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수양**/퍼온 글

차가운 꽃이 다만 잠깐 향기를 피운다

빈손 허명 2021. 11. 1. 21:53

차가운 꽃이 다만 잠깐 향기를 피운다(퍼온글입니다)

 

<유자劉子>의 글에 “세 사람이 한 방에 있다가 두 사람이 서로 다투게 되면, 반드시 다투지 않는 사람에게 의뢰하여 피차의 옳고 그른 것을 판단하려고 한다. 그러나 그 다투지 않은 사람이 반드시 공평한 것이 아니고, 서로 다투는 자가 반드시 편파 된 것도 아니다. 그런데 다투는 자의 마음은 모두 자기가 이긴다는 심정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라는 글이 있다.

 

내가 세상을 살다가 보니 세상 사람들은 모든 일에 직면하여 오직 이기는 길을 찾기에만 힘쓴다. 그리하여 다만 서로 다투지 않는 자에게서 시비是非를 판단하기를 원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도리어 다투지 않는 사람도 다투는 사람으로 보고 그를 믿지 않는다. 이것은 그 지혜가 말한, 같은 방에 있는 사람들만 못한 것이다. 그리하여 거의 다툼은 그칠 날이 없으니 어찌 슬프지 아니한가.“

 

이수광의 <지봉유설>에 실린 글이다.

 

4.5백년이 지난 조선 중기를 살았던 이수광의 글을 읽다가 보면 사람이 사는 세상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음을 안다.

시새움과 다툼이 결국 한 개인의 일생이나 역사를 진보시키는 힘일 수 도 있지만, 자기 영혼을 조금씩 갉아 먹는 잡스런 한 물건 일 수 도 있다.

조그마한 다툼이라도 생기게 되면 그 자신들만이 문제가 아니라 그것이 전염병이나 바이러스처럼 옆으로 번져 세상을 오염시키고 분열시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사나 인간사나 그러한 소소한 다툼과 분열이 끊이질 수 없는 구조적인 모순을 가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리라.

멀리 내다보면 “잠깐 지는 것이 곧 이기는 것이 되기도 한다.” 그것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르고 기어이 이기려고 기를 쓴다.

 

당나라의 시인 두보는 말했다. “차가운 꽃이 다만 잠깐 향기를 피운다.“

두보의 시 한 구절처럼 잠시 살다가 가는 것이 우리들의 생生이다.

그 생을 가끔씩 생각하다가 보면 문득 나 자신이 가여워질 때가 있다. 그럴 때 나는 서가에 꽂혀 있는 책을 펼친다.

 

“도량이 넓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것으로, 이 세상에서 사람에게 품격을 주는 유일한 것이지, 여보게, 인간에게는 두 계급 밖에는 없다네. 즉 도량이 넓은 인간과 그렇지 못한 인간 말일세. 나도 이제 웬만큼 나이가 들었으니 내 노선을 정해서, 좋아할 사람과 멸시할 사람을 결정짓고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만 머물러서,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며 낭비한 시간을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죽을 때까지 그들 곁을 떠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네., 운명은 이미 결정되었네..... 난 도량이 넓은 사람만을 사랑하고, 넓은 도량 속에만 살기로 결정했네.”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실린 글이다.

 

남은 생애는 되도록 작은 일은 ‘먼 산 바라보듯 바라보면서’ 되도록 도량이 넓은 사람을 만나서, 가끔씩 생각을 공유하고 기대면서 살고 싶은 것은 누구나의 소망일 것이다.

 

당신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로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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