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수양**/바우

고질병

빈손 허명 2021. 4. 22. 10:30

             고질병

                                                은빛바우

 

 

아침에 몸이 찌뿌듯 하게 눈을 떳다

어제 좀 고단했었는 데 밤잠을 설쳤다

눈을 감고 있지만 머릿속은 온통 새로울 것도 없는 걱정이 맴돌아 그 생각을 지우려 눈을 떠도 이내 다시 또 다가오는 게 그렇다

나이들면 온갖 걱정을 다 한다는 어른 들의 말을 귓등으로 들어 넘겼었다

밤잠이 없으신 부모님들이 이름 새벽에 일어나 어슬렁 가리는 소리를 들으면서 공연한 짜증을 내기도 했었다

내가 걱정하지 않아도 될 손주놈 이 커서 해야 할일 까지도 그 걱정에 끼어 들어있었다

아들이 살아가면서 격어야 할 것들의 모든 것들이 내앞에 다가오는 듯한 조바심 까지다

늙고 병든 나 자신의 걱정보다는 내 눈앞에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내 피붙이에 대한 사랑이 지나쳐서 인지 아니면 할일이 없어 걱정을 사서 하는 지를 구분하기 어렵다

아내가 내 안색을 살피며 출근하는 나를 따라 나와 대문앞에 서서 웃었다

"안색을 펴요...사는 게 다 그런데 뭔 걱정을 사서 해요.."

"잠이 잘 오지를 않아.."

"사서 하는 걱정을 누가 말려요.....?"

나도 웃었다

걱정거리가 없는 집이 있을까 마는 나도 걱정을 사서 한다고 생각하는 아내의 말에 좀 서운했다

내앞에 다가오는 것들의 모든 것을 나는 나혼자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 가끔은 좀 겁이 날때도 있었다

한해 한해 가 지나며 다가오는 것들의 무게가 조금씩 무거워 진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는 데 요즘은 좀 그 무게를 느낀다

아침저녘 운동을 하고 즐겁게 생각하고 좋은 것만을 생각하며 살자고 다짐같은 것을 하지는 않았지만 천성이 긍정적인 나로는 새롭게 더 슬퍼하거나 우울해 하며 살지는 않았었다

요즘들어 문득 나의 지나온 삶을 반추해보는 시간이 늘어간다

내 삶에서 나에게 태클을 건 단 한사람이 미워진다

그 인연이 없었다면 나는 지금 이렇게 긴밤을 뒤척이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했다

그사람의 능글맞게 웃는 모습이 이글거리며 내 속을 치밀어 오르게 하고있다

그가 내 게 온후로 나는 그의 태클에 걸렸다

나의 보람찬 큰 꿈도 그로인해 깨어져 버렸고 나의 가슴 채우는 여유로운 삶도 그로 인해 흩어져 버렸다

그는 나에게 내 삶을 후회하게 만들어주곤 지금은 그 자신으로 인해 한사람이 잠못이루고 뒤척이는 것조차도 모른채 살고 있을 거라 생각하며 가끔 그를 저주 해보기도 했었다

그 인연 은 모든 짐을 나에게 안겨주고 흘러갔지만 흘러간 세월만큼의 긴 시간동안 그것조차 느끼지 못한 나의 불찰이 더 크다는 것을 이미 알고있다

나의 삶은 모두 나자신의 것이고 내가 결정한 것이고 모두 나로 인한 것임에 지나간 것들의 옷자락을 잡고 근심을하는 나역시 더 웃음을 살수도 있어 함구한다

"난 참 헛개비로 살았나봐..."

내가 심각하게 이야기를 할라치면 아내는 선듯 그렇지 않다 말한다

"당신은 성공한사람일텐데...뭘더 바래요..."

그리고 조목조목 몇번을 들었을 것같은 레파토리를 시작한다

"맴몸으로 장가들어 이만큼을 누리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성공한 것이냐" 며 더 바라면 욕심이라고 나를 위로하는 듯 하지만 작은 핀잔이다

하기야 그사람을 만나지 않고 좀더 좋은 사람을 만나 재산관리부터 모든것을 잘했다면 더 많은 부와 명예를 누렸을 지도 모를것이라 생각도 해보지만 내게 주어진 내 삶에 다가올 인연이라는 것이 나에게 주어진 그 끈을 내려주었기에 나는 더 큰 어떤 불행을 함게 하며 살아 갈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모든 것은 내가 타고난 것이다

어느누구도 그 필연을 돌려 놓을수 없고 돌려 놓는 다 해도 내삶의 화판에 그려진 그림은 아마도 지금 이모습 일거라 나 스스로를 위로했다

가을이오면 이러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지난날의 내 불찰에 너무 심히 맘을 아파하며 나자신을 괴롭히는 고질병이 도진다

모두 지난일인것을 알면서 돌려 놓을 수 없고 다시 돌아갈수 없는 것을 알면서도 그 고질병에 질질 끌려간다

그것은 나의 잘잘못을 질책하기 이잔에 또다른 것에 대한 불만으로 남고 모든게 이렇한 세상을 만들어 놓은 위정자에게로 향하는 것을 나역시 막지 못한다

경제위기를 만들어 놓은 위정자

세금을 너무많이 거두어 가는 위정자

이유없이 푹푹 퍼주며 머리를 조아리는 밸 없는 지도자

이맘때면 만나는 사람 들에게 "선거를 잘해야 하는 것" 이라며 열변을 토하는 고질 병이 더하나 생겼다

잘사는 게 시대를 잘만나야 하는 것이라 생각하는 것도 잠시 내 인연의 끈을 쥐고 그가 끄는 대로 가다보니 여기 까지라는 결론이다

예전에 내가 좋아하던 격언이 "비켜라 운명아 내가 간다.." 였다

팔자는 못속이는 것 이라 사람 들은 말한다

예전에 외국여행을 할때 동행했던 어느 철학을 전공한 노교수가 한말이 자꾸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는 다

"그사장님...환갑까지만 하세요...그후에는 절대 로 키우지 말고...환갑까지만 하세요..."

"왜요...?"

"그냥 그때까지만 ...하는 게 좋아요.."

흥미롭게 점이나 관상을 보아주는 것으로 착각하고 농담처럼 말한 내 기억이 고질병처럼 자꾸 생각난다

지금 그교수님도 이미 이세상 분이 아닐수 있지만 지금 살아 있다면 다시 찿아가서 "교수님말씀이 참 잘 맞네요..." 라고 치하를 해주고 싶다

환갑이 지나면 사회활동을 하는 것이 무리가 되는 것처럼 세상이 변해가고 있다

아직 내 사무실을 운영하지만 매일 출근을 하던 사람이 집에서 쉬면 병이 더 난다며 출근을 막지 않는 가족들의 이견을 받아 심심풀이 시간이라도 보낼겸 내 책상에 작은 컴퓨터를 설치하고 이렇듯 글을 쓰는 재미로 산다

돈을 버는 것보다는 세월가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며 사람이 살아가는 것이 나이듬으로 인해 변해가는 것을 스스로 느끼며 관찰하며 그것을 이렇게 다른 각도로 기록하며 사는 재미만도 꽤 괜찮은 편이다

가끔 버리지 못한 고질병이 도져 지난날 나의 가는 길에 태클을 걸었다는 사람을 미워하기도 하고 만나고싶은 사람을 그리워하기도 하며 다시 아내의 핀잔아닌 핀잔에 흐믓해하는 힘없는 할아버지로 살아가는 것이 가끔 불만인 게 그 고질 병 이다

"잠이 않온다 " 아들에게 메일 을 보내면 아들은 "걱정하지 마세요...잘 하고 있어요..."

늙으면 할일없는 고질병 때문에 하루가 지난다

어머니는 매년 이맘대면 추수를 끝내놓고 한복을 곱게 갈아입고 친정나들이를 떠나셨다

그것은 나이들어 친정 식구를 보지 못하고 떠나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에 대한 당신 자신에 대한 위안이였을 것이다

나도 이번 가을엔 가고싶은 곳에가서 보고싶은 사람이나 한번 만나고 와야 겠다

나도 늙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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