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수양**/바우

고기 좀 사줘~~

빈손 허명 2021. 4. 12. 14:22

            고기 좀 사줘~~~

                                                        구흥서

 

어제는 너무 고단해서 온몸이 지쳐 기진맥진했었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5000보 를 걷고 앞뜰에 심겨진 야행화를 뒷뜰로 옮겨 심었습니다

꽃을 보기 좋은 곳에만 심으려 다 보니 앞뜰에만 집중해 서로 엉기거나 조밀해 집 주변을 돌며 걸을 때

야생화를 옮겨 심을 곳을 눈여겨보아 왔습니다

야생화 래야 보랏빛 제비꽃 이 제일 먼저였고 어느 음식점 마당에서 얻어온 하얀색 제비꽃 처형네서 얻어온

보랏빛과 하얀빛 갈의 제비꽃 약수터 음지에서 몇 뿌리 옮겨 심은 것들이 너무 많이 퍼져 잔디를 적실 정도로

퍼져있었습니다 꽃이 피면 그 작은 꽃들이 바람에 날리우는 게 보기는 좋지만 원래의 마당을 채워야 할 잔디보다

먼저 꽃을 피우고 씨앗을 퍼트려 손을 보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한쪽을 찾이한 허브들도 붓꽃과 이름 모를 새싹들을 정말 정신없이 땅에 심었습니다

야생화라는 것이 제 자리만 잘 맞춰주면 정신없이 먼저 손을 쓸새 없이 퍼져 잔디가 그 자리를 잃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 세상에 싹을 틔운 꽃들은 모두 다 꽃을 피웁니다

그 꽃의 빛깔이나 모양과 크기에 다라 귀한 대접을 받는 게 있는 가 하면 천대를 받는 꽃도 많이 있습니다

잎을 틔우기 전에 꽃을 피우는 목련 은 지는 모습이 지저분하여 나는 "고고한 여인의 타락"이라는 글로 그 꽃을

말한 적이 있습니다

어떤 꽃이던 지는 모습도 아름다워야 하는 데 특히 그꽃이 사랑을 받음은 피는 모습만을 보아서 일 것입니다

사람들은 피어나는 꽃에 감탄을 하고 지는 모습을 보기 도 전에 또 다른 피는 꽃으로 눈길을 옮기게 되어있기에

봄이면 수많은 꽃들이 피어 남으로 그 꽃들을 바라보기도 바쁩니다

 

양지쪽에 냉이 꽃다지 가 봄볕을 받고 꽃을 피웠지만 누구 하나 그꽃을 눈여겨 볼려 하지 않습니다

마당을 가득 메운 민들레도 짙노란 색깔과 꽃의 모양을 봐선 아름답지만 그 꽃이 번식력이 강해 너무 많은 것을

보여 줌으로 그꽃을 지겨워하듯 아예 민들레를 뒷 뜰로 옮겨 심습니다

민들레를 옮겨 심는다는 말에 아내가 웃었습니다

"민들레를 옮겨 심는 다면 사람들이 웃어요.."

 

워낙 흔한 꽃이라 그렇게 말을 하는 것은 이해합니다만 그 천대받는 꽃도 많이 모여 꽃을 피운다면 또 다른 장관을

연출해 줄 듯하기에 비가 온다 하여 아침 먹기 전 두 시간도 넘게 호미질을 했습니다

올해는 봄비가 그리 자주 오지 않아 나무를 옮겨 심고 노심초사 물을 떠다 부어주었습니다만 아무래도 좀 적었던지

나 역시 비를 기다렸습니다

오십메타 짜리 호스를 두 개나 연결해 집 뒤란에 심은 나무에 물을 뿌렸습니다

"물이 부리를 잠기어 죽처럼 될 때까지 섞어야 한다" 고 나무박사가 심는 법을 알려 준일이 있었지만

그리 하지 못했습니다

이팝나무를 아내가 부엌 창문을 열고 내다보면 보일듯한 곳에 심어 주었습니다

매일 그곳을 지나며 새 싹이 트일날만 기다렸습니다

 

"아무래도 비가 덜 와 그런 것 같아..."

나는 물 호스를 연결해 뿌리 부근이 물에 적셔 죽이 될듯할 때까지 물을 뿌렸습니다

그 순간 놀랄만한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 나무가 춤을 추었습니다

바람이 있나 했지만 바람도 없었습니다

물기를 머금어 기분이 좋은 듯 이팝나무의 가지가 흔들흔들 나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는 듯 보였습니다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이팝나무가 막 움직였어.. 물을 주니..."

아내가 말했습니다

"물을 빨아들이고 싶었는 데 물을 주니 아마도 나무가 한 번에 물을 빨아들이느라 그랬을 것" 같다며 나무의 본능처럼

너무 좋아 당신에게 고마워 그런 걸 거라며 물을 주길 잘했다 하여 생각을 해보니 그 말이 맞는 것 같았습니다

갈구하는 것을 채워줌에 나무라도 옮겨 심겨진 곳에 적응을 하기까지 그리 힘이 들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 나무에 잎이 틔기 시작했습니다

어제 가지만 해도 죽은 나무처럼 삭막한 가지를 그냥 혼자 뻗고 있었는 데 하룻사이에 이렇듯 새 싹을 틔움이

참으로 묘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야생화를 옮겨 심으며 비가 오길 기다리는 마음이 바쁩니다

마음뿐이 아니라 내 가 물을 주어야 하는 번거로움에 대한 게으름입니다

끝도 없는 일을 다 하다 보면 지치기 일상입니다

그냥 "여기 까지만.." 하면서 돌아 서지 않으면 시골생활의 일은 하염없이 생깁니다

돌아보면 잡초들이 키를 재고 뽑고 돌아서면 또 자라는 듯 해 봄은 잡초와의 전쟁입니다

그래도 봄은 만물을 잠 깨게 하여 생동하게 함으로 삶에 의욕을 고취시켜 줍니다

 

봄꽃들이 거의 지고 꽃잎을 떨군 벗 나무에도 작은 열매가 보입니다

이제부터는 풀들의 꽃이 이어 핍니다

노란 민들레 그리고 이름 모를 작은 풀들에 피는 꽃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나름 대로의 아름 다움이 있습니다

다만 그 꽃들이 사람들에게 선택 되어지지 않음으로 잡초라는 이름을 들으며 천대를 받으며 밟히고

뽑혀 나가는 것입니다

그렇게 그렇게 풀들은 자라고 그 나름 대로의 일생을 이어갑니다만 오늘 아침엔 그래도 꽃이 아름 답다는

풀들을 뒷 뜰로 옮겨 심으며 매년 다르게 번져 길 그들의 우주를 그려 보는 재미를 느꼈습니다

장미보다 아름 답지는 않지만 눈여겨보아야 하는 작은 야생화들이 제 나름 대로의 사는 방식을 보는 것도

작은 재미입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처럼 멋진 잘난 사람들만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에 수많은 사람이 한 사회를 이루며

사는 것처럼 풀들도 제 이름의 꽃을 피우며 긴 겨울을 지내고 살아있음을 증명하려는 것입니다

뽑혀도 뽑혀도 다시 또 싹을 틔우는 집요한 집념을 배우며 이 세상에서 살아가야 하는 것 이 자연스러움 인듯해

돌아보며 지나온 길을 생각했습니다

지금 살아있음이 고마운 지금 살아 감이 행복한 것이 그 이유입니다

봄 이 갑니다

연록의 세상을 만들고 짙은 녹음을 불러 저리도 빨리 더 납니다

침 세월이 빠릅니다

너무 지쳐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나 고기 좀 사줘...."

말하고 나도 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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