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능가사로 출발을 하였는데 중간에 친구와 접선하면서 마산, 고성으로 옆길로 빠지면서 이 아름다운 사찰
능가사를 외면하였다
듣지도 보지도 못한 태풍이 온다는 예보로 집콕하기로 하고 있었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날씨가 시원한 가을바람이 부는 완연한 가을 날씨다
"이 좋은 날씨 어제 못가 본 능가사나 가 봅시다"라고 아내가 말한다
그럽시다 갑시다
9시 30분 경산을 출발 경산 ic 올리기 전 주유소가 기름값이 제일 싼 주유소여서 차에 밥을 잔뜩 먹인다
밥이 아직은 조금 남아 있는데도 밥값이 92,000원어치나 들어간다
나의 애마가 배가 큰 모양이다
요즘 자꾸만 세월의 빠름... 노후의 삶에 대하여 떠오른다
혼자 사색에 잠길 때면 내가 살아온 길.. 큰 굴곡 없이 살아온 나의 길, 그리고 암흑 같은 고비의 그 길들이 스멀스멀 기억 속에서 기어 나온다
힘들었을 땐 그 당시가 제일 힘들었다고 생각한다
지나고 보니 모두 바람이고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들을 그 순간은 왜 그리 힘들고 나에게만 이런 시련을 주는가 원망도 했던 기억이다. 누구에게나 오는 시련이지만 그 사람이 이겨 낼 만큼만 시련을 준다는 걸 알았다.
내가 군에 입대하고 3개월 만에 아버지 사업이 부도가나 여동생이 고등학교를 그만두고 엄마와 생계를 꾸린 것은 나의 마음을 괴롭게 하였고 회사생활 때 노동운동을 심하게 하여 내가 필요로 하는 노동조합에 있지를 못하고 위독한 엄마 보러 집에서 지낼 때 동료들에 미안하였다. 제일 힘든 때가 한창 아이들의 뒷바라지가 필요할 때 경제적으로나 사회적 지위로나 모든 면에서 손가락 받는 듯한 자학. 그리고 금고 운영하면서 경영 문제로 이사장님과의 의견 충돌로 스트레스받아 급성 당뇨와 고혈압이 와서 약을 먹기 시작한 것 그런 것들이 하나둘 스쳐 지나간다
모두가 바람 지나간 바람이라지... 앞으로 불어올 바람은 또 어떤 바람일까
그렇게 달려 남지 수변 공원 남지 철교 밑에 주차를 하고 복구한 철교 위로 걸어서 능가사로 향한다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강물에 반영된 가로수가 이렇게 아름답다니.. 그 풍경에 감탄한다
남지 철교를 건너니 왼손에 약봉지를 소중하게 든 능가사의 약사여래불이 먼저 반긴다
"내 소중한 님의 아픈 곳을 낫게 해 주소서 건강하게 사랑할 수 있게 해 주소서"
간절하게 기도를 하며 고개를 숙인다 아마 잘 들어주시겠지...
대웅전에서 내가 나의 모든 지인들과 내 사랑하는 사람의 건강을 빌며 참배를 하니 인자하게 미소짓는 부처님.
과거 언젠가 여기를 다녀 갔었다는데 나는 왜 기억이 전혀 나지 않을까?
아내가 여기저기 특징을 이야기하는데도 나는 머리가 하얗다..
아내는 "우리가 그 당시 절이 있어도 아예 관심이 없던 시절이라 아마 기억이 나지 않을 겁니다"라고 이야기해도 나의 머리에 떠오르지 않는다. 그냥 미소로 답할 수밖에...
작년 하반기부터 사찰에 관심이 생기고 주말마다 암자를 찾고 참배를 하고 가끔 부처님을 떠올리며 참선을 하기도 한다
이건 지금 제일 존경하는 분의 영향이다
합안 칠서의 능가사는 1900년대 용주사 태고종으로 창건하여 지내 오다가 1973년에 능가사로 이름이 바뀌면서 조계종으로 들어갔고 해인사의 말사라고 하며 대체로 조용한 산사 절이다
또 다른 나를 보고 또 그렇게 세월이 가는 길목.
세월이 가는 데로 바람이 부는 데로 내 마음을 맡겨 이리저리 떠 다니자
농가사 부처님의 미소처럼 농가사 입구를 지키는 약사여래불의 미소처럼 사랑하는 사람을 미소로 바라보며 살리라고 마음속 쌓아두고 능가사를 나서며 오늘 또 하루가 이렇게 바람에 실어 보낸다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는 길목에서 서서....
'**심신수양** > 나의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진화하는 세상과 새마을금고 (1) | 2022.09.07 |
---|---|
진실만 이야기 하며 살아도 모자랄 세상 (1) | 2022.09.06 |
전어회 (1) | 2022.09.03 |
영원한 건 없구나 (1) | 2022.09.03 |
2022년 불우 이웃돕기 바자회 (1) | 2022.08.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