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수양**/나의 일기

비오는 차 안에서....

빈손 허명 2021. 10. 11. 20:48

9시 30분

여보 준비 안 해요?

비와도 가는가요?

그럼 더 낭만이지 않을까??

그럼 퍼떡 간단히 준비하고 갑시다....

그렇게 간단히 준비를 하고 차를 타고 빗속을 달려간다

어제저녁 내일은 멀리 가지 말고 가까운 강가에서 라면이나 끓여 먹고 쉬었다 오자고 한 약속을 지키려 가는 것이다

 

우리 애들 어렸을 때 작은 차에 기본으로 캠핑장비를 실고서 전국을 유람하던 시절이

새삼 즐겁고 행복했고 아름다웠다고 생각이 드는 아침이다

요즘의 캠핑장비는 상상을 초월한다

편리함과 실용성을 모두 갖춘 현대 장비들... 현대식 주거환경을 그대로 옮겨온 듯하다

그래서인지 전 국민들이 캠핑에 빠져 전국 어디를 가나 캠핑족들이 편리하게 즐길 수 있어 내 집에서 보다는

조금 불편하겠지만 아주 편하게 할 수 있다

비 오는 남한강가 캠핑장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보내왔다

가득 찬 텐트와 차박 차량들이 담긴 모습이다....

비가 이렇게 오는데도 모습 그대로 라며 또 다른 사진이 왔다

웬만한 캠핑장에는 화장실과 따뜻한 물이 나오는 시설이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참 좋은 세상이다

이 좋은 세월에 살아가는 우리 후손들은 행복할 것이다

 

정육점에 들려 아내가 좋아하는 돼지 꼬들살을 조금 사서 호젓한 작은 강가 정자 옆에 자리를 잡았다

뒷 문을 열고 뒷 의자를 눕혀 자리를 평평하게 만들고 트렁크 짐들도 일부 앞으로 옮겨

둘이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가을비 촉촉이 내리는 강가에서 우선 꼬들살부터 꼬들하게 구워 아내가 트렁크에 들어가 복분자주 한잔씩 나누고 건배.... 낭만을 마신다

"웃으며 지나가는 사람들 우리 보고 뭐라 할까" 하니

아내 왈... "아마 미친놈들이라 하거나 와 낭만적이 다라고 하겠지"  그렇겠지.. 누가 뭐라 하든 우린 즐거 우니까...

비 오는 강에는 우산도 없이 오리 떼 헤엄치고 백로 한 마리 이리저리 외롭게 오리 떼 주위를 맴돌고...

이름 모를 큰 새 한 마리 꼼짝 않고 서있다

가을비 맞으며 수영하고 모습을 바라보는 큰 새... 그리고 백로 한 마리 보는 우리도 즐겁다

 

요즘 대세가 캠핑... 캠핑카... 차박...

이제 애들이 모두 떠나가고 나면 아내와 둘이 무얼 할까

어차피 여행을 즐겨야 되고..

캠핑카를 장만할까 고민하다 우리가 무슨... 가장 합리적이고 실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결정

차박 가능한 쏘렌토를 구입하여 이용하고 있다

이차가 뒷자리 눕히면 거의 수평에 가깝고 두 사람 누워 잠자기도 충분하다 하여서였다

우리는 만족한다 굳이 차박이 목적이 아니라도 경치 좋은 곳이면 아무 곳에나 주차 트렁크만 들면 멋진 세컨드 하우스가 된다. 배고프면 차 안에서 칼국수도 꿇여 먹을 수 있고 파도를 보며 아메리카노 한잔에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아직 차박은 개시를 하지 못했지만 그런 경험도 해보자고 의견을 모은다

그 첫 차박을 춘천 소양강에서 해볼까라고... 아니면 남한강가에서...

이 가을 다 가기 전 소중한 첫 경험을 할 것이다

 

그렇게 물새들을 바라보다 우리는 멸치 칼국수를 끓인다

차에서 라면이나 칼국수를 먹는 맛은 특별하다

이 맛은... 먹을 때마다 최고라고 엄지를 치켜드는 아내다.

오늘도 역시..  최고의 맛을 만들어 낸 나의 5성급 주방장 실력으로 끓인 칼국수 맛에 아내가 홀딱 반해 버렸다

그 맛이 그 맛이겠지만 야외라는... 차 안이라는... 

그리고 가을비 오는 풍경... 노니는 오리 떼를 바라보며 먹는 그 맛이겠지...

그렇게 유유자적 배가 부르니... 아내는 누워 잠을 잔다

나는 강가를 바라보며 책을 읽는다

"매일 책을 한 권 읽는 사람은 매일 두권읽는 사람의 노예가 된다"는걸 본 적이 있다

일주일 1권 정도밖에 못 읽지만 틈만 나면 책과 친구 하려 애쓴다

비 오는 가을날 자연과 하나 되는 하루가 되었다

미친 사람이 되든 낭만파가 되든 하루 해는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지는 것이다

빈손은 이렇게 아내와 하루를

가을비 오는 날 차 안에서 하루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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