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수양**/바우

네 등에 나를 태우고

빈손 허명 2021. 5. 23. 17:22

      네 등에 나를 태우고
                                  구흥서


나는 어느날 부터 네 등을 타고

너는 나를 태운채 말없이 그대로 지나간다

가다 어떤 인연을 만나게하여

기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하고

즐겁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했다

가끔은 너를 잊고서

네가 공연한 심술을 부릴까

근심조차 하지도 않았다

어떤때는 온통 내가 사는 것과

바라보는 것

소유한 것들이 아주 오래토록

내것이 될것 이란 자만과

내 삶의 환희가 영원할 것이라 생각 했었다

그러나 너는

아무런 표정도 없이

그냥 그렇게 나를 태우고 지나갔다

눈 감으면 몇십편의 영화를 보듯

스치듯 지나온 길 위에서의 일과

스쳐간 사람들의 이야기가 귓가에 쟁쟁 거려

문득 문득 뒤를 돌아보았다

보여지지 않는 그 먼길을 지나면서

나는 잃어버리고 또 소유한 것들이

헤아릴수 없이 많다는 것을알고

나 자신을 바라보았다

네 등위에서 무심히 지나온 사람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처럼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쩌면 아주 냉혈한 같기도하게..

이토록 나를 망가트리고도

미안함이나 위로의 말조차 없는 너를 보고

그냥 뛰어 내릴까 생각하다가

너에 익숙해진 나의 모습에서

용기마져 꺽여버렸다

어쩌랴 이제 남은 시간동안 이라도

너와 타협하며 네가 멈추지 않아도

내려야 할 곳에선

무심히 뛰어 내려야 한다는 마지막 용기가 생겼다

참말로 넌

이미 나를 이겼고 나는

네등에 올라탄 죄를 하소연 하듯

이렇게 탄식하며 너를 잡는다

그래

그냥 그렇게 가려거던 이젠

조금 천천히 가다오

마지막 으로 조금더 남겨진 행복 이라도

조금더 품어보고 가게

내가 점찍어 놓은 저별이

내게 허락할때 까지만 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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