 화도 않난데요..할아버지.." 여덟살 짜리 외손주가 아마도 제 친 할아버지 에게 들었을 만한 말을해 웃었다 "왜...?" 나는 짖굿에 되물었다.." 바다가 넓어서 그런가봐요.." 이제 여덟살 초등학교 일학년 외손자다. "그래 그렇구나...바다가 넓어서 다 받아주나보다 화나는 마음을.." 다 받아주는 바닷가에 나는 지금 와 있다 은빛 바다에..

 

나는 바다를 좋아한다.그래서 필명도 "은빛 바다" 로 지어놓고 글 같지않은 글을 가끔씩 끄적이지만 바다를 보니 그냥 감탄만 입으로 새어 나왔다. 하늘에 구름이 가득하여 투명한 수평선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게 문제가 아니다 고은 모랫사장 에 몇몇 사람들이 파도소리 에 상념을 잡힌채 앉아있기도 하고 해변을 걸으며 그들만의 이야기를 꽃피우기도 하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문득 허 이사장이 생각났다. 은빛바다 를 좋아하는 허 이사장은 여행기록과 과 그곳음식 을 불로그 에 올리며 삶을 즐겁고 행복하게 누리는 금융인이다 . 그를 불로그 에서 만났다 .직책이 이사장 으로 중후한 멋과 단련된 처세술로 칭찬이 자자해 온통 자부심이 대단한 사람이다. 바닷가로 여행을 한다 하니 "은빛바다가 은빌바다를 만나러 간다" 며 문자를 날려준 사람이다. 특유의 경상도 사투리가 부드러운 그가 파도소리 가득한 이 솔비치 해변에서 왜 궁금해지는 것인가?. 대화가 통하고 살아가며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은 다를 뿐 참으로 열심히 자수성가 하여 과거의 나를 보는 듯한 사람이다.

 

아내도 오랫만에 집을떠나 가끔은 집걱정 을 하지만 그래도 여행의 즐거움을 마음에 채우고 있는 듯했다. 걸어서 내려가면 바로 해변임 에도 겁이났다. 나는 무뤂 관절의 통증 때문이고 아내역시 고단한 일상이 시작되는 오늘 이기에 그냥 발코니 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파도소리 에 감탄만 하고 있었다. 나이듬은 가까이 다가오는 즐거움과 행복 조차 누릴기운이 없다. 누린다는 행복은 더 늙기전에 채워야하는 권리이다. 누군들 이런 통증이 올것이라 예견하며 사는 사람이 있으랴만 걷기운동 을 지나치게 욕심부린 탓은아닐까? 스스로 자책했다, 나잇대에 어울리는 운동을 하는 것이 똑똑하게 사는 법이다 라고 누군가에게 들은 기억이있다. "늙기전에 많이 먹고 많이 즐기고..많이 마시고.." 농담처럼 흘려들었던 말들이 새삼 생각이 나는 시간이다.

 

새로산 휴대폰은 사진도 잘찍혔다. 사진을 찍는게 지금 내 취미가 되었다. .집에서 산책을 하다가도 찍고 하늘 색갈만 변해도 사진 셧더를 눌렀다. 매일 똑같은 길에서 찍는 사진은 너무 단조롭기도 하거니와 별반 감동을 준 의미가 없었다. 새로운 장소에 도착하여 설레던 내 마음은 바다풍경에 빠져 있었다. 셧더를 누르고 또 눌러도 새로운 풍경의 변화는 멈추질 않았다. 아내는 내게 "왜 그 쓸데없이 사진을 찍느냐..?"나를 쳐다본다. 아내는 그저 집안 일하고 그냥 충실히 살아가는 것이 미덕이라 생각하는 모양이다. "나는 살아있다는 증거를 보여주는 것" 이라 항변을 한다. 늙었다고 아무런 취미를 가지지 않는 다면 그 삶은 너무 무의미 하지 않은가? 나는 아내의 사고를 바꾸려 노력도 해 보았지만 천성이 "사람사는 기본인 일상 에 충실한 것만이 삶에 충실하게 적응하는 것" 이라는 마음을 변화시키긴 어렵다.

"송장하고 사는 게 좋아 사람하고 사는게좋아.." 라고 반문을 하면 워낙 고집이 센 아내를 꺽긴 어렵다..나는 아내에게 맞추려 하다가도 가끔은 내 취미를 모두 잃어버린 정말 시체처럼 밥이나 축내고 살게 되는 것은 아닐까? 혼자 자책 할때가 있다.

 

사실 나의 과거는 화려하다. 지역 단체장을 두개나 겹으로 맏아 수없는 모임과 회의와 여행과 탐방을 다님며 내 가슴에 가득했던 욕심?을 위해 밤낮으로 사람을 만나고 사람과 조우했다. 그럴때 마다 아내는 그것이 그냥 내가 그런 것들을 원해서 모임도 만들어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지역단체 를 운영하려면 그단체가 필요로 하는 모임을 갖고 필요한 여행 회의 등등 의 모임을 갖어야 함에도 아내의 의심스런 문책은 때때로 나를 다그쳤다. 나는 모든회원 에게 친절하고 모든 회원들에게 격려하는 시간을 많이 갖었다. 회원중엔 여성회원 들이 더 열성적 이여서 내 모임을 기록하는 단체사진속엔 여성회원 들 의 화사한 한복차림 이 가득했다..아내의 오해역시 그런것에서 부터 시작이 된듯하다.

 

그러나 지금은 늙어 모든 것과 다 이별을한 상태이다. 우리 내외 두사람이 사는 것으로 만족하며 가정에 평화 그리고 내 마음에 내재 되어있는 것은 아내 눈앞에서 내 취미를 기르는 것이 전부 인데도 아내는 그것이 불만이다. 젊을때 밖으로나돌았으니 지금 늙어서는 자신을 눈여겨 보살피라는 암묵적인 억압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오전에만 사무실로 출근하고 오후엔 집에서 아내와 같은 시간속에 나의 존재를 담아두려는 것이다

 

부부란 참으로 오묘한 것이다. 이시간 나는 아내를 위해 할일이 없을것 같았다. 곰곰히 생각하다 아내에게 웃으며 다가가면 아내는 "날 설득하려 능구렁이 짖하려는 것" 이라 핀잔이다. 그러면서도 또 아닌척 수긍 하는 순진무구 한 착한 아내다. 작은 것에 감동도 잘하고 작은 친절에 즐거워 하고 작은 행복에 웃어주는 아내를 위해 무심한 나의 과거 이력이 지금 아내의 불만을 싹트게한 것이다.

 

밤이 깊어간다. 파도소리는 이어지고 낮선 지역에서 의 밤은 잠들지 못하는 설렘으로 깊어간다. 침대두개 가 덩그러니 놓여있고 짜임새 있는 방의 배치가 잘 되어있다. 뜨거운 물로 반신욕 을 하고 나서도 두런두런 아내와 지난 이야기 나누며 잠들지 못하는 이것은 아마도 늙어가는 시간속에 쓸쓸함이 배어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여행 첯날밤은 깊어갔다. 온몸으로 쌓여온 고단함도 차곡차곡 내 몸안에 스며들어 머리가 지끈 거리듯 무거웠다

아주 오랫만에 아내와 누어 지난시절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내를 처음 만났을 때 의 일부터 두런두런 이야기 속에 밤은 깊어갔다. 그리고 그것이 아내가 원하는 작은 바램 이였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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