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수양**/퍼온 글

정한모 시인

빈손 허명 2021. 8. 12. 23:13

정한모(鄭漢模)

대한민국의 시인이며 국문학자이다.

 

 

 

어머니 / 정한모


어머니는
눈물로
진주를 만드신다.

그 동그란 광택(光澤)의 씨를
아들들의 가슴에
심어 주신다.

씨앗은
아들들의 가슴속에서
벅찬 자랑,
젖어드는 그리움,
때로는 저린 아픔으로 자라나
드디어 눈이 부신
진주가 된다.
태양이 된다.

검은 손이여,
암흑이 광명을 몰아치듯이
눈부신 태양을
빛을 잃은 진주로,
진주로 다시 쓰린 눈물로,
눈물을 아예 맹물로 만들려는

검은 손이여 사라져라.

 

어머니는

오늘도

어둠 속에서

조용히

눈물로

진주를 만드신다

 

 

   나비의 여행 / 정한모

아가는 밤마다 길을 떠난다.
하늘하늘 밤의 어둠을 흔들면서
수면(睡眠)의 강(江)을 건너
빛 뿌리는 기억(記憶)의 들판을
출렁이는 내일의 바다를 나르다가
깜깜한 절벽(絶壁)
헤어날 수 없는 미로(迷路)에 부딪치곤
까무라쳐 돌아온다.
한 장 검은 표지(表紙)를 열고 들어서면
아비규환(阿鼻叫喚)하는 화약(火藥) 냄새 소용돌이
전쟁(戰爭)은 언제나 거기서 그냥 타고
연자색 안개의 베일 속
파란 공포(恐怖)의 강물은 발길을 끊어 버리고
사랑은 날아가는 파랑새
해후(邂逅)는 언제나 엇갈리는 초조(焦燥)
그리움은 꿈에서도 잡히지 않는다.
꿈 길에서 지금 막 돌아와
꿈의 이슬에 촉촉이 젖은 나래를
내 팔 안에서 기진맥진 접는
아가야
오늘은 어느 사나운 골짜기에서
공포의 독수리를 만나
소스라쳐 돌아왔느냐.

 

 

갈대 / 정한모

 

바람이 분다

갈대가 울고 있다.

두고 온 강가에서

강가에서 강가에서 울고 있다.

 

아니에요,

우는 것이 아니에요.

갈대가 된 그리움이 바람이 쓸려

소리를 내네요.

 

바람이 분다.

두고 온 강가에서

갈대가 울고 있다.

 

내 가슴 속 깊은 반천에서

갈대가 소리 내어 울고 있다.

 

 

'**심신수양** > 퍼온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시철 시 모음  (0) 2021.08.14
사랑 시  (0) 2021.08.13
행복편지  (0) 2021.08.12
친구의 글  (0) 2021.08.01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꽃  (0) 2021.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