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크리스마스이브 날 우연히 친구부부와 넷이 강구시장의 시장횟집에서 청어 회와 물곰탕으로 점심을 먹으며 친구 부인과 둘이 소주 두 병을 나누어 마시고 강구 어느 작은 포구에 파도를 보러 갔었다
그날따라 엄청 큰 파도가 파도를 타고 넘고 그위로 더큰 파도가 밀려오는데 우리는 황홀경에 빠져 사진도 찍고 그 파도를 바라보며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저 먼바다로부터 밀려오는 파도를 바라보며 마음의 찌꺼기를 파도에 실어 보내버렸다
친구도 나도 이런 큰 파도는 처음이라 바라만 봐도 좋은 하얀 포말을 가슴으로 맞이하며 감탄사를 보내었다.
그렇게 시간 가는줄 모르고 멍한 기분으로 돌아서 나오는데 조금 멀리 파도를 바라보며 바위 위에 술상을 벌리고 낭만을 마시고 있는 8명의 부부 모습이 내 눈에 들어온다. 순간 "소주 한 잔 달라해야지"라고 생각하며 올라오는데 그중 한 분이 "술 할 줄 알면 한잔 하시죠"라고 묻는데... "그렇지 않아도 한잔 달라고 할 참입니다 고맙습니다"라고 하며 종이컵에 세잔을 거푸 마셨다 "이런 환경에 마시는 술의 맛을 함께 봐야 된다"면서 주는 술을 저 파도처럼 시원하게 마셨다
그분들이 가지고 온 두부김치에다 파도를 간하여 마시는술..
아마 그 맛을 음미할 사람 몇이나 될까 인사를 하며 어디서 오셨습니까라고 물으니
대구 만촌에서 왔다는 말에 만촌은 경산과 일직선상 30분 거리도 안되기에 명함을 한 장 드리며 "꼭 보답하고 싶다고 연락 주세요"라고 하고 서로 갈 길로 헤어졌다
그로부터 보름 후 1월 11일 모르는 전화번호가 요란하게 소리쳐 "여보세요.."라고 받으니
"일전에 강구 파도치는 곳에서 인연이 된.." "아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반갑습니다"
"예 이사장님 뒤에 시간 내어 소주나 한잔합시다"
"예.. 음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오늘 마침 제가 오후 일정이 비어 있는데 혹 사장님들 시간 괜찮으면 오후 한잔 대접하고 싶습니다"
"그럼 30분 후 다시 전화할게요"
사실 오늘은 이사회를 마치고 다른 일정을 잡지 않고 오후 시간을 비워 두고 있던 참이었다
그리고 사무실에서 이것저것 하고 있는데 전화벨이 다시 울린다 "친구들이 만나서 4시 10까지 금고로 가겠다"라고 한다.. 그렇게 우연히 집채만 한 파도가 중신애비가 된 인연의 두 번째 만남이 이루어진다.
두번째 만남의 시간은 내 사무실에서 차 한잔을 두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이분들은 청도 풍각이 고향으로 자주 어울리는 7명의 친구 중 네 분이 부부 1박 2일 여행도 가고 당일치기로 맛난 것도 먹으러 가는 올해 70 턱걸이 한 노을의 친구들이라 한다. 장소를 횟집으로 옮겨.. 소주가 몇 순배 돌며 이런저런 이야기에 청도 읍장 출신분 말씀이 "그날 그렇게 초면에 소주 한잔 하라 하는 사람이나 또 넙죽 받아 마시는 사람이나 자기 입장에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하며 "이런 인연도 있구나"라고 한다
또 이분은 청도 어느새마을금고 이사장님을 잘 알고 있다고 한다 자기보다 읍장 선배님이라고 한다
세상은 한 다리만 걸치면 모두 아는 사람들이니 잘못하면 큰일 나는 세상인듯하여 더 투명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분은 청도 읍장 출신이고 한분은 지금도 공장을 하시고 또한 분은 돈을 많이 벌어 빌라 등 임대사업을 하는 분이라고 신상은 대충 머리에 그려진다
나는 사람을 만남에 조건을 생각하지 않는다
격의 없이 술잔을 나누고 나보다는 5년 선배들이라 "앞으로 형님이라 불러도 되겠습니까?"라고 물으니 그래라 말라 답이 없다 그럼 제가 형님으로 모시겠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해 버렸다
그냥 사람이 좋아서 만나는 것이고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금고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래서 누구든 가식 없이 대하고 있다
그것이 통한 걸까 그분이 어제 전화로 "이사장님 작은 돈이라도 도움 됩니까"라고 하는 걸 예 "형님 큰 도움 됩니다"했더니 오늘 작지만 찾아온다는 소식이었다
그렇게 세 번째 만남은 부부 두 분과의 만남이다
그 형수님이 사무실에서 첫 만남에 "우리 남편이 돈을 잘 옮기는 스타일이 아닌데 한번 보고 돈을 옮긴다 하여 도대체 어떤 사람인데 홀려서 돈을 옮기려 하는지 확인하려 따라왔다"라고 한다
웃으며 "그냥 키도 크다 만 몽땅한 사람입니다"라며 있는 그대로 차 대접을 하고 그리고 통장을 만든 후 "점심은 비 오는데 따뜻한 국물로 대접하겠다"고하니 "비 오는 날은 삼겹살에 소주 한잔"이라 하는 여걸.
시원하게 예 그럽시다라고 하며 인근 삼겹살집에 모셨다
형수님 소주 네 잔 형님 세잔 별로 마시지는 않으신데 즐기시는듯 하다
함께 1시간 30분 정도 이런저런 대화에 형수님이 "당신이 돈을 옮기는 이유를 알겠다 나도 친구들 하고 이 금고로 자주 와야겠다"라고 하시며 "당신 돈 많잖아 많이 도와줘요"라며 나의 팬이 된 느낌이다
형수님이 취미로 그림 그리는 화가인데 다른 화가들과 공동 전시회를 한다고 한다
대단한 여걸이시다
주위의 인맥도 많은 듯도 하지만 이야기하시는 것에 믿음이 간다
이 인연이 어떻게 발전될지는
또 어떻게 전개될지는 무르지만 분명한 것은 인연은 가꿀수록 변한다는 걸 나는 안다
나는 내가 있는 그대로 나를 나타내며 나에 대한 그림을 그리면 상대방은 내가 그린 그림을 보고 판단할 것이다
살아가며 이번 같은 인연 너무나 큰 파도 속이 시원한 감성을 공동으로 느낀 그 바닷가의 야성미 넘치는 모습 흰 거품을 내면서 저돌적으로 우리의 인연을 만들어 줬기에 좋은 인연이 이어지길 믿는다
어허 이런 인연도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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