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싸움 / 한용운
당신은 두견화를 심으실 때에 ‘꽃이 피거든 꽃싸움하자’고 나에게 말하였습니다.
꽃은 피어서 시들어 가는데 당신은 옛 맹세를 잊으시고 아니 오십니까.
나는 한 손에 붉은 꽃수염을 가지고 한 손에 흰 꽃수염을 가지고 꽃싸움을 하여서 이기는 것은 당신이라 하고, 지는 것은 내가 됩니다.
그러나 정말로 당신을 만나서 꽃싸움을 하게 되면, 나는 붉은 꽃수염을 가지고 당신은 흰 꽃수염을 가지게 합니다.
그러면 당신은 나에게 번번이 지십니다.
그것은 내가 이기기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나에게 지기를 기뻐하는 까닭입니다.
번번이 이긴 나는 당신에게 우승의 상을 달라고 조르겠습니다.
그러면 당신은 방긋이 웃으며, 나의 뺨에 입맞추겠습니다.
꽃은 피어서 시들어 가는데 당신은 옛 맹세를 잊으시고 아니 오십니까.
한용운, 1926,《님의침묵》
꽃이 먼저 알아 / 한용운
옛집을 떠나서 다른 시골에 봄을 만났습니다.
꿈은 이따금 봄바람을 따라서 아득한 옛터에 이릅니다.
지팡이는 푸르고 푸른 풀빛에 묻혀서 그림자와 서로 따릅니다.
길가에서 이름도 모르는 꽃을 보고서 행여 근심을 잊을까 하고 앉았습니다.
꽃송이에는 아침 이슬이 아직 마르지 아니한가 하였더니
아아, 나의 눈물이 떨어진 줄이야 꽃이 먼저 알았습니다.
해당화 / 한용운
당신은 해당화 피기 전에 오신다고 하였습니다
봄은 벌써 늦었습니다.
봄이 오기 전에는 어서 오기를 바랐더니 봄이 오고 보니
너무 일찍 왔나 두려합니다.
철모르는 아이들은 뒷동산에 해당화가 피었다고 다투어
말하기로 듣고도 못 들은 체하였더니
야속한 봄바람은 나는 꽃을 불어서 경대 위에 놓입니다그려
시름없이 꽃을 주워서 입술에 대고 "너는 언제 피었니"하고
물었습니다.
꽃은 말도 없이 나의 눈물에 비쳐서 둘도 되고 셋도 됩니다.
님의 침묵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서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뜨리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
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행복
나는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의 행복을 사랑합니다.
나는 온 세상 사람이 당신을 사랑하고 당
신의 행복을 사랑하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정말로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 사람을 미워하겠습니다.
그 사람을 미워하는 것은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의 한 부분입니다.
그러므로 그 사람을 미워하는
고통도 나에게는 행복입니다.
만일 온 세상 사람이 당신을 미워한다면,
나는 그 사람을 얼마나 미워하겠습니까.
만일 온 세상 사람이 당신을 사랑하지도 않고
미워하지도 않는다면, 그것은
나의 일생에 견딜 수 없는 불행입니다.
만일 온 세상 사람이 당신을 사랑하고자 하여
나를 미워한다면, 나의 행복은 더 클 수가 없습니다.
그것은 모든 사람의 나를 미워하는
원한의 두만강이 깊을수록,
나의 당신을 사랑하는 행복의
백두산이 높아지는 까닭입니다.
사랑하는 까닭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홍안(紅顔)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백발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기루어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미소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눈물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기다리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건강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죽음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한용운 만해스님 (명언모음)
종(鐘)이라고 하는 것은 치면 소리가 난다
쳐도 소리가 나지 않는것은 세상에서 버린 종이다
보통 사람이란 사랑하면 따라온다
사랑해도 따라오지 않는 사람은 또한 세상에서 버린 사람이다
한 민족이 다른 민족의 간섭을 받지 않으려
하는 것은 인류가 공통으로 가진 본성 으로서 또한 스스로가 자기민족의 자존성을 억제하려 하여도 되지 않는 것이다
이 자존성은 항상 탄력성을 가져 팽창의 한도 즉 자존의 길에 이르지 않으면 멈추지 않는 것이니 조선의 독립을 감히 침해하지 못할 것이다
님만 님이 아니라 기른것은 다 님이다
중생이 석가의 님이라면 철학은 칸트의 님이다
한국 불교는 권력 계급과의 관계를 단절하고 민중 속에 신앙을 세워야 한다
용기있고 슬기로운 사람 앞에는 역경
따위가 있지 않다
혁신은 파괴의 아들이고 파괴는 혁신의어머니이다
이별은美의創造 이다
나에게 한권 경전이 있는데 종이와 먹으로
이루어진 게 아니라 펼쳐도 글자 한 자 없지만 언제나 대광명을 발하는구나
선禪은 전인력의 범주가 되는 동시에 최고의 취미요 지상의 예술이다
선은 마음을 닦는 즉 정신수양의 대명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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