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수양**/퍼온 글

가을 시 모음

빈손 허명 2021. 8. 31. 14:38

이 가을에/나태주

 

아직도 너를

사랑해서 슬프다

 

 

 

가을엽서/안도현

 

잎 두 잎 나뭇잎이

낮은 곳으로

자꾸 내려앉습니다

세상에 나누어줄 것이 많다는 듯이

나도 그대에게 무엇을 좀 나눠주고 싶습니다

 

내가 가진 게 너무 없다 할지라도

그대여

가을 저녁 한 때

낙엽이 지거든 물어보십시오

사랑은 왜

낮은 곳에 있는지를  

 

 

 

 

가을은 아름답다/주요한

 

빗소리 그쳤다 잇는

가을은 아름답다

빛 맑은 국화송이에

맺힌 이슬 빛나고

꿩 우는 소리에 해 저무는

가을은 아름답다

 

곡식 익어 거두기에 바쁘고

은하수에 흰 돛대 한가할 때

절 아래 높은 나무에

까마귀 소리치고

피묻은 단풍잎 바람에 날리는

가을은 아름답다

 

물없는 물레방아 돌지 않고

무너진 섬돌 틈에서

달 그리운 귀뚜라미 우지짖는

멀리 있는 님생각 간절한

한 많은 철이여!

아름다운 가을이여! 

 

 

 

 

 가을의 소원/ 안도현

 

적막의 포로가 되는 것

궁금한 게 없이 게을러지는 것

아무 이유없이 걷는 것

햇볕이 슬어놓은 나락 냄새 맡는것

마른풀처럼 더이상 뻗지 않는 것

가끔 소낙비 흠씬 맞는 것

혼자 우는 것

울다가 잠자리처럼 임종하는 것

초록을 그리워하지 않는 것

 

'**심신수양** > 퍼온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가 사랑하는 사람  (0) 2021.09.09
포대화상  (0) 2021.09.05
사랑이 이런건가요  (0) 2021.08.29
이슬의 생애./박종해  (0) 2021.08.28
共命之鳥  (0) 2021.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