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수양**/바우

햇살 맑은 일요일

빈손 허명 2021. 5. 30. 21:07

          햇살 맑은 일요일(2021.5.30)

                                                  구흥서

 

 

 

비오는날 이 계속되었던 오월이다. 유독 주말이면 비를 뿌려 주었다. 모처럼 오늘 화사한 하늘을 보여주며 짖푸르른 녹음을 마음껏 보게해준 것에 고마움을 느꼈다. "하늘은 비와 이슬을 주고..해는 따스한 빛을 주며 바람은 시원한 공기를 보내는 데 나는 이세상에 무엇을 줄것인가.." 고민하던 해운선사 의 짧은글 이 생각나는 오늘 이다

 

어제 잠을 설쳐 머리가 띵 하여 아침식사 를 한후 안마의자 에 누워 한숨 잤다. 그리고 청결을 고집 하는 아내의 성화에 창문을 열고 대청소를 시작했다, 이사 오기 전 집 에 비하면 좁은 집 이지만 그래도 큰 평수 라며 아내는 한 소리 더했다.

"이것도 힘든데 65 평 엘 가자구 했지요.." "나는 갈수도 있지..."라고 말 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여자들의 작은 것들에 대한 불만은 한번 터지면 끊임없이 이어 나오기 때문에 임시방편 을 써 두는 게 신상에 편한 일이다.

 

내가 좋아하는 허 이사장은 오늘 산행을 한다 며 미리 계획을 전해주었다. 그를 보면 예전에 내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 웃음이 나온다. 나 역시 빨빨 거리며 참으로 많은 곳을 돌아다녔다. 이제 이 나이 가 되어 그때 를 회상함 은 가슴에 작은 떨림이 가득해와 조금은 슬프고 조금은 섭섭함이 채워지고 있다.

 

딸애가 어느날 왔을 때 "아빠는 여행을 좋아하고 바다를 좋아 하는데 지금 갈수도 없다 너희들이 언제 날을 잡아 바다구경 을 가자.." 라고 말한 기억이 있었다 . 그 여행이 바로 모래로 다가왔다. 사위 녀석이 월차 년차를 모아 내고 2박3일 삼척에 리조트 인가를 빌려 놓고 한달 전부터 마음을 설레게 해주었다. 무뤂이 고장 이나 산책을 할때도 빠른 걸음이 아닌 평상걸음 으로 걷다보니 조금은 답답해서 나이는 못 속이는 구나 하며 한탄을 한 적이 있었다. 산을 오르는 허 이사장은 산을 오르며 산딸기 며 폭포며 자연의 상쾌한 풍광을 보내주며 소리없이 나의 답답함 을 위로해 주려 노력하고 있다.

 

요즘은 산길도 모두 정비를 하여 오르기 편하지만 에전엔 그러하지 못했었다. 제일 기억 나는 산은 설악산 봉정암 산행 이였다. 새벽에 출발을 해 백담사를 거쳐 봉정암 에 이르고 대청봉 을 지나 오색약수 로 내려오는 코스였다. 물론 그때도 수양아들들 을 모두 데리고 갔기에 화기애애 떠들고 소리치고 웃으며 다녀 왔지만 한여름 가득한 배낭을 멘 그 녀석들의 땀에 젖은 모습이 눈에 삼삼하여 웃음이 나온다. 행군을 하던 군인들 에게 싸 메고간 시루떡 같은 것 을 꺼내 쉬는 시간에 먹으라 전해 주기도 했었는 데 지금은 아마도 그런 행군조차 없는 나약한 군대가 되지 않았을까 공연한 걱정을한다.

 

또 한번은 지리산 종주였다. 나는 사람사귀기 를 좋아해 혼자온 사람에게 말을 걸고 위로해 주는 것을 잘했다 그때도 지역 건축사 모임 부부동반 산행 이였는데 마치 내 후배가 참석지못하고 그의 아내 혼자 참석을 해 그와 이야기 를 많이 나누었 는 데 앗뿔사... 이런 이런 아내가 자신이 소외된 것을 느끼곤 하산길 에 바람처럼 앞으로 나아가 분명 화가 난 모습 이였다.그때 생각하면 정말 오금이 절여도 여러번 절이는 일이였다 . 지금도 가끔 그 이야기를 꺼내 나를 닥달 하면 나는 할말을 잃고 묵언으로 버티는 것이 평소 아내를 소중한 파트너 로 위해야 함을 잠시 잊은 벌이라 생각한다.

 

햇살이 유혹하는 오늘도 나는 내 서제 에서 이렇게 글을 쓴다. 허 이사장이 보내준 사진으로 마음을 달래며 그 산을 스치는 바람소리 를 상상한다. 경산에 있는 대왕산 이라 해서 나는 허 이사장 에게 산의 정기를 가득 담고 오라고 문자를 날렸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것은 우연이나 필연이 결부 되어야 이루어진다 고 생각한다. 사람을 만나고 만남을 유지 하려면 많은 배려와 이해가 존재 해야 한다. 상대를 바라보는 감정을 조율해 가며 서로 소통하며 그 소통속에 무엇인가 가 삶의 변화를 주고 각자의 시간에 발전적인 요소가 결부 되어야 하기에 나는 허 이사장 과 의 소통을하며 나의 삶속에 그와 비슷한 시기의 노하우를 전하려 노력했다. 역시 그도 나에게 많이 할애한 시간을 보내주고 있어 이 늦은 나이 에 좋은 벗하나 생겨 마음에 위로를 받고있다.

 

서로를 바라보는 것..서로를 생각하는 것 의 과정에 생겨지는 순수의 우정은 조금씩 그 빛갈을 진하게 만들어간다. 누구나 돈독한 우정을 나누다 보면 서로의 관심과 감정과 또는 자신의 현실에 부합되는 충고와 격려를 덤으로 보내게 된다 . 허이사장 은 그러한 것을 충실하게 만들고 조율하며 그의 자리에 서 역할을 정말로 열심히 하고 있다.

 

일일히 보고 하듯 그의 일상을 사진 으로 보내주어 나는 그가 지내는 시간들을 눈앞에 보는 듯하다. "지나침은 모자람 보다 못하다" 라는 말처럼 나는 그에게 지나침이 없는가? 스스로 를 들여다 본다.그 는 나와의 휴대폰 대화를 저장하지 않고 삭제한다며 양해를 해왔다. 잠시 나는 그의 말에 작은 충격을 받았다. "아..그렇구나..." 하며 이해하곤 나 역시 그와의 대화 내용을 모두지웠다. 그리곤 무언가를 잃어버린 것같아 잠시 서운했지만 그려려니 하고 잊었다

 

그는 현명한 처세술로 지금 이사장 자리에 존재한다.지난시간을 일일하게 다 알지는 못해도 아픈 과거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나는 굳이 그 시간을 물어보지 않는다. 가려두고 싶은 시간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인생은 길고도 험하기도 하지만 어찌 보면 순간 같기도 한 요술을 부리는 삶의 길 이다. 나 도 그 시간들 을 묵묵히 지내며 지금 이렇게 남은 여생을 사랑하는 아내가 차려주는 아침 밥상을 같이 차리며 살고있지 않은가..요즘은 가끔 "죽음.." 에대한 죽고난 후의 시간에 대한 일들을 이야기 할때가많이 있다. 아내도 나도 그것은 필연적 으로 다가오는 시간 이기에 애써 외면하지 않고 묵묵히 받아들이는 연습을 한다.

 

산에 오르는 그 사람이 웃고 있다. 몇몇 동행자 들과 의 산행은 늘 즐거웠었다. 어느수필집에서 읽은 내용중 어떤 사람은 고단한 하산길 에 막걸리 한잔을 마시곤 양지바른 바위위에 누워.."아...편하다...그냥 이대로 가고싶다.." 라고 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러나 그는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술을 마시지 못했으니 하산하여 푸짐히 술상앞에 앉을 것이다..그의 상행이 행복하고 즐겁기 를 바란다. 그리고 많이 웃으며 이세상의 시름은 다 털어내길 바란다. 그 웃음이 내게도 전달되어 나의 갑갑한 일상에 작은 위안이 되길 바래본다. 그가 웃으며 떠드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나도 그런 산행을 하고 싶지만 갈수없는 환경이라 갈수가 없다. 무뤂도 아프고 너무 많은 시간이 흘렀다. 아내역시 그런 것 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외손주들과 바닷가에 가서 모랫사장을 뛰어볼수있을까? 아마 그 역시 숨이차서 할수없을 것이지만 근처 사찰에 들려 두손모으고 인생무상 을 위로하고 오는 게 최상일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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