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수양**/퍼온 글

누구 말이 맞는 말인가?

빈손 허명 2022. 3. 4. 06:41

누구 말이 맞는 말인가?


옛날에 황희 정승이 공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자 딸이 반갑게 맞이하며 물었다.

“아버님께서는 이를 아십니까? 이는 도대체 어디서 생기는 것입니까? 옷에서 생기는 게 맞지요?”

이 말을 들은 황희는 “그렇단다.” 하자 딸이 환하게 웃으면서 “내가 확실히 이겼다.” 하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들은 며느리가 황희에게 물었다. “아버님 이는 살에서 생기는 게 맞지요?” 하자. 황희는 대답하기를, “그렇고 말고,” 하므로 며느리가 웃으며 딸을 보고서 “아버님이 내 말이 옳다고 그러네요.” 하였다. 두 사람의 말을 듣고 있던 황희의 부인이 화를 내며 말하기를, “ 누가 대감더러 슬기롭다고 하겠소, 송사訟事하는 마당에 두 쪽을 다 옳다 하시니,” 하자. 황의 정승은 빙긋이 웃으며 딸과 며느리를 불러드린 후 다음과 같이 말했다.

“무릇 이라는 벌레는 살이 아니면 생기지 않고, 옷이 아니면 붙어 있지 않단다. 그래서 두 말이 다 옳은 것이니라. 그러나 장롱 속에 있는 옷에도 이가 있고, 너희 들이 옷을 벗고 있다 해도 오히려 가려울 때가 있을 것이다.

땀 기운이 무럭무럭 나고 옷에 먹인 풀 기운이 푹푹 찌는 가운데 떨어져 있지도 않고 붙어 있지도 않은. 옷과 살의 중간에서 이가 생기느니라.
그러므로 참되고 올바른 식견은 진실로 옳다고 여기는 것과 그르다고 여기는 것의 중간에 있다.

예를 들어 땀에서 이가 생기는 것은 지극히 은밀하여 살피기 어렵기는 하지만, 옷과 살 사이에 본디 그 공간이 있는 것이 아니다. 떨어져 있지도 않고 붙어 있지도 않으며, 오른쪽도 아니고 왼쪽도 아니라 할 것이니, 누가 그 중간(中)을 알 수가 있겠는가?”

말똥구리는 자신의 말똥을 아끼고, 여룡驪龍의 구슬을 부러워하지 않으며, 여룡 또한 자신에게 구슬이 있다 하여 ‘말똥구리의 말똥’을 비웃지 않는다.

박지원의 낭환집서蜋丸集序에 실린 글이다.

 
이것이냐? 저것이냐? 때문에 세상은 항상 소란스럽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다르다 보니 말이 다르고
말이 다르다 보니 글마저 다르고,
그 글을 읽는 모든 사람들의 생각도 다르다.

같은 민족도 그럴진대
하물며 서로 다른 민족은 오죽하랴?
그뿐인가, 저마다 다른 당색은 말할 것도 없으니,
‘팔이 안으로 굽는다‘는 말은 만고불변의 이치이다.
이렇게 저렇게 흐르는 세월
가슴만 답답하다.
그래도 분명한 것은 옳은 것은 옳고, 그른 것은 그르다는 것이다.



길위의 인문학 우리땅걷기....

'**심신수양** > 퍼온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해마다 봄 처럼 새로워라  (0) 2022.03.14
고단함의 발명  (0) 2022.03.09
욕심이란 무엇인가?  (0) 2022.03.01
국가와 여인의 운명  (0) 2022.02.27
당신의 몸짓/윤광식  (0) 2022.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