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수양**/퍼온 글

황혼

빈손 허명 2021. 9. 18. 21:01

    황 혼
                   이원오

 


늙어가는 길...
처음 가는 길입니다.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길입니다.

무엇하나 처음 아닌 길은 없지만
늙어가는 이 길은
몸이 마음과 같지 않고
방향 감각도 매우 서툴기만 합니다.

가면서도 이 길이 맞는지
어리둥절할 때가 많습니다.
때론 두렵고 불안한 마음에
멍하니 창 밖만 바라보곤 합니다.
시리도록 외로울 때도 있고
아리도록 그리울 때도 있습니다.

어릴 적
처음 길은 호기심과 희망이 있었고
젊어서의 처음 길은
설렘으로 무서울 게 없었는데
처음 늙어가는 이 길은 너무나 어렵습니다.

언제부터 인가 지팡이가 절실하고
애틋한 친구가 그리울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그래도 가다 보면
혹시나 가슴 뛰는 일이 없을까 하여
노욕인 줄 알면서도
두리번 두리번 찾아 봅니다.

앞길이 뒷길보다 짧다는 걸 알기에
한발 한발 더디게 걸으면서 생각합니다.
아쉬워도 발자국 뒤에 새겨지는
뒷 모습만은
노을처럼 아름답기를 소망하면서
황혼 길을 천천히 걸어갑니다.

꽃 보다 곱다는 단풍처럼
해돋이보다 아름답다는 해넘이 처럼
그렇게 걸어가고 싶습니다.

 

'**심신수양** > 퍼온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춘망  (0) 2021.09.21
문무학 시  (0) 2021.09.20
당신도 울고있네요  (0) 2021.09.17
산은 구름을 탓하지 않고  (0) 2021.09.11
내가 사랑하는 사람  (0) 2021.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