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수양**/바우

아내를 행복하게 하는 말

빈손 허명 2021. 5. 16. 20:48

        아내를 행복하게 하는 말

                                          은빛바우

 

 

오늘 이곳에 첫눈이 내렸다

아침에는 해가 떠 올라 일기예보가 틀리는 구나 하고 있었는 데 점심을 지나고 함박눈이 내렸다

연일 가을의 끝자락을 잡고 있던 날씨는 지친듯 겨울을 맞이하는 가보다

시절도 이리 질기게 계절을 보내기가 안스러운데 사람 사는 일인들 그렇지 아니하랴만 요즘 대통령이 얼빠진 소리를 지껄여 동정심을 얻어내려는 수작을 부리려나 보다

살기 힘들게 만들어놓은 빈곤한 세상에 어떤 희망이 남아 있을까 마는 그래도 놓치지 않으려 잡은 손을 펴지 않는 것은 언젠가는 좋아지리라는 작의 바램의 끈이다

아내는 이른아침 6시면 무조건 일어나 촟불을 켠다

작은 방 하나를 기도하는 방으로 만들어 주어 그방은 아내의 공간이다

나도 아내의 뒤를 이어 잠시 들려 참선을 하듯 앉아 숨을 고르지만 아내의 공간엔 침묵과 경건함이 흐른다

아내가 얼마전부터 몸이 좋지 않다고 여기저기 피곤을 토로하여 좀 쉬라고 했지만 아내의 일과는

전화기에 내장된 모닝 콜 소리가 울리지 않아도 일어나 아침을 기도로 열고 있다

"아프면 기도 하는 것도 오래 하지 못하니 쉬엄쉬엄 해.." 이리 말해도 아내는 그 시간만 되면 그자리에서 똑같은 구절을 외우며 오로지 념원하는 것들을 일념으로 기원한다

평생을 살아오면서 기도가 아내의 삶에 일부가 아닌 전부 임을 이해 하지만 툭하면 아내는 "다시 태어나면 기도하며 사는 스님이 될거라 " 면서 나의 잠시 무관심을 윽박지른다

하나의 목표를 추구하고 그 목표가 이뤄 지고 또 다른 목표가 생기고 그것을 향해 질주하듯 기도를 하는 아내의 일념은 기도를 하면 다 이루어 진다는 확신이다

시간이 얼마가 지나는 것은 아예 문제삼지 않는다

자신의 욕구를 줄이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며 종교의 교리를 따라 마음을 비우며 사는 게 행복이라 생각하는게

아내의 마음속에 이미 자리잡고 꿈쩍않는다

가끔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자신이 혼자 하는 수행 같은 삶의 시간속에 내가 좀 불편하다 하여도 아내를 위해 참고 같이 동화되려 노력한다

젊었을 때 내가 일과 내 욕구를 채우기 위해 아내를 외롭게 했다고 툭하면 과거사를 꺼내지만 나역시 살아감이 만만치 않은 세월속에서 자리잡고 살기위한 내 목적 을 이루려는 의지의 발로 였다

젊음이 오래오래 지속될것 이라는 착각 도 했었고 내가 사는 세상은 내 마음먹은 대로 이루어 질거라는 희망사항을 버려 보지 못하다가 문득 할아버지가 되고 나서 뒤돌아보는 날 아내가 나를 그리워 했다고 말할때 까지도 나는 일을 핑게로 수많은 사람과 만나고 내 포만감으로 가슴을 채웠었다

"부처님이 아니였으면 아마도 살기 어려웠을 거" 란 푸념을 가끔 듣는다

아침에 출근하면 저녘 늦게야 집에가 잠을 자고 또 새벽에 출근을 하는 내 일상속에 나역시 내 가 열심히 가정과 가족을 위해 사명감을 다 한다고 자신만만 했었다

가장의 무게를 넉근히 지고 달렸다고 자부 하는 내 생각과는 달리 아내는 내가 자신감으로 달릴때 제일 외로웠다고 하였다

재산도 모으고 사회에서 두각을 나타 내고 싶기도 했고 공명심에 불타 맨 앞에 서서 나를 부각시키고 싶었던 때도 나는 거침없는 세상속에 질주마였다

마음먹기 나름이라 차원을 달리 생각했어야 했지만 여자와 남자의 생각과 관념이 다름으로 지금의 아내가 새벽잠을 깨고 일어나 긴 시간을 기도하는 습관을 같게 해준듯하여 한편으로 대견하고 한편으론 안스럽다

지금도 아내의 기도시간이 우리의 하루 일과에서 변하지 않는 일이다

다른 것보다 제일 먼저 불변의 시간이기에 아내의 기도시간을 이른 아침으로 꾸었다

어디를 가도 어디에 있건 그시간은 누구도 바꾸지 못하는 아내의 기도 시간이 되었다

그시간이 있으면 아내는 행복하고 그시간이면 아내는 삶의 의미를 느낀다

여행을 가도 아내는 그시간에 일어나 기도를 하고 바쁜 일정으로 채우지 못한 시간들은 차 속에서고 비행기 속에서고 채워야 직성이 풀리는 완벽한 고집이다

곁에 다가온 사람들이 하나둘씩 떠난다

나이가 들수록 사회 생활에서 손을 떼고 필부로 밀려 앉으면서 생기는 변화다

그것을 자연의 이치로 생각하면 마음이 편한데 너무 소외 되는 듯 조바심을 내면 않된다

떠난 사람은 추억 속에만 존재 할뿐 다시 눈길 마주하고 인생을 논할 시간 조차 주지 않는 다

말수가 줄어들고 같이 한곳을 바라보는 아내만 남는다

더 나이가 들기전에 내가 할일을 정해 놓으려 한 다

그게 아내가 해야 할 일이고 남자가 할일이 아니라한들 어떻랴

같이 늙어감에 아내는 내 몫까지 나를 위해 기도를 하고 있는 데 아침에 아내가 할일 조금 했다고 해서 누가 뭐라 할 사람도 없다

나는 아내를 보고 아내는 나를 바라보고 이제야 행복하다고 지난날의 푸념을 버린다

바라보기만 해도 같은 공간에서 숨을 쉬는 것 만으로도 행복하다는 아내를 너무 혼자두었던 가보다

지금도 아침에 출근하면 일찍 귀가를 하고 똑같은 일정을 보내지만 그게 나의 현실에서 최선의 일과라 생각한다

신경을 써줄 손주 와의 전화 이야기가 제일 즐거운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되었다

관심을 갖어주려 해도 나의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사람은 점점 줄어들고 늘상 내 작은 관심이라도 목마르게 기다린 아내는 그 만족을 맘껏 채우고 있다

"그게 복많은 것" 이라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다

복많은 사람은 같이 늙어가며 말 한마디에도, 눈길 한번에도 행복해 하는 아내가 있는 사람이다

아내의 행복한 시간을 위해 나역시 내가 행복한 시간을 시작을 한다

참 쉬운 것인데 이제야 편하게 한다

너무 쉬운일인데 지금에야 솔선하는 늦지 않은 행복 촉매 다

이렇게 사는게 행복하게 사는 것이라 이제야 말할수 있다

 

'**심신수양** > 바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오는 밤  (0) 2021.05.17
남한강 편지  (0) 2021.05.16
우중산책  (0) 2021.05.15
앉으나 서나  (0) 2021.05.14
아버지도 그러셨나요?  (0) 2021.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