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성했던 아래텃밭에 풀들은 엊그제 처남이 트랙터로 갈아 엎어주어 깨끗해 젔다
잡초도 그려려니 하며 "두고보면 볼만 하다" 는 어느 님의 말이 생각나 어차피 작물을 심기도 어려울듯해 그냥 두려 했는 데아무래도 집앞 길을 지나는 사람들이 "게으름뱅이 집" 이라 흉을 볼까봐 부탁을 해 짧은 시간에 어느덧 깨끗한 밭갈이를 한 이쁜 텃밭으로 변했다
윗 텃밭심은 고추를 뽑아내고 김장을 심을 준비를 끝냈다
풀들의 아우성이 들리는 듯 했다
막 열매를 익히려는 풀들의 아우성이 들리는 듯 했지만 질긴 뿌리를 트랙터의 밭갈이 날이 무참히 뒤집어 주어 한시름놓았다
아내는 새벽 기도를 시작하고 나는 장화를 신고 장갑을 끼고 나와 외발 리어커를 끌었다
동녘에 아침해는 붉게 얼굴을 내 밀고 철잊은 꾀꼴이는 제 아들에게 목소리내는 법을 사사하는 지 요란하게 그 노래소리를 연달아 내고 있었다
트랙터로 갈아놓은 밭은 고랑을 내고 둔덕을 만드는 것은 괭이로 흙을 파 올려야 한다
온몸이 땀으로 젖었다
목에 건 수건은 이미 젖고 숨이 가쁘고 지쳐 마당에 수도를 틀어 물을 마셨다
배추는 100포기 정도 심고 무는 300포기 정도 심으려 계획을 세웠다
밭 두덕을 여덟개나 만들어 검은 비닐을 씌우고 김장채소 심을 준비를 마쳤다
장마가 지나고 무더위는 지칠줄 모르고 기승을 부린다
부모님도 여름이 무르익을때는 들녘으로 나가 김장채소를 심었었다
부모님이 심는 법을 기억하지는 못했지만 밭을 일구고 거름을 뿌리고 작년에 거둔 씨앗을 뿌리고 뜨거운 8월의 태양아래 제 싻을 틔워 자라는 김장 채소를 보는 재미도 느끼셨을 것이다
"그가짖거 뭘 땀을 흘리고 일해요..몇푼이나 간다구 김장을 많이 할것도 아니면서.."
김장을 심는 다니 허물없는 사람이 그리 말했다
나이가 드니 할일이 줄어 들었다
흙을 밟고 흙을 만지고 씨앗을 심고 물주고 새싻이 트는 것을 보는 재미도 여간 쏠쏠한게 아니다
작년에도 올봄에도 무공해 채소를 심어 재미를 봤다
웰빙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무공해 음식을 먹는 것 자체가 웰빙먹거리 이라고 생각하는 데 시골 참나무 숲에 새들이 놀고 매미가 제 철이다
아침에 몇시간 땀을 흘리면 무공해 야채를 먹을 수 있는 데 망설일 게 없다는 판단이다
전립선 비대증에 좋다고 아침마다 아내는 도마토를 믹서기에 갈아낸다
넘기기가 힘들다며 체에 걸러내 마시기 쉽게 담아주는 아내에게 고맙다
배추, 무, 대파 , 와 가을 에 먹을 상추를 심어야 제대로 심는 것이다
아내는 집밖의 일은 잘 못한다
모기밥이 되는 것도 물론이거니와 일을 돕는 것도 답답해 나혼자서 한다
나는 일은 좀 거칠지만 내가 생각해도 참 잘하는 편이다
무럭무럭 자라는 채소에 물주고 벌레 잡아주며 잘키울것이다
수양아들들도 주고 서울 사는 수양동생들도 나누어줄 마음이다
얼마나 먹겠냐 만은 나눔이 더 마음을 포만하게 하는 것을 익히 알기에 좀 많다 생각나게 채소를 심는 다
"다 내신세 볶는 겨.."
지치듯 집으로 향하며 그런 생각도 가끔은 하지만 아직 공부를 끝내지 못해 자리 잡지 못한 아들을 위해 아버지는 나 아닌 남에게 무엇인가를 나누어 주려는 계획을 세운다
조금만 더 땀을 흘리면 되고 좀 일찍 일어나면 해결이 되는 것이다
무공해 란 내가 보증을 하는 것으로 무성하게 자란 무우나 배추가 싱싱하게 밭을 채우는 것을 보는 재미는 어느덧 힘든 피로를 잊게 할것이다
가을빛은 텃밭에 머물려고 떠오르는 듯 열기가 온몸으로 퍼져 온다
땀을 흘리며 아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땀흘리며 일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삶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아들도 요즘 너무더워 잠들기 어렵다 했다
삶은 이리도 현실로 다가와 자신의 목적하는 것을 성취하는 즐거움도 만들어 주려는 의지가 부족하다
"다 시절 탓이다 ..좀 더 노력하고 기다리면 좋은날이 올것이다..너 공부에 매진해라.."
아버지 걱정을 하는 아들의 마음을 읽는다
하루온종일 몇마디 나눌 벗이 없다
모두 다 지친 삶에 몸은 낮추고 숨어있는 가보다
다녀간 손주는 더 많이 커 幼春期 가 된듯 "할아버지 건강하세요 바이바이" 라며 전화를 돌린다
말을 잊을까 아내를 바라보며 하는 게 온종일 몇마디 되지 않는 것을 보면 늙음을 익힌듯하다
내게 말을 걸려고 수많은 사람들이 전화를 했고 나를 찿아왔고 내 앞에 있었다
그러나 그게 10년도 않된 시간이 흘렀는 데 가을 빛 내리는 텃밭위에 땀에 젖은 할아버지의 피부가 가을 빛에 그을린다
"건강하시지요?"
물어보는 인삿말도 바뀌었다
반백의 머리를 보기 언잔타며 짧게 깍았더니 아내가 좋다고 했다
머리가 길면 지저분해 보이고 나이들수록 단정한게 좋다고 짧은머리를 좋아한다
단순하게 살아야 할 시간이고 비우고 사는 시기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매사 군더더기 없는 단순한 삶을 바란다
집짖고 이사 올때 심은 나무가 큰나무로 자라 집주위를 울창하게 만들듯 나는 나이들어 세상에 고요히 가라앉듯 살지만 내 아들과 딸과 손주가 세상을 딛고 서있으니 언젠가는 그들도 무성한 나무처럼 세상을 지탱하는 나무가 될것이다
수양아들이 둘째 아이로 딸을 낳았다
수양동생의 아이들도 결혼을 해 8월생을 네명이나 낳았다
세월을 흘러도 변치 않는 게 있다
가을 빛 가득한 뜨락엔 채소를 심으려는 내가 있고 또 그전엔 내 아버지가 또 그전엔 아버지의 아버지가 서있었을 것이다
지금 가을 빛 내리는 텃밭에 서서 하늘을 바라본다
저 하늘 끝엔 언젠가 내가 가서 영생항 세상이 존재 할거라 믿는 다
부처가 돌고 도는 인연설을 들려주듯 그세상에서도 난 가을 빛이 비치는 텃밭은 밟으며 아내를 사랑하고 내 아이들을 사랑하고 살것이다
덥다
온몸이 땀에 젖었다
근데 왜 몸은 상쾌 할까?
이게 살아가는 또하나의 행복인듯 싶다
2006년 11월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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