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수양**/나의 일기

때늦은 후회...

빈손 허명 2021. 8. 8. 17:06

 

8월 29일 내가 많이 좋아하고 따르는 분과 즐겁게 담소를 나누는데 전화기가 울어댄다
방해꾼...  귀찬은 듯.. 받는다..

우리집 막내의 조금 상기된 목소리가 전화기 속에서 흘러 나왔다

"형님 열이 하늘나라로 갔대요 한다 열이가"..
우리 장손이자 나의 친구처럼 또는 형처럼 청소년기를 함께한 장조카다..

최근 6~7년 소식을모르고 살았는데... 항암 치료를 받고 있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이렇게 빨리 이런 비보가..

내가 국민학교 4학년때 인가..
장조카가..아재 우리 어른되면 같이 살자 목장 크게해서 말타고
소부리고 아재랑 바둑두고 큰 나무밑 언덕에서 막걸리도 마시고..그리살자..
내가 농업대 갈께 아제도 농대로 와 한것이 엊그제 같은데..
장조카가 하늘로 먼저 갔다..

장조카의 영댁은 너무나 소박했다
경기도 용인의 어느 수목장
집에서 출발 할때 생각했던 모습과는 너무나 초라했다
아파트같이 비스듬한 언덕에 줄지어 화장한 유골만 작은 나무 옆에 묻혀 있다

한평도 못되는 3분의1평은 되려나
복받혀 오르는 감정을 억누르고 술을 한잔 따른다
마음이 아프다
살아 있을때 손이라도 잡아줄걸..
살아 있을때
밥이라도 대접할걸
살아 있을때 얼굴이라도 한번 볼걸
살아 있을때 미안하다 말 할걸..열아 하고 이름이라도 불러 줄걸...
장조카
미안해요
내가 잘못했어요
아픔과 고통 애환이 없는 영원한 안식처에서 편안히 잘 살아
언젠가 내가 뒤 따르거든 파전에 막걸리 준비하여 나를 기다려 주소
잘 가소...
가슴이 아프다
이렇게 가버리다니

중학교때 나는 장기와 바둑을 배웠다
고작 4살 많은 장조카에게서..
아무것도 모르는 아제에게 까만돌과 흰돌밖에 모르는 4살적은 당숙부에게 정석이 어떻고 대마가 어떻니 하며 끊질지게 가르키고 가르켰다
방학때 되면 아예 숙식 하다 시피 반상의 예를 나이적은 당숙에게 가르키고 있었다
그렇게 어린 시절이 형 같고 친구처럼 지내고 있었다
고등학교 예비고사가 끝나자 아재 일루와 봐..
성인 기념으로 주도를 배워
남자는 술을 다스릴 줄 알아야되 한다
어른에게 술을 받을땐 이렇게 저렇게...
술이 취할듯 하면 입만대고 절대 먼저 취하지마라
직장들어 가면 상사 집까지 배웅하고 집에 가라
등등 술에 대하여 나이적은 숙부에게
자기의 여러가지 노하우를 모두 가르켰다
그리고는 ...
장조카는 대학을 졸업하고 수원 농촌 지도소 연구원으로 취업해 가버렸다
많이 섭섭했었다

 

서로가 바쁘단 핑계로 살기 힘든다는 핑계로 1년에 많아야 두어번 ...

아예 한번도 못보고 해를 넘길때도 많았었다

그러다 2014년 내 아버지께서 먼길을 떠날때였다

평상시 우리보다 장손을 더 가까이 하고 대학 등록금까지 주면서까지 장손이 잘 되어야 한다며

이뻐해 준 할아버지다

그런 사랑을 받은 장조카

할아버지 마지막 가시는 길 ... 나는 장조카에게 큰 실망을 하였다

장례식 뒤 따라 온다던 장조카 온다 간다 말도 없이 수원으로 가버렸다

그길로 나는 종손이고 머고 모른척 해버렸다

그 당시 나의 처한 상황도 워낙 힘든 시기였는 것도 있지만 그냥 모르고 살고 싶었다

장조카는 박사에다 사회적 지위뿐 아니라 모든것이 자리 잡고 있었는데...

아제 나 이런 저런 일로 그냥 올라 가야겠다고 하면 누가 가지 말라 할것인가..

그렇게 생사를 서로 묻지않고 살고 있었는데...

 다시 오지 못할 먼 길을 가버렸구나

장조카 미안해 내가 옹졸했어... 맘 풀고 좋은 곳에서 영면 하소

모든것 잊고 훨훨 날아 가소.

어릴적 약속은 저세 상에서 다시 만나 이루어 봅시다

넓은 초원에서 함께 목동이 되어 봅시다

 

참 때늦은 후회다

나를 아는 모든분들 내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에 앞으로는 이런 후회는 하지 않도록 해야겠다

만나서 손도 잡고 밥도 사주고 내가 이 헛헛한 마음 다시는 이런 마음 가지지 않도록

사랑으로 세상을 살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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