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만나고
그를 아가처럼 바라보았다
맑은 눈은 그이에게 보배처럼 빛났다
숨막히는 것
그것은 내가 너를 바라보는 눈길이였다
어쩔 수 없는 헤어짐
뒷 모습은 쓸쓸하구나
텅빈 차창에 기대어 넌 잠시 상념에 잠겨 있었으리라
어눌함
그게 그에게 매력일 수 있듯이
곱고 고운 색칠을 한 것보다는
쑥빛 물감으로 입을 닦고
긴긴 아름다움에 취했다
그건 행복이였다
귓가에 맴도는 말 한 마디
사랑합니다
그렁그렁 눈물이 고였다
출렁이며 참는 가슴 언저리에
넘치다 잠시 젖은 듯
그렇게 있었다
해는 눈부셨다
바라볼 수 없을만큼
벅차올라 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냥 채우며 채우길 잘했다
꺼내여 보여주긴 너무 아까운 것
고이 접어 두었다
어디였더라
사람들 틈에서 네가 보였다
주머니에서 전화를 꺼내든 너
난 잠시 멈칫멈칫 가슴을 진정시켰다
그래 힘들었지?
그 말뿐 할 말을 잃었다
처음 맛보는 술맛처럼 씁쓸한 거였다
먼 하늘의 하얀 구름인양
풍경소리 이고 돌아온 색시마냥
산사의 바람소리가 들리는듯 보였다
침묵.
바람은 침묵으로 나뭇가지를 묶어두었다
내 말 한마디도 눈길도 출렁이는 고동도
맨땅에서 스며들듯 그렇게 조용했다
올라갔다
한 계단 한 계단을 서서히
숨고르기를 하며
저만치서 보이는 게 있었다
행복
보이지 않는다는 그것이 내겐 보였다.
작게 소리내어 말했다
행복해
오랜 만남 뒤에 오늘처럼
어제가 아닌 오늘처럼
그런 것을 원했다
만나러 오는 바람 아닌
만나고 가는 바람이라 했을때
그는 만나러 오는 바람이길 원했다
만나러 오는 바람
영릉 장군석에 핀 이끼처럼
풍상을 견디고 지나온 세상을 보듯
그렇게 바라보았다
설레임이였다
그의 눈에 이글거리는 바램
그건 그가 젊다는 거였다
함박 눈물을 흘리진 않았다
저 맨 꼭대기에 서서
몸을 부르르떠는 안타까움 뒤에
흐느끼듯 중얼거렸다
집착은 아픔이라고
그리고 무너져 내렸다
말 없는 것은 이별이 앞에 있다는 거다
슬픔을 삭이는 거다
아쉬움은 내일을 향한 약속이다
내일 또 내일이 가면 언젠가는
바라보는 행복에 젖을 수 있다는
희망
돌아선 모습은 쓸쓸하다
쓸쓸함
그게 남아 있는 것의 전부다.
<구흥서 시집 "아침앞에 서서 팔을 벌린 이유"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