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수양**/바우

살다보니

빈손 허명 2023. 4. 2. 21:21

**  살다보니  ** 
 
아내는 벌서 10일 이 넘게 소화를 시키지 못하고 있다
오늘은 동네 간호사 불러 링거를 맞았다
아침에 일어나 간호사 오는데 집이 지저분해 보이면 안된다고 청소를 하고
아침을 준비한다
몇 일전 사다 놓은 죽 하나 데워 먹이고 어제 슈퍼에서 사다 데쳐 놓은 새순(이름은 모름) 을  부침 가루 에 버무려 후라이 판에 올렸다
그냥 먹는 것이다
영양도 그렇고 맛도 그렇고 다 그런 것을 계산할 이유조차 없다
살다 보니 이런저런 일들이 생기고 둘이 있는 공간에 아들이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어볼 뿐 맑은 4월의 하늘이 파랗게 꽃들을 품고 있어도 바라볼 틈 이 없이 늙은 머리로 이리 저리 생각해가며 티비 에 나오는  "나는 자연인이다" 라는 푸로 를 생각했다
산속에 혼자 남아 살아가려는 그들의 삶이 지금 나와 같을까?
자료는 냉장고 안에 있지만 만들어 먹는 것을 손수 해야 하는 이 시간이 아내의 존재를 귀하게 생각하게 만든다 
 
어제 조카를 만나 점심을 먹고 차를 마시며 쵸코렛  케익을 먹었다
밤에 잠이 오지 않음을 이상히 여겨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것 때문인듯 했다
한 밤중에 일어나 신경 안정제 반 알 을 먹고 자는둥 마는둥 하다 아침을 맞이했다
오전 10시 간호사가 와서 이리저리 준비하고 링거를 맞게했다
간호사가 돌아가고 무거운 몸을 안마의자 에 눞히고 잠시 잠을 잔다
링거 액이 얼마나 남았 는 가를 보기도 하고 자다 깨다 이리저리 하고 나니 어느덧 12시 가 넘고 또 점심을 준비 해야 할 시간이다
창고에 사다 놓은 햄 을 껍질을 까고 속을 꺼내어 끓 는 물에 한번 끓여내고 그것을 길게 썰어 계란에 버무리고 후라이 판에 구어내서 접시에 담고 풍기 윤 사장이 보낸 새싻 인삼  을 무쳐 놓은 것 , 마늘 대를 간장에 졸 인것 ,김치, 두어 개 꺼내고 김을 꺼내 놓으니 ,,,하나,둘,셋,,,,여덟 가지 반찬이 위에 놓여있다 
 
늙어가는 아내는 반찬을 준비 하려 하지 않는다
있는 것 보이는 것  김치 하나 김 하나 동치미 썰어 물에 담은 것 하나...그중에 하나 둘만 있으면 다 된 것이다
지난 시절 수많은 사람들을 집에 초대하고 서둘러 만들어 내던 반찬 솜씨를 볼수 없음은 아마도 늙음이 온 때문이고 건강이 원할 하지 않음 이리라
아들을 일본 유학 보내고 딸을 뉴질란드 로 보내고 돈만 보내주었지 돈독한 정을 쌓아보지 못했다 
그 허전함을 이곳에 수양 동생들과 수양 아들 들을 만들고 그들과 거침없이 놀고 즐긴것이 얼마나 후회 스러운지 모른다
내 아들과 딸과 같이 있었으면 많은 추억을 쌓고도 파노라마처럼 기록할수 있었을 것을...공연한 추석 거림 에 아이들을 보내고 나서 지금 돌아보니 제일 후회 스러운 게 바로 이것이다
그역시 아이들의 운명일 것이다
아비의 결정으로 떠나 살게 된 젊은 시절의 기록은 타국에서 외롭고 쓸슬 한 것 만이 남아있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 나의 모든 것을 다 던지고 아이들을 위한 것을 한다 해도 모두다 지난날 처럼 젊음도 부도 건강도 모두다 바람결이 지난 후이기 때문이다
그것 또한 어쩔수 없는 것 ..나는 지금 건강을 걱정하는 아내와 둘이 살면서 아픈 아내를 위해 전신을 준비 해야 한다
관리 소장이 전화를 걸어 필요한 게 없냐 물었을때 '없다.." 라 고 말했다
말로 해야 하는가? 물어 보나 마나 필요 한게 뻔할 것이지만 그 역시 물어봄도 대단한 관심을 주는 것이다.그도 늙어보지 않았기에 그나마 기특하다 고 생각했다
바다가 그리운 계절이지만 다 잊기로 했다
현실을 바라보고 현실 속에서 살며 바라 보고 싶은 것들을 잊기로 했다
내 현실 과 오늘이 더 소중하여 그림 같은 상상은 하지 않으려 마음을 돌렸다
파도 소리는 그곳에 있을 거이고 바람 소리도 그곳에 있을 것이기에 나는 그려려니 하며 내 창문 앞 에 핀 흐드러진 벗꽃 을 감격하며 볼 것이다
아들이 제 엄마와 통화 를 하고 딸년은 전화 한번 없다
아직 어린 제 자식들 돌보는 것도 지칠 일이라 이해했다
둘 만 남으니 둘 중에 하나가 몸이 시원치 않으면 서로 고생이다 그래도 살아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우리는 할 일이 반으로 나누어있어 각각의 역할이 있다. 아내는 밥과 반찬과 청소 빨래 나는 나의 역할을 배당 받아 그것을 충실하게 유지하고 이럭 저럭 살아가고 있다
다른 사람과 비교 하지 않는 다.
지금 나의 삶은 그래도 행복한 것이다. 아프면 병원에 갈 수도 있고 먹고 싶은 게 있으면 아들에게 전화하면 도착하고 다만 나이 들어 힘이 줄어드는 것이다
늙음..이 아픈 시간을 이해하는 사람은 늙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나는 나를 돌아보고 내 곁에 늘 그림자처럼 살아 숨쉬는 아내를 바라보다가 훌쩍 바람을 타고 떠날 것이다
그 시간 이 오기 전에 건강을 챙기고 더 열심이 이 세상을 바라보고 살아있음은 축복이란 말을 스스로 느낄 것이다
운동갈 시간이다. 오로지 운동을 할 시간이 하늘을 바라보고 강물을 보고 풀도 나무도 새들도 바라볼 시간이다
열심히 온동 하여 조금 더 이 아름다운 세상을 오래보려는 마음이 크다 
나는 나 이기 때문이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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