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수양**/나의 일기

재약산 진불암 가는길...

빈손 허명 2022. 2. 5. 23:37

진불암 가는 길이 어떤지도... 어디로 가는지도...

아무것도 모르면서 아내와 무작정 영남 알프스 산 정상 부근 진불암으로 출발을 한다..

표충사 내원암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표지판을 보니 진불암 2.7km라고 적혀 있었고

진불암으로 출발후 20분까지는 룰루랄라 하면서 아내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오르고 있었다

약 1km지나는 지점까진 그래도 평탄하니 오르는 길이 좋다

 

아내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성당을 다니고 영세를 받았다

나와 결혼을 하고 냉담을 하고 있는데...

평상시에도 난 아내에게 종교는 자유다 냉담하지 말고 다시 성당에 나라라고 권유를 하였었다

단 나 보고 같이 성당 나가자고 강요만 하지 말아 달라고....

그렇때마다 아내는 아버지 빽으로 영세를 받았다고 당신과 같은 무교라고 이야기하곤 하였다

그러면서 그럼 나만 믿어... 허명교를 믿으며 이렇게 살고 있었고...

종교는 생각지도 않고 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나의 지인 한분이 독실한 불교인과 형 아우로 지내고 있어

그 형님이 부처님 오신 날 가족 등을 달아라고 부탁을 해와서 3년을 달아줬었다

난 그게 무얼 하는지... 아무 영문도 모르면서... 대웅전 내에 단 등을 사진으로 보내 주시곤 하였다

이젠 그 형님도 통도사 일을 보시지 않는지 그런 부탁을 하지 않으신다

그 형님과의 이런 인연이 있어 불교와 조금씩 연이 닿고 마음의 문을 열리고 있었는 듯....

 

1km 정도 지나 본격적으로 심한 경사도로 오르기 시작한다

입춘이 어제인데... 오늘따라 핵 춥다 아침엔 영하 10도라나... 능선으로 오를 땐 칼바람이 몰아친다

끝이 보이지 않는 S자 코스다

사실 오늘 나의 생일에 진불암 가자고 한 사람이 나 자신이니 아내에게 뭐라 말도 못 하고 끙끙....

고행을 한다 생각하며 운동도 하는데 즐겁게 오르자며 한발 한발...

아내가 하는 말 "누가 보면 우리가 아주 독실한 신자라 하겠다"라 하며 웃는다

얼마 전까지 법당에서 부처님 전 참배도 하지 않았는데... 어느날부터 부처님전 참배를 하기 시작하였다

나도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왜 바뀌는지 나도 모른다

아마 세월이 나를 변모시키는지... 아니면 온화하고 인자한 미소를 머금고 나를 바라보는 부처님에 매료되었는지... 그것도 아니면 내 어머님이 위로 딸 다섯 낳으시고 불공드려 나를 낳으셨다는 그 말씀에 이끌렸는지... 그것도 아니면 낸 아부지의 보이지 않는... 무언의 강요 때문일까??

아무튼 나는 변하고 있다

아내와 쉬어 가며 오르고 또 오르다 보니 중국의 큰 협곡처럼 깎아지른 절벽에 현기증이 난다

역시 영남 알프스 재약산의 위용이다

경치에 매료되어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20여분 오르니 이젠 폭포가 얼어 얼음 폭포가 눈을 황홀하게 한다

잠시 풍광을 감상하다 마지막 깔딱 고개.. 밧줄을 잡고 올라보니 드디어 진불암이 모습을 드러 낸다

이 높은 곳에서 수도 정진하는 스님은 어떤 분일까??

이곳에서 공부하는 자체가 고행일 듯..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진불암 앞에 서니 문이 잠겼다

안내문도 없다

나의 생일에 부처님 전 참배하고 앉아서 나를 돌아볼 시간을 가지려 했는데...

허탈한 마음으로 "그래 운동 한번 잘했다"라고 위안 삼으며 "이것도 공부다"라 생각하며 돌아서 내려온다

내려오면서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것...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로 가는걸까

나는 잘살고 있는 걸까

나는 누구를 상처 주지 않는 걸까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

어지러니 생각하며 묵묵히 내려왔다

주차장에 내원암 법당에 들려 아내와 참배를 하고 생각을 정리하고 나왔다

맑은 풍경소리에 붕어는 살아있는 듯 유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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