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수양**/나의 일기

고종명

빈손 허명 2023. 4. 8. 07:23

삶은 딱 한번 이더라 두 번은 아니더라

2006년 5월 5일 해병대 티를 입고 찍은 내 자신의 모습을 보며 이렇게 풋풋했을 때가 있었던가?? 생각해 본다
세월은 흘러 어느듯 나이의 무게가 몸으로 느껴지더니 어느새 마음으로 옮겨가고 있다
며칠 전 친구부부와 저녁 먹으며 반주 술 한잔 하는 자리에서 나온 말이다
열심히 직장생활에 스트레스 참아가며 가장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이제 아들 딸 모두 출가를 시키고  이런저런 짐을 벗어버리고 삶 자체를 쉴 수 있다는 생각에 홀로 행복의 미소를 짓기도 하고 그간 못한 버킷리스트를 해볼 수 있다는 생각에 마냥 즐거운 상상에 사로 잡혀 있었다
그렇게 가장의 무게를 내려 놓고 쉬어가며 아내가 친구들과 여행을 떠나서 나는 자유인이 되었다

자유인인 나는 집에 남아 이것저것 하며 나름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옷을 빨아보려고 세탁기 앞에 섰다
이리 보고 저리 봐도 어느곳에서 물이 나오는 건지 세제는 어떻게 얼마나 넣어야 하는지 캄캄하여 여행 간 아내에게 전화를 하여 물어보았다 "여보 세탁기는 어떻게 작동시켜야 해?"
그런데 전화기 속의 아내의 목소리...
"아니 세탁기... 세탁기 하고 살은지가 몇년인데.  눈은 어디다 놨었나? 그것도 모르고....."라는 소리에

지금 이라도 배우려 하는 내 마음을 몰라주는 아내가 미워지더란 것이다

나는 왜 살있나?

내가 무엇 때문에 살고 있나?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여러 가지 생각에 복잡한 머릿속이 더 복잡해져 앞 길이 안개가 낀 듯 한 치 앞을 볼 수 없었다고 한다.

그래 우리가 엄마 뱃속에서 나올 때 나의 의지로 나온 건 아니다 그렇다고 너 나와라고 해서 나온 것도 아니다

세상... 이 지구가 수 억년 전부터 흘러 왔듯 그렇게 지금도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그 속에서 나라는 놈도 태어나고 살아가고 또 사라져 갈 것이다

가만 생각하니 그래도 지금까지의 세월이 행복한 세월이었다는 것

세월의 무게를 내려 놓은 지금 오히려 찬밥신세가 되어 있다는것

아직은 오복중  (), (), 강녕(康寧), 유호덕(攸好德)이렇게 4가지는 진행중인데...

마지막 나의 인생 소풍길을 어떻게 맺을까하는 오복중 가장 큰복이 고종명이라 하는데...

우리 인간이 살아감에 우리 삶의 오복 중 최고의 복이 죽는 복이라 한다

오복이란

壽 - 천수(天壽)를 다 누리다가 가는 장수(長壽)의복(福)과  

富 - 살아가는데 불편하지 않을 만큼의 풍요로운 부(富)의 복(福)이라 하였고  

康寧 -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깨끗한 상태에서 편안하게 사는 복(福)그리고
攸好德 - 남에게 많은 것을 베풀고 돕는 선행과 덕을 쌓는 복이며 마지막으로

終命 - 일생을 건강하게 살다가 고통 없이 평안하게 생을 마칠 수 있는 죽음의 복(福)이라 하였는데

지금 나 보다 형님들과 술자리에서는 이 오복 중 고종명의 복 이야기가 전부라 해도 모자라지 않다

그렇게 갈 때는 산 듯이 죽은 듯이 귀신도 모르게 가고 싶은 것이 우리 나이 든 분들 모두의 소망인 듯하다
얼마 전 읽은 수필의 내용 중 일부를 옮겨 본다
"1년 시한부를 선고받은 박씨는 병원을 나서며 큰 아들에게 "전남 영암으로 가자"라고 부탁했다.

박씨가 세 아들과 여행한 곳이다. 2년 전 사고로 숨진 막내아들의 흔적을 찾아간 것이다.

박씨는 이곳에서 2박 3일을 홀로 보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온 뒤 자식들(4남매)을 불러 모아 비장한 각오로 말했다.
“너희들은 내 말을 잘 듣고 존중해 주길 바란다. 내 선배나 친구들을 보면 모두 병원에서 돌아가셨다.

나도 지금 병원에 들어가면 그렇게 될 것이다. 나는 우리 집에서 죽고 싶다.”
이어 이런 말을 덧붙였다. “나를 입원시킨다면 극단적 선택까지도 생각할 게다.” 박씨의 며느리 김모(62)씨는 "확고하고 단호한 말씀에 숨 죽여 듣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 누구도 말씀을 거역하기 어려운 분위기였다”라고 말한다. 박씨는 “나는 정기적으로 병원에 갈 것이고 처방해 주는 약은 잘 먹겠다”며 “내 뜻을 존중해 달라”라고 재차 당부했다
그 날 이후로 박씨는 차분하고 계획적으로 자신의 마지막을 준비해 나갔다.

혼자 남게 될 아내 생활비가 든 통장을 막내딸에게 맡겼다. 부고를 보낼 지인 명단을 만들고, 연락처를 남겼다. 또 2019년 7월 평생 구독해 온 신문을 끊었다. 박씨는 그 달 세상을 떴다. 마치 떠날 날을 예견이라도 한 듯했다.

박씨는 그 달 자식들을 집으로 불렀다. 그리고 몸을 일으켜 달라고 한 뒤 큰 아들과 작은 사위의 품에 기댄 채 눈을 감았다. 큰 통증 없이 원하는 대로 그렇게, 집에서 편안한 모습으로 떠났다. 자식들도 허둥대면서 119를 불러 응급실로 가려고 하지 않았다."

 

누구나 이렇게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사실 이렇게 하기는 많이 어려울 것이다

누구나 쉽게 하는 말 인생은 딱 한번!!이라 하지만 미련을 버리기는 더 어려운 일인 걸...

오늘 나의 앨범을 보다 7년 전의 나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을 보며 많은 생각이 영화 필름처럼 스쳐지나갔다

불과 얼마 전인데 풋과일 같던 나의 모습...

이젠 얼마나 더 지금처럼 정렬적으로 일을 할까?

오늘 오후 인생 선배님 세 분을 소주 한잔 대접해 드렸다

한분은 87 또 한분은 83 그리고 한분은 75 맨 큰 어른 아직 소주 두 병은 마셔야지라고 하시는데...

다른 분들도 그렇지라고 하신다

청춘... 노을 앞에 선 황혼이지만 아직은 자신 만만 하신 청춘이시다

이제 나도 고종명을 떠올리는 세상을 살고 있다 죽는 것은 순서가 없다고 한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여 사랑하자

그리고 세월의 무게를 느끼지 않도록 미리미리 사랑하고 준비를 하자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더 사랑하며 살아가자

고종명을 생각하며 또다시 윤회되지 않는 우리의 처지를 표현한 시인님의 시를 올린다

 

하얀 융단이 바람에 날려와 깔린다
사월의 하늘이 꽃잎에 가려지지 않을 가  조금 걱정이다
지천 인 꽃은 열흘을 넘기지 못하고 바람에 날린다
바람에 쓸려 화려한 영화를 버린 꽃잎이다
인생도 꽃잎 같더라
부귀도 영화도 바람 속에 실려 사라지고
짓 누르는 세월의 무게에 어깨가 무겁다
되 돌아 가려 해도 마음만 바쁠 뿐 세상이 외면하는 현실
매 년 꽃잎은 피어나고
바람에 날려 밟혀도 무심히 지나는 인심
"아 너도 가고 또 나도 가야지 " 라 는 노래 가사처럼
꽃잎 떨어지는 것을 보며 아름답다 탄성을 지른다
피고 지고 또 피고지는 꽃을 바라보며
한번 뿐인 우리 의 인생이 닮지 못함을 탄 한다
그래서 사람은 사랑과 그리움과 슬픔과 같은 
오욕 칠정 의 감성을 가지고 태어 나는가 보다
한번 뿐인 인생 다시 돌아온다 하여도 알 수 없는 것
살아있는 동안 더 많이 사랑하고 보듬고 가자
꽃잎 질 즈음 4월은 이미 시작되고 환희의 오월이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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