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수양**/나의 일기

집어서 만 지내는 하루

빈손 허명 2022. 12. 18. 18:05

집어서만 지내는 하루

 

주말이 되면 나는 내가 아니고 아내의 것이 된다.

물론 나도 즐겨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니 내가 더 좋아하는 여행광이기 때문일 게다. 요즘은 파도치는 바다 또는 천년고찰 조용한 사찰을 찾아 부처님을 만나 지금의 인연과 지금의 행복 그리고 지금 인연들의 건강도 아울러 감사기도를 드린다. 오늘은 집에서 조용히 지내기로 하고 좀 늦게 일어났다. 아침 7시 넘어 일어나 혼자 명상을 즐기다가 7시 40분 인근 온천으로 차를 몰았다. 온천 입구에 들어가니 차가 주차장 가득하여 다시 동네 목욕탕으로 갈까 잠시 고민하다가 이미 온 김에 사우나나 하고 가자며 들어갔다.

탕에 들어가 지전 아내에게 톡을 넣었다 "여보 일어나면 삼치 한 마리 굽고 어제 만든 유자청 넣을 유리병 사갈까?" 이렇게 보내 놓고 탕으로 들어가니 역시나 탕 안이 사람들로 가득하다.

비집고 들어가 샤워기로 샤워를 하는데..

몇 사람이 인사를 한다 인근 금고 이사장과 후배 등..

알몸으로 인사하기가 조금은 민망하지만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탕에서 온몸을 담그고 눈을 감고 천장을 쳐다본다

언제나 아들과 함께 왔는데 아들이 어릴 땐 물을 무서워해 나의 품에 찰싹 달라붙어 무서워 우는 아들을 달래 가며 탕의 물에 적응시키며 몸을 담그든 모습 좀 커서는 주말마다 아빠 목욕탕 가자 하는 아들의 목소리가 들리는듯하다.

이젠 어느 노인네 처럼 혼자서 목욕탕 오는 쓸쓸한 노인이 되었다는 생각에 너무나 빠른 세월에 몸도 마음도 적응 하여야 된다는 생각이 노을앞에 선 나를 바라본다.

잠시 옛 생각에서 깨어나 건식 사우나에 들어가 오랜만에 흠뻑 땀을 흘렸다.

"몸도 마음도 큰 고민도 다 녹여내고 개운하게 돌아와 새롭게 시작해라"라는 말씀이 귓가에 맴돈다.

탕에서 나와 옷장에 카톡을 먼저 확인하니 "유리병은 4 개로 사 오세요"라고 답이 와있다.

"역시.. 아내도 우리 가족 외 또 생각하는 가족이 생겼는가 보다"라고 생각하며 미소 짓는다

집에 돌아와 삼치구이로 아침을 먹고 나니 땀도 많이 배출한 터라 노곤한 게 소파에 몸을 맡긴 채 잠이 들었는가 보다

1시간이나 자고 일어났는데 아내도 피곤한지 옆에서 자고 있다

깨지 않도록 조심조심 3층에 가서 컴과 노닐다 내려와도 그냥 자고 있다 부엌에 가니 싱크대 설거지거리가 제법 쌓여있다

조심 고무장갑을 끼고 설거지를 하는데 아내가 일어난다

"점심은 우리 냉동실에 게 한 마리 있는데 게 라면 끓여 먹을까"

"집에 라면 없을 텐데요"

"우리 차에 있지요 내가 가지고 오리다"하며 물을 올려 게를 먼저 넣고 불을 켜 놓고 내려가 라면을 두 개 가지고 와서..

라면 세프는 나다. 오랜만에 라면을 맛나게 끓여 아내와 먹었다. 게다리 살을 빼서 아내에게 주며 먹는데 이것이 신혼기분이리라. 진짜 신혼 때는 먹고살기 바쁘고 애들 키우느라 그럴 여유가 없기도 하였지만 애들 모두 결혼하여 분가하여 가고 없는 지금, 지금이 신혼이 아닐까...

3시에 운동을 출발한다
최강 한파라 나는 하얀 곰 아내는 까만 곰으로 분장하여 집을 나섰는데 바람이 차긴 차다
겨울은 추워야 이듬해 농사가 잘된다고 하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렇지만 내 아내와 멀리 아버지가 추위를 많이 타고 추위를 싫어해서 나도 추위는 싫지만 그래도 겨울 맛은 나야 겨울이지... 옛 내 어릴 때만 해도 삼한 사온이 뚜렷해 아무리 추워도 3일만 지나면 따뜻했는데 지금 세월이 지난 오늘날은 그렇지 않은 듯하다. 추위가 오면 며칠씩 추워 버리고 따뜻해도 열흘 보름 따뜻한 것 같아 우리나라도 아열대 기후에 들어간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아내와 우리 영남대학교 교정을 돌아 큰 동네도 돌고 공원도 돌아 1시간 30분의 운동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니 배가 출출하다
저녁은 간단하게 감자떡과 콩떡을 녹여 먹으려 찜기에 올려놓고 어제 만든 유자청을 유리병에 담아 냉장고 옆에 숙성되도록 두었다. 아내가 지난해 유자청을 조금 이상하게 담어져 올핸 고심을 많이 하고 담은듯하다. 유투브를 보고 유자의 씨를 모두 발라내고 속살을 분쇄기에 갈아 넣고 껍질은 모두 채 썰어 설탕에 버무렸다고 한다. 세상 참 살기 좋은 세상이다.

무엇이든 손안에서 모두 다 해결이 되니 못하는게 없는 세상이다.

이젠 며칠 숙성되면 맛난 유자 청이 될 것이다.

유자청을 포장을 하고 나니  감자떡과 콩떡이 해동이 다 되어 낮에 라면 먹듯 아내와 나란히 떡을 먹고 물도 마시며 세월을 나누다 지금 이렇게 살아감에 감사를 한다.

월요일은 더 춥다고 한다. 추운 김에 아예 뿌리를 뽑으려나?

3층으로 와서 이런저런 인연을 생각하고 세상 돌아가는세상을 보며 그래도 이제 제대로 된 나라가 되려나?

국방백서에 북한을 주적으로 표기를 한다고 한다. 우리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하고 살해하는 자들이 우리 민족이라고 적이 아니라 하니... 민족은 민족이고 적은 적이 아닐까? 이런 저런 일들의 오늘이 간다.

다시 오지 않는 오늘, 오늘의 자판을 두드리며 하루를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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