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수양**/바우

남한강 편지

빈손 허명 2021. 5. 16. 21:12

           남한강 편지

                                     구흥서

 

 

남한강가 를 따라 만든 아스팔트 도로를 아내와 손잡고 걷습니다
갈대는 은빛의 꽃을 떨구곤 늘어진 가지를 바람에 흔들고 우리를 반깁니다
겨울은 아직 제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겨울철새인 물오리 떼가 무리지어 강둔 치에서 깃털속에 부리를 박고 또는 유영을 하며 그들의 터전이

언제부터였는 지를 모를 그자리가 제자리인양 겨울이 오오는걸 알려주려는 듯 미리 자리 잡았습니다.

오늘 은 어제보다는 좀 차겁습니다.
흐르고 또흐르는 남한강 물을 오늘처럼 오래도록 바라본적이 없습니다.
세월은 이리도 흘러가며 반백의 머릿결을 선물했습니다.
아내도 늙어보이지 않으려 염색을 했지만 바람에 날릴때 보면 희끗거리는 속머릿결을 감추기 어렵습니다.
어제는 남한강 다리를 건너며 다시 돌아온 고향에서 자리잡고 지났던 오래전의 기억을 떠올렷습니다.

아들은 자전거 앞에 작게 앉을 자리를 만들어 태웠습니다.
아내는 뒷자리에서 내 허리를 잡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읍내의 큰 길을 지나 강가로 갑니다.
자동차는 가끔지나가는 버스와 관용차 몇대일뿐 거리는 한산합니다.
모두 걸어다니고 좀 급한거리는 자전거를 타고 다니던 시절 이였습니다.
서둘지 않아도 인정은 마르지 않았고 좀더디게 일을 해도 기다리는 것조차 조급하지 않았습니다.
버스정류장 에서 겨울바람을 피하지 못하고 버스를 기다려도 맑은 하늘에 비치는 햇빛만 있어도 좋은 시절 이였습니다.

"부부싸움을 했는데 마누라가 선생님네 이야기를 해요..."
나를 방문한 사람이 농담처럼 말했습니다.
가부장 시대의 끝에 서있던 시절이라 가장의 권위가 조금은 흔들릴때 였습니다.
"왜요..?제가 뭘 잘못이라두...?"
"아뇨...선생님이 자전거에 사모님을 태우고 아드님 태우거 다니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나요...?"
"그게 뭘 보기좋아요..다그런데요.."
"다그렇긴요..."

그때 만해도 남자는 나가서 하는 일을 핑계로 아내와 아이들에게 그리 자상하지 못한 가장들이 많았던 시절 이였습니다.
경제적으로도 부러워 하는 직업을 갖었고 시간이 허락하면 언제나 아이와 아내를 챙겨 남한강 다리 아래 라도 가서 도시락과 고기라도 구워 먹으며 함께 놀아주었을 때였습니다.
서울에서 셋방을 전전하다 다까먹고 고향에 내려온지 일년 만 이였습니다.
창문을 열면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만 보였든 지하실 월셋방에서 지친 자존심을 접고 고향에 내려왔습니다.
수중에 단돈 이십만원 이 전재산 이였습니다.

큰형님이 하는 작은 사무실을 한켠 빌려주어 거기서 책상하나놓고 일을 시작했습니다.
살림집은 처남네 사무실 뒷켠에 합판으로 바람막이를 해 거처로 삼앗습니다.
마침 고향에 내려와 맏은 작은 일감이 생겨 그것을 완료하니 그때 말단 공무원 한달치 월급이 들어왔습니다.
숨이 막힐듯 희열을 느끼며 받아든 돈이였습니다.
밤을 새워 일했습니다.
돈이 얼마나 그리웠는지 모릅니다.
가난한 농군의 자식이 서울로 올라 자취를 하며 겨우 대학을 졸업할때 까지의 고생은 소설로 써도 몇편은 될거라 말하면서도 사는 게 다 이렇구나 생각했습니다.

고향 을 가로질러 흐르는 남한강 을 바라보며 내 청춘의 봄은 언제나 올까 답답한 가슴을 풀어놓지 못하고 혼자서 여몄습니다.
남들은 다 잘 사는 데 나는 언제나 집한칸 마련하고 살수있을까?
사나이 자존심을 잠재우는 게 더 어려운일 이였습니다.
아내가 내손을 잡아주었습니다.
그렁거리는 눈으로 열심히 살자는 무언의 약속을 제게 했습니다.

산다는 것은 자취를 남기며 지나갑니다
그 자취는 추억이란 것만을 만들어 줍니다.
사랑하는 마음 도 미워하는 마음도 그 추억속에 담아두곤 가끔씩 꺼내보게 합니다.
정말로 사랑했던 사람도 정말로 미워했던 사람도 만들어 놓고는 사는게 사회생활의 일부인양 우리가 가정을 이루고

사는 그 둔덕을 쌓으며 울타리를 칩니다.
내가족의 안위와 행복을 위한 성을 만드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내가 살기위해 세상과 타협하며 조금씩 쌓아놓은 것들이 부 와 명예라는 그림자를 만들어줍니다.
보여줌으로 얻는 것에 대한 자부심과 성취했다는 것에 보여짐을 우리는 성공의 척도로 생각하기에 보여지려 애를 씁니다.
"그사람 참 돈많이 벌었어....그사람 성공했어.."라 불리워 지려 몸부림 치는 시간들이 지나가버렸습니다

"명예와 부를 한번에 다 갖기는 어려울거야...그중에 하나를 택한다면 뭘로 할건데..?"
"난 둘다 갖고싶어..."
사람의 마음은 그리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모두다 이루고 싶어하며 그 희망 사항이 곧 이루어 질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자신을 채우게 됩니다.
채워지는 것을 위해 혼신을 다하며 사는 시간은 너무나 짧은 시간을 만들어 줍니다.
정말 그 시간들은 그 역할만큼 빨리 지나 갔습니다.
성취를 위한 시간이 자신의 욕구충족을 위해 이리도 세상을 자신 만만하게 만들어주었기에 그 세월역시 능력을 모두 보여주는 잠재된 기간일수 있습니다.
능력이 무르익은 기간은 어느덧 불혹이라는 나이를 스치듯 지났고 지천명이라는 순간도 흘렀고 이순의 나이를 만들어 지금 이렇게 반백의 할아버지로 남게하였습니다.

어머니는 어린막내 아들을 걱정했습니다.위의 형들은 모래밭에 살게해도 걱정없다시며 아무런 걱정을하지 않았지만 유독 늦둥이인 나를 걱정 하셨습니다.
반백의 나이에 어머니 영댁을 찿아 파란 하늘을 바라봅니다.
하늘이 시리게 눈물을 만들고 있습니다.
울컥 가슴이 메어집니다.
그리도 사랑했던 어머니의 목소리도 미소도 살냄새까지 "얘야..열심히 공부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어라.."라며 주름진 거친 손을 내밀어 나를 감싸 안아주던 어머니 숨결이 그리워저서 입니다.
그 세월은 어느덧 60년을 지나가며 내가 어머니 처럼 자식을 걱정하며 사는 날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겨울 햇살은 강물위에도 비춰지는 듯 물결이 일렁일때 마다 눈부십니다.
사람사는게 이리도 반백이 되서야 간절한 그리움을 만드는 걸보면 늙어 철난다는 이치를 이제야 알것같습니다.
보고싶다 대놓고 말하지 않아도 알수있게 되려면 수많은 세월동안 바라보고 느끼고 부탯끼며 살아야 하듯 늙음이 뭐그리 자랑이 아닌 시대에 사는 간절한 소망하나는 자리잡지 못한 자식이 떳떳하게 돈을 벌어 제식구를 책임지는 걸 보는 것입니다.

죽어도 여한 이없다 란 말을 합니다.
그 여한 속에 는 자식에 대한 사랑만이 가득 할 것입니다.
자신을 위함이 없이 내리사랑 만을 고집했던 어머니가 그리운 날 남한강가의 철새는 유유히 그 오후의 겨울해를 받고 있습니다.
잊고 사는 것만이.... 버리고 사는 것만이....용서하고 사는 것만이... 사는 무게를 줄인다 하지만 문득 눈이 시리게 보고픈 어머니를 찿아간 영댁 산넘어 푸르른 하늘을 보며 그동안 체면 치례로 보이지 않았던 눈물한방울 을 흘립니다.

고향에 흐르는 남한강을 따라 내게 주어진 것들이 흘러가고 흘러 듭니다.
사람은 한평생 살면서 채워야할 시기가 있고 버려야 할 시기가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어릴때 자라고 공부하러 서울로가고 다시 고향에 살게된것을 너무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낙조 지는 남한강가에 기러기 날아가는 모습이 팔경에 하나로 기록되어 있듯이 나이듬은 주인이 아니라 자연의 일부분임을 확인 하는 시기일거라 마음을 다스립니다.

영원하지 않은 것들중에 우리의 목숨이 그러하듯 자연을 남기고 지나가는 나그네 처럼 우린 한 시대의 삶을 아름답고 슬기로운 반려를 맞이해 지나갑니다.
아내의 손을 잡고 아무말이 없어도 뭔 생각을 하는지 알수있는 그 따스한 손의 온기를 오래오래 느끼며 살다가고 싶습니다.
"사랑해..."
말하지 않아도 따스한 설렁탕을 같이 마주앉아 먹으며 앞에놓인 반찬을 가까이 놓아주는 작은행동이 그 말보다 더 한 사랑의 표시임을 알때 우리는 진정 한 사랑의 모습을 볼수있습니다.

오늘 그리운 사람들은 내일도 그립고 우리의 생각이 멈추는 날까지 그리워 지길 기도합니다.
그래서 그 그리움을 생각할때마다 행복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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