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수양**/바우

아내의 발/구흥서

빈손 허명 2021. 9. 21. 17:05

사실 요즘 같으면 너무나 한가하여 뭘로 시간을 보내나 걱정을 할때가 있습니다
사무실은 실장과 과장과 기사가 할일 정도로 일이 많지는 않습니다
건설경기를 풀어준다 하는 데 건설경기를 아파트나 짖는 걸로 착각하는 현정부의 우매함을 탓하는 것도 질렸습니다
건설경기는 뒷골목 막걸리 집에서 부터 시작되는 걸 모르는 참여정부의 무능함을 내 걸었습니다

요즘에 읽은 책은 많습니다
티브이를 끄고 아내는 부처님말씀을 전하는 스님들의 책을 읽고 나는 내가 준비한 베스트 셀러 를 사다 쌓아놓고 하나하나씩 읽어갑니다
기억력과 총명함이 쇄퇴해서인지 주인공들의 이름을 기억하려고 언더라인을 치며 읽습니다
다빈치 코드 는 이미읽었고 디셉션 포인트 나 인생수업 ,모모.호박방,소서노.같은 소설들과 오만과 편견이란 책은 다음차 에 읽을것입니다

일상은 정말 활기를 찾기 어렵습니다
더구나 나이든 늙으니를 찾는 일을 구하기는 더욱더 어려워 친구들은 한적한 뒷방에 모여 100원짜리 고스톱을 치며 짜장면 내기를 한다고 합니다
좀 늦게 출근하고 좀 일찍 퇴근을 합니다
토요일이나 일요일 등 붉은 글씨가 있는날은 아내랑 뒷산에 오릅니다
작은 계곡도 있고 온갖 새들의 노래도 있습니다

"저녘은 뭘 먹을까?"
아침에 출근하는 나에게 아내는 말합니다
사무실에 앉아 아내에게 전화를 겁니다
전화를 걸어야 할말이 뭐 있겠습니까 마는 손주와 통화한 이야기며 저녘에 뭘 먹고 싶다는 말을하면 할말이 없습니다
예전같으면 어쩌니 저쩌니 사는 것에 대한 불만도 격려도 있지만 나이든 할아버지가 되고 할머니가 되니 만나는 사람도 적고 할이야마져도 작 습니다
"사랑해.."
농담처럼 아내에게 사랑한단 말을 하면 아내는 뜽금없는 소리에 잠시 놀라다가
"그래도 좋네요..." 라며 웃습니다
예전엔 그리 말을 하지 않는 다며 재촉 했던일도 있었지만 "사랑해" 란 말을 하기 어려운 세대에 태어난 사람이라 그말을 많이 해주지 못했습니다
아내는 당뇨를 갖고 있기때문에 매일매일 처거의 올케와 서울서 이사온 언니를 대동하고 뒷산엘 갑니다
그것은 일과중에 제일 소중한 일이라며 행여 서울에서 친척이나 동서들이 오면 다 제쳐 놓고 같이 오르려 합니다
산이 고마워진다며 당뇨가 잡혀가는 기미를 보이며 살아가는 것에 복잡함을 잊습니다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마음먹었으니.당신도 그리알아요...내가 아프면 가족 과 곁에있는 사람이 다 고생" 이라며 뒷산이 의사 선생님 이라며 종교 의식처럼 산엘오릅니다
당뇨는 발끝이 미세 혈관이 터져 썩기시작하면 어렵다는 것과 자신의 친정오빠가 그렇게 세상을 떠난걸 잊지않고 열심히 노력하는 아내가 어찌보면 대견하기도 하고 안스럽기 조차 합니다
퇴근후에 저녘준비를 같이하고 마주 앉아 저녘을 먹습니다
오늘 만난 사람들의 일과 자신에게로 온 전화의 내용과 들은 소문들을 이야기 하는 것을 들으며 나는 가끔 맞장구를 쳐 줍니다
매일 보는 연속극을 하나보곤 뉴스 시간이 되면 반신욕을 하러 들어갑니다
태양열을 설치해 전기를 들이지 않고도 매일 반신욕을 할수 있슴이 좋습니다
나역시 연속극이 시작되면 실내 자전거에 오릅니다
지겹고 따분하지만 안장에 두터운 담요를 깔고 온몸에 땀이 흐를 정도의 힘겨운 시간을 보냅니다
아령도 하고 역기도 열심히 듭니다
이쁜 손주나 착한 아들과 딸에게 너무 일찍 기대지 않으려는 부단한 노력입니다
거울앞에 튀어나온 가슴을 혼자서 감상하며 뱃살만좀 줄여야 겠다고 다짐하지만 몸무게를 줄이기란 참 어렵습니다
이제 하루의 맨마지막 일과 인 고운 아내의 발을 맞사지 해주는 것 입니다
작고 하얀발...
평생 부산한 내 삶을 보조맞추며 사느라 고생한 발입니다
"요런 발가락좀 보게..."
손주의 발가락같은 작은 발가락이 올챙이 머리 처럼 가지런하게 달려 있습니다
언젠가 발가락이 저리다 해서 매일 자기전에 발 맛사지를 해준게 오래전 일입니다
약국에서 크림을 사다 비축해 놓았습니다
작고 하얀발로 이세상을 딛고 사느라 힘든 발 입니다
나를 따라 한평생을 살면서 종종 걸음을 걸었고 아들을 업고 딸을 업어 키운 발입니다
언제나 내 곁에서 내 삶에 누가 되지않게 열심히 달려온 발입니다
나는 그 발을 매일 만져줄수 있다는 게 행복합니다
발가락을 간지르면 간지럽다 말하면서도 행복해 하는 아내는 정말 포동한 발을 갖고 있었습니다
손도 얼굴도 모두 포동한 아내를 나는 지독히 흠뻑 사랑해준적이 없는 듯합니다
곁에만 있고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으로 남편의 노릇을 다 했다고 만 생각했습니다

이제 텅빈 큰 집엔 아내의 냄새만 있습니다
아내의 잠자리를 봐주고 아내가 일어나면 침구를 정리 해주며 오늘도 건강하게 내 곁에 있어주길 기도 합니다
예전에 살던 모습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모습이지만 세월을 어찌 할수가 없는 듯 합니다
텅빈집에 아내가 없다 생각해보면 소름끼치도록 무서울 것입니다
"90까지는 살아야지..?"
"그럼 나는 95살이게..?"
우리는 같은날 같이 손잡고 이세상을 떠나 파란 하늘 넘어 있는 우리의 미래의 세상에 가려고 매일아침 부처님게 기도를 드립니다
거기가서도 아내의 이쁜 발은 내가 맛사지 해주려 합니다

몇일후면 너무나 보고싶던 손주가 옵니다
아내는 손주가 오면 준다며 마당에 살구와 자두를 따 쨈을 만들고 반찬을 만들고 손주가 좋아한다 말한 것들을 다 기억해놓고는 하나하나 준비 합니다
바닷가에 가는 일도 노래방에 가는일도 모두 하루하루사는 일을 즐겁게 하는 일입니다
일년에 한두번 뿐이 볼수 없는 손주가 오래 있지는 못하지만 오리는 손주사랑에 모두를건듯 들떠 있습니다
"할부지..한국가면 포도를 많이 사주세요..많이요.."
"그래 많이 많이 사줄게..."
나는 가슴이 저려오는 걸 느낍니다
"그깟 포도몇송이를...얼마나 먹는 다구..."
생활비 아끼느라 손주에게 풍성한 과일을 사주지 못하는 아들의 삶을 이해 합니다
아내는 지금 종종 걸음으로 주방을 오고갈 것입니다

모처럼 점심을 집에서 먹기로 했습니다
"여보...오늘은 잔치 국수로 점심할까..?"
그렇게 전화를 했습니다



 

 

2006년 11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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