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수양**/나의 일기

빗속을 걸어가며

빈손 허명 2021. 5. 17. 20:04

           빗속을 걸어가며

 

요 며칠간 장맛비 처럼 4일간이나 계속 내렸다

물론 장마처럼 많은비는 아니었지만......

조용히 내리는 빗속은 걷기가 좋다

이것 저것 생각 하기도 좋고, 화나지 않는 빗소리는 감미롭기도 하고, 명상하기 좋은 그런 날의 걷기다

 

언제이던가??

어렸을때 부터 우산을 쓰지않는 버릇이 있었던 듯하다

소나기가 와도 피하지 않고 그냥 뚜벅뚜벅

비맞는 것이 좋아서 인지 미련해서 인지 아님 모자라서일까??

한번은 중학생 시절 학교 마치고 집으로 걸어가는데  갑자기 소나기가 왔었다. 그대로 비를 맞아 생쥐같이 집에

들어 갔었는데 어무이 말씀 야야 왜?? 무신 일있나?? 뭣 때문에 비를 그리 맞고....  걱정 가득한 얼굴이다

지금 생각해도 왜 그랬을까?? 무슨 반항적이 었을까?  그땐 10리길을 주로 걸어 다닐때였었다

소나기라 처마 끝에 잠시만 피하면 될걸 옷이 흠뻑 젖고 운동화 신발에도 질퍽질퍽....

홀로 자식들 걱정하며 자식들을 희망으로 사시는 어무이께 지금 생각하면 큰 죄를 지었다

얼마나 속이 상했을까...

지금도 우산이 없을때 벗들이나 지인들과 걸을 땐 난 그냥 비를 맞고 걷는다

뛰지도 피하지도 않고 그냥 걸어간다

우산속에 들어 오라는 벗들에게 그러면 "둘다 젖는다 너라도 비 맞지말아라 난 비맞는게 좋다 비라도 맞아야 키라도 커지 않겠냐" 라며 그냥 빗속을 당당하게 걸어간다

그게 당당한 건지 허세인지는 지금도 모르겠다

아마 무엇이든 당당히 피하지 말고 부딪혀 보자 그리고 이겨보자 머 그런 생각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아마 만용이라는 허세가 강했었다고 생각 한다

 

빗속을 홀로 걸으면 이것 저것 많은 생각에 잠길 뿐 아니라 앞으로의 설계도 기분 좋은 상상의 나래를 편다

이제 곧 며늘애기를 보면 모두가 이야기하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않을 손주도 생길거고 딸아이는 무자식 선언을 하여 서운하였지만 내색은 하지 않았다 "니 인생 니가 알아서 하여라 후회없는 너희 만의 인생을 잘 살아라" 하였지만 섭섭함이 영 없는건 아니다.

하지만 새아기로 인하여 손주 하나쯤은 볼수 있겠지 기대해 본다

말은 니 자식이니 니 들이 키워라 강력하게 입버릇 처럼 말하고 있지만 막상 아버님 흐응응 콧소리 내며 애교부리면 봐 주지 않을수 있겠나 생각하며 홀로 웃기도 한다

 

피식 웃으며 참 인연이란 단어가 계속 머리속을 채우고 그로부터 입가엔 미소가 지워지지 않는다

20대 철부지 시절 말투가 거친 나를 조용히 불러 젊은사람이 그렇게 안 봤더니....

말투가 그게 무었이냐...호통에 정신이 번쩍 해병대 전역 후 바로 직장에 들어가 나도 모르게 많이 상스런 말투 였었나 보다.  나를 청년시절 그시절 나를 다시 돌아볼 계기를 만들어준 첫번째 그리고  40십대 중반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정의가 바닷속 심해에 숨어버린, 갑작스런 타의에 의한 실직의  아픔에 나를 일으켜 세운, 주저 앉지 말아라 넌 명예회복을 하여야 된다 용기와 힘을 주신 두번째의 맨토 그분들 생각에 긴 한숨이 나온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이런 저런 생각에 보슬비 오는 길 혼자 걷는 이길이 감사하단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요즘 참 행복하다

정말 행복하다. 내가 이렇게 행복 해도 되나?  되뇌여 본다 넘치는건 아닐까? 

2019년 1월 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에 당선되어 명예회복의 첫번째 꿈을 이루었고 다음해 독신을 고집하던 딸아이가 멋진 왕자를 대동하고 아빠 나결혼 시켜줘~~  독신을 고수할때 지구인이면 어느 누구라도 좋으니 델꼬 오라 했었는데

이렇게 자기만을 사랑해 주는 왕자와 함께 왔으니 춤이라도 추고싶었다

그뒤 취업하기 어려운 이 사회에서 그래도 화이트 칼라 금융에 취업을 하였으니 이 어찌 겹경사가 아닐까

또 다른 행복이 올해 나를 찾아 왔다

그건 바로 다름아닌 한 사람과의 새로운 인연때문이다

블로그를 통하여 친구신청을 하여 왔다

빈손이라는 닉네임이 좋다 하시며.....

첨엔 서로 탐색을 하듯 조심스런 접근을 하였고 서로의 블로그 내용을 보며 서로의 생활상을 잘알게 되었다

참 닮고 싶고 그렇게 늙고싶은 노신사

여주에 사시는 팔순을 눈앞에 둔 그분은 건축사로 여주대학 겸임교수를 지내셨고 시인이자 수필가시다

지금 어느 아들과 아부지처럼 정을 나누고 있는데

술로 새월을 보내는 나에게 건강 생각해라, 책을 읽어라,  글을써라......

잔소리에 귀가 따지만 싫지가 않은건 무슨 이유일까?

어떤 이유로든 부정이 그립고 갈망하는 나의 마음을 꽤뚫어 보시곤 아예 아부지  나의 상아부지처럼 잔소리다

아니 사랑이다

호칭도 노골적으로 아부지라 부르란다. 첨엔 장난처럼 부르다 보니 생부같은 느낌은 그만큼 정이 들고 사랑이라는 놈이 내속에 자리 잡은모양이다

어쩌다 내가 반항적인 기미가 보이면 넌 "이사장이다" 한마디만 하신다

알아서 하란 뜻이겠지

이순 지난 지금 이런 형님같은 아부지와 인연된것 이것 또한 나의 행복이다 

"은퇴후 계속 술을 마실래? 나이 더 먹으면 조용히 책읽고 글을 쓰는것이 행복이다"

글은 이러이러하게 써봐라 너무 직설적이다....ㅎㅎ 말많은 시어머지 잔소리 보다 한수 위다

아부지의 반 강요에 의하여 몇편의 글 같지 않는 글을 썻다

그때마다 환상적인 글 시인 나왔다 공동 시집 내자 하시며......  자꾸만 놀리신다

그 놀리는 것 마저 사랑하고 싶다

은빛바다. 은빛바다  언제까지나 아부지와 아들의 사랑을 간직하고 나누고 싶다

행복한 이런 저런 생각에 혼자 빗속을 걷다 보니 집앞이다

행복이다 이런 인연들 현재도 진행형이자 영원히 살아있을 행복이다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세분의 맨토님께 사랑을 드립니다"
이 행복을 다시 꺼내보려 이슬비 오는날엔 혼자 걷고자 한다

다음 비오는 날에...

 

 

2021년 5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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