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병 상련
구흥서
날이 뜨겁다 . 그래도 요즘은 참으로 좋은 세상인 것 같다. 나라에서 날이 뜨거우니 외출을 삼가라 는 문자가 온다. 기특한 사람들이 많다는 증거다.
노인이 되어가고 자식들은 멀리 살고 있고 안부를 종종 전하고 있지만 이렇게 긴급으로 건강을 챙겨주는 문자를 받으며 참으로 세상은 살만하다고 생각했다.
이 곳의 기온은 언제부터인지 섭씨 33도 이상을 유지한다. 가숨이 턱에 올라 외출을 삼가며 지시한 대로 찬물이라도 많이 마시려 노력한다.
나라에서 하지 말라는 것은 하지 않고 말을 잘 들어 아프지 않고 병치례 하지 않는 것 역시 나라를 위해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
멀리 있는 후배가 휴대폰 문자를 보냈다. 반가운 김에 당장 전화를 걸었다. 역시 금세 연락은 되지 않았지만 얼마후 전화가 왔다. 목소리를 들으니 많이 반가웠다. 사실 그를 만난 것은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하고부터이다.
이곳 조선 블로그에 글을 올려진 것을 읽고 답글을 쓰다 보니 마음이 통하고 의견이 별다르지 않아 서로의 이야기를 읽고 물어보고 대답하다 보니 자주 대화를 하게 되었고 그때만해도 몸이 건강하던 시절이라 차를 몰로 그가 사는 곳으로 여행이려니 하며 만나러 가기도 했었다.
그 사람은 대천 해수욕장으로 유명한 보령시 어느 시골에 살고 있었다.
바닷가에 미리 방을 예약해 주기도 하고 맛 좋은 횟집을 주선하기도 했고 무창포 바다가 갈라지는 현장을 안내하여 신비한 자연현상을 감탄하며 바라보게도 해주었었다.
워낙 달변가라 그를 만나면 즐거웠고 많은 말을 하지 않고 추임새만 넣어주어도 즐겁고 유쾌하게 이야기를 이어가는 재주가 있어 좋았다.
그도 나에게 오고 가며 돈독한 우정을 쌓았고 어느새 호형호제의 범위 까지 오게 되었다 살아오면서 흉금을 털어놓을 상대가 되어 주며 내가 불이익을 받고 울분을 토하면 같이 흥분하며 나를 두둔해 주었고 내가 기쁜 일이면 먼저 전화를 걸어 기뿜 역시 같이 나누는 그러한 사이가 되었다.
아무래도 입원을 해야 할 것 같다며 전화를 걸어왔을 때도 별것 아닐 거라 유유자적했다.
좋은 직장에 다니는 아들이 건강검진을 신청했다면 입원하고 퇴원 후 결정된 의사의 권고를 받고도 걱정을 하지 않았던 사람이었다.
남자의 의리 역시중요하게 생각하며 그의 대표적인 것은 불의를 그냥 바라보지 못하는 의혈남 이 였지만 이제 은퇴를 하고 시골의 한적한 곳에서 자신의 작은 일을 열심히 해가며 노을빛 인생을 수필로 기록해가는 멋쟁이였다.
내가 큰 수술로 서울에 입원을 하였을 때도 그렇게 먼 거리를 거의 매일 올라왔었다. 그리고 아픈 나를 위해 용기를 주입하려는 그 로인해 용이를 얻었고 심리적인 도움으로 건강이 회복하는 데 별로 어려움 없이 지금껏 잘 살고 있으면서 그를 고마운 상대로 기억하고 마음에 간직하고 있다.
나와 똑같은 병명(직장암)으로 내가 수술받은 그 의사에게서 수술을 받았다는 전화 속에 목소리를 들으면서 그에게 너무나 많이 미안했다.
그가 내게 보여준 방문 위로는 커녕 제대로 위로의 말조차 해주지 못했다. 그가 역시 수술을 한 시기가 내가 또 다른 큰 아품으로 입원을 해 더 큰 수술을 한 시기가 겹쳐있었고 그도 나도 생명이란 명제를 잡고서 많은 고민을 해야 할 때라 서로 연락을 멈추었던 시간이었다.
시간은 치유의 달인이다. 시간은 많은 것을 치유하고 많은 것을 버리게도 하며 또 많은 것을 얻게 해주는 마력을 갖고 있는 신비 그 자체이다. 이렇게 나도 글을 다시 쓰며 시간을 즐기고 있고 그 역시 2차 수술까지 해가며 아픔을 치유하고 이제는 조금 더 명랑해진 목소리를 들려주었다.
그러나 그 목소리로 만은 그가 아팠던 지난 시간을 이해하기 부족했고 그 역시 내 아픈 시간을 들여다볼 수 없이 걷으로만 상상을 하며 우리는 서로 를 위해 치유의 말들로 응원을 나누었다.
"제가 한번 갈게요... 저는 아주 좋습니다... 제가 갈게요.." 그가 몇 번이고 그렇게 말했다. 나 역시 그에게 내가 날이 선선해지면 "가겠다" 라고 말했지만 그 말이 벌써 몇 번째 인지도 셀 수가 없어졌다.
그도 아프고 나도 아팠고 그사이에 시간은 몸을 치유해 가면서 나이라는 무게를 덤으로 얹어 주고 돌아서 있었다. 우리는 언제 만나게 될지도 모르지만 마음으로는 당장 내일이라도 만날 수 있을 것처럼 소리를 조금 높여 명랑하게 말했다.
어쩌다 이렇듯 말로만 하는 안부를 전하는 세월에 서 있는지 살아온 세월을 돌아보면 허무하고 바라보면 안타까운 현실 앞에서 짖은 노을빛 가득한 오늘 어쩌면 저렇듯 내 인생이 노을처럼 물들이다 금세 사라져 갈지도 모른다는 착잡함이 밀려왔다.
늙어가며 아프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을까 만은 오늘 멀 리 있는 그와 내가 오랫동안 통화를 하며 서로를 진실로 위로해주지 못한듯해 마음이 무거웠다.
"한 번 갈께요...회를 떠가지고... 형님이 좋아하시는 회.." 그의 목소리가 귓가에 쟁쟁했다. 아마도 더위가 누구러지고 선선한 바람이 불 때쯤이 아닐까? 생각했다.
나 역시 "내가 갈게.." 했지만 긴 시간 운전을 금하라는 주치의에 말이 귓가에 쟁쟁히 들려 약속을 지킬 수 없을지도 모른다. 남은 시간 건강을 잘 챙겨 그와 약속한 것을 지키려 노력해 보야겠다. 서로 아픔을 나누고 위로하며 그 횟수가 얼마일지는 모르지만 오래토록 우정을 잃지 않으려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