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수양**/나의 일기

인연의 강

빈손 허명 2021. 5. 20. 21:36

 

좋든 싫든 나를 스쳐간 인연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중 하나를 소개한다면 나의 삶이 어떤 과정을 거쳐 지나온 것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나의 의지와 무관하게 연을 맺는 ....필연... 부자의 연, 형제의 연, 자식과의 연 이러한 일차적인 인연이 이어지다 보면
이차적인 인연이 시작 될 것이다

나는 60여년을 살면서 누구보다 재수가 좋다 해야될지 아님 운이 좋다 해야될지 내가 가는길에는 큰 난관이 없었다고 기억된다. 그래서 좋은 인연과 좋지 않는 인연을 보면 좋지않는 인연의 기억은 별로 없다

한,두 인연밖에는....
맨토가 되준 분들과의 인연은 말할 필요도 없을 뿐 오늘은 살면서 시시콜콜한 인연을 이야기하려 한다

20대 후반 창원 현대 정공 직장인 이었을때 기차타고 고향 경산을 주말에 다니러 올때였다
그 당시 고교 후배들 이 나를 많이 따랐었는데 어느 겨울날 엔가 일요일 저녁 창원으로 내려갈때 동대구역 에 후배 2명이 나를 배웅하러 따라와 포장마차 에서 소주한잔 하려 들어갔다

그 때 기차시간이 1시간30여분 의 여유가 있었고 고속터미널 옆 포장마차가 한 두곳 있었다 그 당시엔 낭만 포차였었다

한쪽에 자리잡고 고갈비와 똥집을 시켜 소주를 주거니 받거니 하고 있는데 반대편에 60대 노인 한 분이 혼자 쓸쓸히 잔을 들이키고 있었다.
소주잔을 한순배 돌고 난후 오지랍 넓은 내가 말을 걸었다

"어르신.. 왜 혼자 그리 술을 드시냐고........... 괜찮으시면 같이 합석 하시면 어떠 시냐고....."

그 분은 기다렸다는 듯 흔쾌히 우리쪽으로 자리를 옮겨 오셨다
이런저런 이야기 중 지금도 생생히 기억에 남는 내용이 이러하다
"지금 나이 60초반 아마 지금의 내 나이쯤.... 어릴때 너무 가난하여 돈에 포원이 졌다
어떻하면 돈을 많이 모을까... 죽어라 돈의 노예가 되어 가족들과 문화생활은 물론 자신을 위해 아무것도 한게 없다고....
그렇게 말하고는 긴 한숨을 쉬신다 "지금 회갑이 지나고 돈은 벌만큼 벌어 평생 쓰고도 남을만큼 모았는데 자신을 돌아보니 곁엔아무것도 없더라"
"벌써 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은거 같아 후회만 된다고..... 허무하고 한심한......."

그러면서 우리에게 당부한다 "돈이란 열심히 살다보면 돈이 따라 온단다 20대엔 20대의 놀이와 30대엔 30대의 할일
40대엔 40대 문화 그 나이때 하고 싶은거 시간 지나면 아무것도 못한다"
"너희들은 바보같은 인생을 살지말고 그때 그대 맞게 즐기면서 열심히 살아라"고 하시는 말씀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그러면서 회관에 한번도 못갔었다고 좀 데리고 가 달라 하신다. 나는 기차시간이 가까워 오는데... 다음 기차시간 은 3시 40분쯤이었다고 기억이되는데 그차타고 내려 가란다.... 술기운에 그분의 작은 소원 하나 들어 드릴겸 회관으로 자리를 옮겨 신나게 뒤뚱뒤뚱 흔들다 내려왔었다 그분 덕택에 포장마차와 회관 모두 공짜로 잘 마시고 추억을 쌓은 그런 인연도 내 인연의 강의 한대목이다. 생각지도 않은 뜻박의 인연이 오래 오래 기억에 남는것은 그 노인장의 가식없는 푸념이라 생각이 들었다
지금 35년여 전이니 그분 살아계시면 100세 가까워 오겠다.만약 살아게신다면 그분의 노후가 누구보다 멋진 노후가 되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다 스쳐가는 이런 인연도 소중한 나의 인연들이다

단 하나의 좋지 않은 인연 내가 새마을 금고 전무시절 그분 이사장 첫 출마때 당선에 내가 많은 도움을 줬었지....그리고
외동 아들인 그분의 집안 일볼 사람이 없어 내가 아들처럼....... 약 9년정도 최선을 다해 보필을 했었는데.......
그분의 어머니 별세, 아들 결혼식에 뒷처리 다 해주며 보필을 하고 둘째 아들 취업못해 고민하는걸 나의 친구 타 금고 전무에게 내 사비로 밥사주고 술대접까지 그당시 제법 큰 돈쓰며 취업까지 시켜 주었는데.... 타의에 의해 억울하게 금고 퇴사 할때도 자기 욕심만 부리고........... 시간이 흘러 내가 이사장 출마하는데..... 낙선운동을 적극적으로 하여 나의 당선에 딴지를 건 그사람........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는 이런 사람도 내 인연의 강 에서 만난 사람이다.
이런 인연은 만나지 말아야 할 인연이다


새마을금고 전무시절 부녀회를 조직하여 봉사를 할때 부녀회원들과의 인연이다. 2007년쯤 그당시는 불우이웃돕기가 유행처럼 여러 단체가 경쟁적으로 할때였는데 우리 부녀회에서 몸으로 때워 수익을 기부하는 것을 매년 400여만원을 했던 기억이 있다
주로 음식 바자회를 열어 지역민들에 음식을 팔아 수익을 낸다
소고기 국을 끓이고 무침회를 하고 3~4가지 찬에다 전도 굽고 어떨땐 오뎅탕도 준비하며 3일전부터 부산하게 준비하여
바자회를 치르며 가족같은 정이 차곡차곡 쌓여 인연의 깊이를 더하고 있었다
주로 12월 제일 추울때 행사를 하므로 우리 부녀회원 들의 고생은 상상 그 이상 이었지만 연과 정으로 맺어진 우리는
봉사란 목표를 향해 흘러가고 있었다
훗날 그런 끈끈한 정과 가족 같은 인연으로 이사장 선거때 큰 힘이 되었고 지금도 그 인연의 강은 도도히 흐르고 있다

그리고 요즘 제일 기억되는 한 인연은 상상만해도 나의 입꼬리가 올라간다.

세월을 떠나 이렇게 순수하고 여린 인연은 처음이다
간혹 과한사랑이 부담스러운 때도 있지만 나는 은빛이 빛나는 바다와 한몸이 되고싶다. 반짝이는 은빛은 나의 몸속에서도 빛난다 영원히 반짝거리고 싶도록 ..........

잠깐 스쳐지나 가는 인연!
가슴속 머무르며 함께 흘러가는 인연!
가슴깊이 박혀 하나되는 인연!
여러가지 인연들이 샘물이 되고 모여 작은 계곡물이 되고
계곡물이 흐르고 흘러 큰강이 되고 바다가 되듯 인연의 강은 그렇게 흐르고 있다
앞으로 또 어떤 인연들이 내 삶속에 같이 흘러가며 인연의 강에 함께 흘러 갈까 늘 내 삶을 조율해가야겠다

 

 

20321년 5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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