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수양**/바우

눈 쌓인 길을 걸으며 외1편

빈손 허명 2022. 12. 18. 18:01

눈 쌓인 길을 걸으며

하얀 눈이 가득 쌓여있다
눈을 치운 자국이 보이기도 하지만
눈은 가득 하얀색으로 가득하다
미끌 거리면  넘어질지도 모르기에
조심 조심 보폭을 줄이고 걷는다
뽀드득뽀드득 눈을 밟는 소리가 즐겁다
"하얀 눈 위에 구두 발자국
바둑이 와 같이 간 구두 발자국..."
어릴 때 불렀던 동요를 생각했다
다 지나간 시간 속에 그리운 낭만
바람도 하얀 눈빛 인 듯  귀가 얼얼 해진다
맑은 하늘 해는 빛나도
눈빛에 가려진 듯 노을 빛 은 맑지 않고 흐렸다
발걸음이 느려지고
다리가 무거워진다
어릴 때 아버지가 하신 그 말이 생각났다
"늙으면 다리가 무거워 진단 다.."
다리가 무거워 걷기가 버거워지는 나이
이 노을 빛 세월은 얼마나 더 유지될까
서쪽 산 위엔 붉은 해가 모습을 감추고
바람은 조금  더 냉정해 졌다
어둠 은 내리고 넘어지지 않으려는 노력은
피곤을 몰고 왔다
눈 쌓인 거리를 걷는 것은
온몸과 마음을 다듬어 걸어야 한다
미끌 ..넘어지면 영영 행복은 사라진다
하얀 눈이 세상을 가려주지만
눈부신 하얀 색깔 이 마음을 다독인다
나를 위한 나의 노력이 향기롭다
눈 쌓인 길을 걸으며
가는 세월을 눈 여겨 보았다

사진 인터넷에서

 

병원 가는 날

 

나이를 먹으며 친해지는 병원
조건을 붙이고 맞아주는 곳
돈 없으면 오지 말라는 곳에
짝사랑 하듯 병원으로 간다
인생 칠십을 넘어 
그 뒤로 조금 더 지난시간
새벽 겨울 비 내리는 날
병원으로 달려간다
정해진 시간에 가야 만날 수 있는 의사와
단 몇 분의 마주친 순간이
삶의 행복이고 불행이 된다
셀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이 
짝사랑하듯 간절한 마음으로 달려가는 곳
"아마 내 짝사랑이 지금 살아있게 하는 것"
누구도 아니라 말하지 못하는 진리다
온통 숨겨진 흉터가 삶을 이어주고
가슴에 멍울진 작은 행복에 마르지 않는 
샘물 같은 희망이 솟구친다
찬 빗방울이 차창을 두드리며 인사한다
새벽에 내리는 겨울비가 
고단한 시간을 일깨우며 말한다
"살기위한 것.. 사 는 게 더 행복"
눈을 감고 귀를 기 우린다
내 가 안고 사는 이 세월에
더 안고 갈 그 무엇은 어떤 것일까
지나온 세월의 많고 많은 사람들이
손에 쥔 모래알 처 럼 하나 둘 사라지고
이젠 빈 손바닥에 남은 몇몇의 인연
아마도 그것은 그 언젠가 그날
가볍게 날아갈 것을 소원 했기에
가물거리는 기억속에서 온통 다 비운 듯 살라는
간곡한 목소리가 들리기 때문이다
병원에 가는 길 위엔 빗물이 눈물처럼 흘렀고
하늘은 잿빛으로 가득했다
돈을 들고가야 만나는 이기적인 그곳은
살기 위해 사랑 할수밖에 없는 
짧은 만남도 간절한 병원 이란 곳에
하얀 가운을 입은 의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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