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수양**/나의 일기

나의 누님

빈손 허명 2022. 10. 2. 21:47

"나 칠순 생일 점심 같이 하자"

"예 그래요"

"그런데 올 때는 쌀 10kg 한포 생일 선물로 가지고 와~"

"알았어요"

눌째 누님의 70번째 생일에 가족들을 초대하며 내게 온 전화 내용 중 일부이다

이 누님은 줌 유별나다

어느 도시든 공통적으로 있겠지만 독거노인, 나홀로 청소년에게 밥을 해주고 반찬 봉사를 하는 단체가 많다

여기에 누님은 도시락 배달봉사를 30년째 하고 있고 소속된 북부동 사무소에 연말마다 익명으로 기부를 하며 훈훈한 베풂을 실천하고 있는 내 누님도 벌써 칠순이 되어 형제들을 초청 점심을 하기로 하는 것이다

약 2010년쯤 우리 압량 초등학교에 김정만 교장선생님이 부임해 오셨다

특유의 친화력으로 지역 유지는 물론 학부형까지 호구조사가 다 되어 "허민아 큰 아부지 허명 새마을금고 전무이고 그 사람은 술을 좀 많이 마시는 젊은이" 이렇게 지역민들과 소통하고 있는 것이다

전교생 학생 이름을 모두 기억하며 그 부모님 할머니까지 가정형편은 이렇고 저렇고 등교시간 횡단보도에서 안전 지도를 매일 하루도 빠지지 않는가 하면 저 학생 오면 모든 학생 등교 다 하였다 할 정도로 모든 학생의 신상을 알고 있는 교장 선생님 최고의 교장선생님이 오셔서 압량의 보배가 오신 것이다

어느새 2년 후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가셔야 하는데 지역 주민들이 교육청으로 몰려가 정년까지 압량초등에서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를 하여 결국 압량초등학교에서 정년퇴직을 하신 것이다

정년퇴직 전 어느 날 그 교장선생님과 소주 한잔 자리에서 "허정순 씨가 전무 누나 맞지?"
"예 맞아요"

"누님에게 잘해 드려라 그런 사람 없단다"하며 하시는 이야기인즉

요즘 급식비를 못 내어 점심을 굶는 학생이 꽤 많이 있는데 학생이 적으면 학교에서 어떻게 해보겠는데 생각보다 많아서 그냥 먹일 수 있는 숫자가 아니어서 급식비를 대신 누군가가 내어 주어야 하는 것이라 한다

(이때만 해도 무료급식이 아니라 급식비를 내고 점심을 먹는 단체 유료 급식을 하고 있을 때였다)
누님이 다섯명의 급식비를 대납.. 몇 년째 하고 있다

그것도 누구에게 알리지 않고 익명으로 하고 있는데 내가 수소문하고 추적하여 알아보니 "허민아 고모 허전무 누님이더라"라고 알려주셔서 나도 알게 된 것이다

지금은 무료 급식으로 바뀌어 중단되었겠지만 "오른손이 한걸 왼손이 모르게 하란 옛 성현의 말씀"을 실천하고 있는 나의 누님이 자랑스럽다

그래요 누님 이 쌀로는 무얼 하려구요?

"도시락 봉사를 하는데 백천 노인 복지회관에 늘 쌀이 모자란단다

그래서 이 백천 노인 복지회관 사무실 앞에 아무도 모르게 가져다 놓고 오려구.."라고 한다

내가 부끄러운 마음이 들어 고개가 숙여진다

코로나로 인하여 자영업 하는 누님 가정도 그리 넉넉지 않고 조금 빠듯하게 살고 있는데..

그리고 그리 오랫동안 익명으로 베풂을 실천하는 천성은 타고난 것일 것이다

이런 봉사뿐만 아니라 공연도 많이 다닌다

문화센터에서 춤을 배워 사찰 큰 행사에서 살풀이 승무를 공연하며 

지역 문화행사에 부채춤 공연봉사를 다니는 칠십 여 청춘이 여기에 있다

이렇게 봉사가 천직으로까지 생각하게 하는 누님은 늘 나에게 "네 마음 가는 데로 하여라"

10여 년 전 내가 힘들어할 때도

"너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이 순간 금방 지나간다"

"절에 가봐 그냥 부처님을 바라만 봐라 네 마음속에 부처님이 있단다"

이런 누님이 벌써 칠순이다 물론 요즘은 "인생은 80부터"라고 하더라

오늘 가족들의 축하를 받고 더 건강하여 주위의 빛이 되기를 동생이 빕니다

누님 생신 축하합니다

이제 곱게 물드는 노을빛 노을 속으로 가는 내 누님 허정순

아무나 할 수 없는 것을 하고 잘 가지 않는 길을 가는 허정순 누님을 응원합니다

 

2022년 10월 3일

 

2022 상주 소울푸드 페스티벌에서 누님 공연 모습

이영상은 나의 취임식 때 시 낭송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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